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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 경험담---"취사병 칼질을 배우다"

박성진 |2003.07.29 02:47
조회 2,852 |추천 0

더운여름 재미없는 글로 더 덥게 해드리는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부디 욕만 하지 말아주시길 ^^;

 

 

 

 

평소에는 화기애애하다 못해 촐랑대기 까지 하는 취사병들....

그러나 그날 아침은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었는데........


나: <취사병짱을 바라보며> 어제 가요탑텐 보셨습니까?

꿍따리 샤바라가 일등 먹던데...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때 헤이!!!!!! ^^;

취사병짱: <열받은 사람처럼 줄담배만 피워대며> 막내야!!

꿍따리 샤바라의 가사처럼 내 마음이 지금 울적하고

답답하다...^^

나: 아니 곧있으면 제대 하실분이 왜 가슴이 답답하신지....

취사병짱: 예로부터 취사병들에게 내려오는 3가지 덕목이 있다. ^^;

나: <무슨 공자,맹자도 아니고 덕목은 > 그게 무엇이옵니까? ^^;

취사병짱: 그 하나는 밥을 만드는데 있어서 얼마나 물을 잘맞추느냐

하는것이고....

두번째는 튀김이나 볶음을 할때 불의세기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

이며 ^^;

세번째는 바로 칼질을 얼마나 잘 하느냐 이니라 ^^;

이제 막내 너도 물을 맞추고 불을 조절하는 일에는 어느정도 적응이

된것 같으니....

나:<적응은 개뿔 ^^; 아직도 밥은 죽밥이되고,튀김할때 불조절 잘못해서 닭튀김

태워먹은게 한두번이 아닌데 ^^;> 이제 물과 불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

취사병짱: 취사병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칼질을 내가 제대하기 전에

너에게 전수하고 싶데이....

나:<전수? 무슨 인간문화재도 아니고 ^^;>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취사병짱에게 칼질 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취사병짱: 우선 오늘은 칼잡는 법부터 가르쳐주겠다.

막내야 내가 칼잡는걸 보고 따라잡아 보거래이

나: 예 알겠습니다.

취사병짱: <칼을 잡으며> 이렇게 엄지손가락으로 칼을 받쳐잡고

나머지 손가락을 자연스레 손잡이 부분을 감싸쥐어봐라

나:<취사병짱을 따라하며> 이렇게 말입니까?

취사병짱: <황당한 표정으로> 막내야.... 그렇게 잡는건 취사병들이

칼질할때 칼잡는법이 아이라, 조폭들이 패싸움할때 칼잡는

법이된다. ^^;

나: 죄송합니다. ^^;


결국 칼잡는법 배우는데만 하루를 꼬박 넘기고 ^^;

다음날 드디어 칼질 실습에 들어갔는데.........


취사병짱: 그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칼질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가장 썰기 쉬운재료가 오이니까 오이를 한번 썰어보도록

하는데.... 내가 우선 시범을 보여주마....


취사병짱은 눈을 감고 오이를 썰기 시작하는데.......


취사병짱:<오이써는 소리 ^^;> 타타타타....타타타타타.....

나: 우와!!!!!!

취사병짱: <내 감탄소리에 눈을 뜨며> 어떻노?... 니가 보기에도

내 칼솜씨가 신기에 가깝지 않나?

나: 대단하긴 대단해보이는데요...... 혹시.....

취사병짱: 혹시라니 뭐가 궁금한기가?

나: 실눈뜨고 칼질 하신거 아닌가해서요 ^^;

취사병짱: 허거걱! 이자슥이 나를 뭘로보고 .....

대기실 가서 수건하나 갖고오거라...

나: 아닙니다.실눈안뜨고 칼질 하신거 인정하겠습니다. ^^;

취사병짱: <열받은 표정으로> 됐다... 취사병 생활 2년동안 남은거라곤

둔해진 머리하고 ^^; 칼솜씨 바껜 없는데 확실히 내솜씨를

보여줄끼다..... ^^

나:<뭔가 불안하다 ^^;> 알겠습니다.........


결국 나는 취사병 대기실로 가서 수건을 가져왔고 취사병짱은

수건을 눈에다 두른채 드디어 칼질을 할 준비를 끝냈는데........


취사병짱:막내야, 오이를 내손에 쥐어다오

나: 너무 무리 하시는거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멈추시는게 ^^;

취사병짱: 어허! 재수없는 소리 말고 빨랑 오이나 내놔라!!!!!


나는 취사병짱의 손에 오이를 쥐어줬고 취사병짱은 오이를 도마위에

올려놓은채 칼질을 시작했는데.......


취사병짱: 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

나: 우와!!!!!! 대단하십니다......

취사병짱:<여전히 눈을 감은채로> 어떻나?... 오이들의 크기가.....

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크기로 잘려지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

취사병짱: <감격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 내가 2년동안 수많은 피를

흘려가며 쌓은 실력을 바로 잘려진 오이가 증명하는기다. ^^;

나: 이제 뛰어난 실력이 증명되셨으니 칼질 그만하시져.....

취사병짱: 아이다.... 오늘 느낌이 아주좋은데..... 조금만 더 썰어볼란다....

막내야.... 이번엔 감자나 한번 썰어보자 도마위에 하나 올려놓거라.


<여기서 잠깐------ 칼질을 해보신분들은 알수 있겠지만..오이와 감자를 써는건

차원이 좀 다르다..... 오이는 아무리 칼질 초보자들이라도

쉽게 썰수있지만.. 감자는 숙련된 취사병이라도 눈을 감은채

더군다나 반으로 잘려진 감자도 아닌 둥그런 감자를 써는것은

상당한 위험을 불러올수 있다. 왜냐하면 균형을 잡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인데...........>


나는 취사병짱의 명령에 따라 감자를 도마위에 올려놨고.........

취사병짱은 여전히 눈에 수건을 두른채 칼질을 시작하는데.........


취사병짱: 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

막내야 어떻나? 감자들도 역시 똑같은 크기로 잘려지고 있제?

나:<주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는데> 어? 감자들 크기가 제각각인데요 ^^;

아까 오이 썰때 만큼은 잘 못써시는것 같은데 ^^;

취사병짱: <열받은듯 씩씩거리며 칼질을 더욱 빠른속도로해대는데>

타타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나: 어? 눈도 안보이시는데 너무 칼질을 빠르게.......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식칼은 감자가 아닌 취사병짱의 손가락을 썰고 ^^;

있었으나 취사병짱은 고통도 못느꼈는지 여전히 감자가 어떻게 썰렸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였는데........


취사병짱: 막내야.... 이번 감자는 잘 썰렸나?

나: <피가 흐르는 취사병짱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그게....저 피피.....

취사병짱: 피피? 쌍피 말이가? 고스톱할때 나오는 쌍피이야기가

지금 왜 튀어나오노? ^^;

나: 손가락 안아프십니까... 지금 피가 흐르는데 ^^;

취사병짱: <눈에 감았던 수건을 풀며> 무슨 피가 흐른다 허거걱!!!!!!!! ^^;

오늘 진짜 피봤데이 ^^;

나: 빨리 의무실로 가보시져 .....

취사병짱: 어이구!!! 제대도 얼마 안남았는데 이러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사망하는거 아이가 ^^; 막내야! 나좀 부축해라 빨리 ^^;

나: <다리 다쳤냐? 부축을 하게 ^^;> 그냥 업히시져 ^^;


결국 나는 취사병짱과 의무실로 향했고........

취사병짱은 다행히도 연고와 반찬고 그리고 대일밴드 하나를 손가락에다

바른채 사망의 위험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


나: 아프신데는 좀 괜찮으십니까?

취사병짱: 월남전에서 싸우던 선배 병사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데이 ^^;

나:<월남전에서도 칼질 하다 손벤 사람있냐? ^^;> 저 이제 저녁밥 준비할

시간인데 그만 식당으로 가셔야죠?

취사병짱: 막내야... 아까 군의관<군대의사>님 말씀 못들었나.....

나: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취사병짱: 지금 내손가락에 물이 들어가면.... 손가락에 치명적일수도

있단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안정을 취하면서 좀 쉬어야 겠다.^^;

나:<치명적? 툭하면 자빠져 놀생각만하는 취사병짱의 게으름이

더 치명적이다^^;>예, 푹쉬다 오십시오 ^^;


결국 취사병짱은 손가락을 베었다는 핑계로 이틀동안 밥짓는 일을 거부하고

의무실에서 버티다, 선임하사인 김중사에게 발각 되어 ^^;

상당한 육체적 고통 <약간의 구타와 체벌>을 겪었다고 한다. ....


그리고 나는 한달동안 칼질을 배우면서 무려 20번 이상 손을 베었으며 ^^;

나한테 들어간 대일밴드만 무려 5통이 넘었다.....

지금도 그때의 칼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무슨 조폭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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