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왠일이야?”
현우가 아침부터 우리집 앞에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나있을줄 알았더니…
“너, 설화일로 삐졌지?”
“내가 왜 삐져-”
“에이… 어제 보니까 얼굴에 씌여 있던데 뭘.”
“그거 확인하려고 아침바람부터 납셨서?”
“아니… 그냥 미안해서…”
“뭐가?”
“내가 사귀자고 해놓고, 정작 너한테 신경을 안써서.”
어라? 현우가 갑자기 하룻밤새에 철이 들었네?
“그래?”
“정말 깊이 생각한거야. 생각해보니까, 네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더라. 진심으로 사과하는거다- 받아줘야돼~”
또 나왔다.
현우의, 안어울리는 애교짓. -_-; 저럴땐 아무리 좋아하는 녀석일지라도 닭살이 마구 돋는다.
“그렇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용서해줄께.”
“정말이지?”
“어.”
“그럼 우리 오늘 영화보러 가자- 방학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같이 많이 놀아둬야지-”
“벌로 니가 영화도 쏘고, 밥도 쏴!” -_-+0ooo
“그, 그럼~ 당연하지. 짠순아~;;”
사실, 벌이라기 보다는.
원래 난 꽁짜를 좋아하니까. *-_-*
14 이별냄새
-1-
“팝콘 사올께, 기다려~”
공포영화를 고르다니.
짜식 *-_-*
무척 재밌는 장면이 나오면 소릴 질러줘야 하겠군. -_-
녀석이 너무 무서워하면, 손도 잡아줘야지. -_-;;;
우린 상영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화관에 현우랑 나란히 앉아있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뭔가 되게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 *^-^*
드디어 영화가 시작됐다.
애들이 무섭다 무섭다 하더니, 정말…
재밌군. -_-;
갑자기 현우의 손이 급하게 내 손을 찾아 쥐었다.
*-_-* 짜식.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꽥꽥 지르는 장면마다 현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신호처럼 나도 그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너무 아팠던 것이다. - ㅜ
보지 않아도 한번씩 들썩이는 현우의 몸과 비명을 참는 급한 숨소리가 느껴졌다.
말하자면…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 - ㅜ
에구구… 공포영화를 고른건 지녀석이면서…
“영화 재밌다, 그치!”
“어? 어…”
큭큭… 땀을 잔뜩 흘렸나봐.
그래도 귀엽다~ ^0^
현우가 공포영화 보면서 무서워 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밥 먹으면서도 난 내내 영화 이야기를 떠들었고, 현우는 밥을 넘기지 못했다.
너무너무 재밌고 우스웠다.
♪YOU 아직은 얘기할 수 없지만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현우 벨소리임 -///-b)
“여보세요?”
전화를 받던 현우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뭔가 되게 심각한 전화 같은데…
혹시 집에 무슨 일이라도?
“무슨일이야? 표정이 왜그래? 무슨일 났어?”
“어? 어… 그게, 친구한테…”
“친구?”
“어…”
현우는 굳은 표정으로 밥을 먹으며 아무말이 없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정은아, 미안한데- 우리 내일 만나자. 지금은 내가 가봐야 할 것 같다.”
현우가 갑자기 숟가락을 놓더니 저딴말을 했다. -_-;
하지만…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거 보니, 뭔가 중요한일인 것 같다.
그래서 걍 용서해주기로 했다.
“알았어. 걱정은 말고, 친구일이나 잘 봐주고 와. 무슨 일인지 나중에 말해줘야돼?”
“어? 어어…”
-2-
집에 돌아오며 나는 내내 불안했다.
처음엔 현우가 무슨 큰 싸움같은데 말리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지만, 나중엔 이상한 쪽으로 자꾸 생각이 가는 것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여보세요? 경록오빠? 저기… 뭐 물어볼게 있어서 그러는데, 경민이 전번좀 갈켜주세요.”
난 결국 치사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사정을 알아 보기로 했다.
“연습실 앞에 거기? 어, 알았어.”
경민이와 만나기로 한 연습실 근처 책방에서 난 무척 초조했다.
이건 절대 잘하는게 아닌데…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내 호기심이나 불안감을 억누르지는 못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무슨일인데 그래? 현우가 뭐 어쨌다고?”
“응… 나랑 있다가 전화받고 갑자기 어딜갔는데, 심각한 일인 것 같아서… 친구일이라는데 무슨 큰 싸움같은데 말려드는거 아닐까 걱정되고 또…”
“하긴. 녀석 전과가 좀 화려해야지~”
“저, 전과?”
“뭘 그렇게 놀래? 크게 사고쳤다는건 아니고, 그냥 쌈박질 하다가 경찰서 몇 번 간것밖에 없어. 친구일이라면 현우가 사고친건 아닐거야. 내가 한 번 알아볼께.”
“고마워.”
경민이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갔다.
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뒤적이며 기다렸다.
잠시후…
경민이는 전화를 귀에 댄채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듯 들어오고 있었다.
경민이 표정이…
너무 어둡고 무거웠다.
무슨 일이지? 무슨일이지?
가슴이 막 콩당 거리기 시작했다.
“정은아…”
“응…”
난 왠지 무슨일이냐고 물어볼 엄두도 안났다.
제발 현우한테 아무일도 없기를…!
“그게… 저기…”
“응.”
“현우한테 무슨일이 있는건 아니고…”
“그, 그래? 정말이야?”
“응. 설화… 오빠가 사고가 나서…”
“응? 누구? 누가 사고가 났다고?”
“설화 오빠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 돌아가셨댄다.”
머리위로 무슨 큰 바윗덩어리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멍했다.
복잡하게 막 엉킨 기분이 들었다.
그런 불행한 일에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당장 현우가 설화한테로 달려간거하며…
앞으로 이 일이 현우와 설화 사이에 미칠 영향하며…
갑자기 죽고싶을 정도로 비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