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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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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서로가 서로에게 만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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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벤트가든의 로얄오페라하우스. 오늘은 애니매이션을 발레화한 작품 ‘프린세스 츄츄’가 오프닝하는 날이다. 발레스토리는 독일의 드로세마이어란 동화작가가 어떤 꿈을 꾸는 듯한 동화를 쓰다 죽어버린뒤, 아직 끝나지 않은 동화의 뒤편이 프린세스츄츄 마을에서 계속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가벼운 동화적 설정물로 스트라빈스키나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테마로 한 것만큼 무게있는 내용의 발레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공연을 관람하러온 관람객들의 옷차림도 굉장히 가볍고 산뜻하다. 보통 정통파 클래식 발레의 공연이 있는 날은 관람객들의 옷차림이 왕실을 방불케할 만큼 화려하다. 하지만, 오늘같이 간단한 공연이 있는 날, 그런 차림을 한다면? 굉장히 촌스런 것이 된다.
이나도 사라도 그런면에선 서로가 만족할만하다. 아니? 두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었다해도?? 지금 이 코벤트가든의 로얄오페라하우스에서 탁! 만났다하여도, 서로에게 반할 정도다. 사라는 로얄오페라하우스 입구를 향하는 층층계단에서 이나를 바라보며 옅은 핑크빛 홀터넥탑에 날아갈 것 같은 쉬폰 스커트를 입고있었다. 헤어도 핑크빛 노방웨이브핀으로 고정시켜 마치 요정과 같았다. 그러나 요정같은 사라를 무엇보다 돗보이게하는 것은 마놀로 블라닉 슈즈다.
멋진 여자들은 발이 부러져도 좋을 만큼 마놀로 블라닉에 열광한다. 가느다란 끈, 손가락 굵기도 되지않는 10센티 스틸레토 힐. 새털처럼 가벼운 슬렌더함. 일찍이 마돈나는 말하였다. 섹스보다 마놀로 블라닉이 더 좋다고! 마놀로 블라닉에 관한 이모든 것은 사라의 이미지를 압축시켜 논 것 같다. ‘ 나는야, 작고 깜찍한 아가씨! 나를 한번 신어보지 않겠니?? ’ 마치, 사라 자체가 마놀로 블라닉이 되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입구를 향하는 층층계단에서 사라를 바라보는이나도 마찬가지였다. 타이없는 하얀 셔츠에 검정색 심플한 슈트가 보는 사람을 설레게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뮤토왕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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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발레가 시작 되었다.
왕자님인 그는 춤을 잘 추고 멋있는 소년이다. 하지만 그는 미소 짓지않는다. 그에게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깨져 조각조각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마음의 조각을 왕자님에게 돌려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싶다! 이때 마을에 불가사의한 노인이 나타나 마법의 돌을 아히루에게 쥐어준다.
그를 좋아하는구나.
왕자님께 힘이 되어주고 싶니?
그래 나는 왕자님을 구할거야.
나는 프린세스 튜튜 [프린세스 튜튜중에서]
튜튜는 왕자님을 구하기위하여 하늘로 점프하여 고공에 고대로 머물렀다. 엘레바시옹, 발롱. 로얄박스에서 관람을 하는 이나와 사라에게는 튜튜의 엘레바시옹과 발롱이 그 앞에서 머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뮤토와 튜튜의 환상적인 파드듀(남자여자 두사람의 춤)까지. 연인들은 감정을 이입하기위하여 공연을 관람한다고 하였던가? 뮤토와 튜튜의 파드듀는 관람석 로얄박스에 있는 두사람을 두사람의 파드듀인양 착각을하게 만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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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도 관람석 로얄박스에서 사라와 이나, 두사람은 한참을 앉아있었다. 간단한 공연이었지만, 공연의 환상적인 무대연출은 완벽하였다. 애니매이션을 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장면들을 직접 눈앞에 보여줄 정도였다.
한 말쑥한 안내원이 사라에게 말을 걸었다.
“ It's too late. lady. ”
“ Sorry! ”
안내원의 안내와 함께 사라와 이나는 관람석에서 빠져나왔다. 사라와 이나가 함께한 로얄박스를 제외하곤 텅빈 관람석이었는데, 공연이 끝난후, 로얄오페라하우스의 테라스엔 뜨문뜨문 사라와 이나 또래의 젊은이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연에 대한 감동으로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엇을 먹으러 가기도 좀 그렇고? 테라스 스피커 채널으로부의 요염한 바이올린 연주는 그래도 그들을 제법 멋져보이게 하였다.
“ 다음엔 어떻게 됬어? ”
테라스로부터 가까운 오페라하우스 층층계단의 첫계단에, 이나가 풀썩 주저앉았다. 이나는 공연은 끝났지만, 여운을 남겨둔 발레의 뒷 스토리가 궁금하였다.
“ 글쎄? 드롯셀마이어가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으니까, 이야기는 계속 되겠지? ”
사라도 헤어에서 핑크빛 노방 웨이브핀을 빼곤 첫계단에 이나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코벤트가든 여름 밤바람에 쉬폰 스커트가 하늘거렸다.
“ 치! 뭐 그래? 완전 소년이여 세상을 구하라! 소녀들이여 왕자를 구하라! 뭐 그런거 아니야?? ”
“ 영원한 사랑을 테마로 하니까 그렇지?? ”
“ 영원한 사랑? 그런게 어딨어! ”
“ ? ”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들이 굳어버렸다.
이나와 사라 모두가 상대의 매력에는 매혹당했지만, 가치관은 완전 달랐기 때문이다. 프리티보이와 큐트걸! 이나는 오늘의 겉모양은 뮤토지만, 콧대 높은 스타 플레이어다. 스타 플레이어란 사람들은 허리아래의 감정에 의해 뇌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적절한 타임에 제정신이 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맹목적으로 운동만 잘하는 선수들과는 다르다. 인기와 인맥을 관리할줄 알고 자기값을 최고로 쟁취할줄도 안다. 풀햄구단과의 계약에 있어서도 초상권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챙겨본 이나이다. 그런 이나이기에 관람석에서 파드듀에는 정신이 나갔었어도, 어떻게 보면 뻔한 메시지인 프린세스튜튜에는 열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사라도 뻔한 메시지에 감동 받을 만큼, 맹하지는 않다. 사라가 열받은 것은 이나의 말투가 자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라는 그런것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갈 때, 너무 고생을 해서 공부라면 지겹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 커리큘럼이라는 것을 따라가기위해 또 고생이나하였다. 그런것들은 모두 교수들이 떠들어대는 자아와 관계있는 것들이었다. 런던에 유학을 온 것도 자기처럼 별볼일 없던 언니가 런던유학후 멋지게 변신을 하여서이다. 즉, 멋진 외모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 아마, 아버지가 까미라(이집트의 여자 앵커이자 정치가)처럼 훌륭한 여성이 되라고 유학을 보내준다고 하였으면, 절대 유학오지 않았을 사라이다.
“ 나 갈게! ”
“ 조심해!! 구두 망가지겠다. ”
“ 상관마! ”
‘ 마놀로 블라닉이 400불이나 한다니까, 그러는거니? ’
(E) “ 아악! ”
(E) “ 사라!! ”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사라가 이나의 마놀로 블라닉 슈즈의 값까지 따져볼 줄아는 것같은 똑똑함에 더 화가나서 퍼뜩 일어나, 도로까지 내려다보이는 층계를 내려가려할 때였다. 한 4-5세쯤 보이는 금발고수머리 여자아이가 굴러떨어진 인형을 줏으러 내려간다고하다, 사라를 뒤에서 팍 밀친 것이었다.
(E) “ 거봐, 큰일 날 뻔 했잖아. ”
중심을 잡으려하다, 손가락 굵기도 안되는 10센티 스틸레토 힐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여자아이 어머니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잘 안들렸다. 아찔한 기운에 이나의 터프한 목소리만이 들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짜릿했다. 사라가 이나에게 반쯤 안겨있었기 때문이다. 조막만한 허리가 이나의 탄탄한 팔에 휘감긴채. 사라의 나른한 기억이 굴러떨어질 뻔 할 때, 이나가 사라의 허리를 탁 잡아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또한 그 기억으로부터의 짜릿함은 키쓰고 뭐고 필요없이 이대로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 자아가 무슨 상관이야! ’
이나도 짜릿했다. 쉬폰 스커트에 휩싸인 4(우리나라 44사이즈)사이즈도 안될 것 같은 체격의 허리를 한팔로 휘감아 잡아당긴 기분!
‘ 바보같은 메시지면 어때! ’
그때? 정신은 사라가 먼저 채린 것 같았다.
이나에게 반쯤 안긴 상태에서-> 눈을 살짝 뜬 사라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나의 뺨을 폭 찔렀다.
“ 야! ”
“ 나랑 놀아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