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저는 1996년도에 어느 도시에 위치한 K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과는 안밝힐께여~)
꿈에 부푼 새내기 시절이었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터라 귀 밑으로 한 칠센티가량 내려오는 단발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그게 제 모습이었습니다.
대학엘 입학하면..... 다들 아시죠....?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해서 참으로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고딩 때 못해본 거 다해보느라고 술자리란 술자리는 하나도 안빠지고
모조리 참석하고 MT다 뭐다 하는 그럴듯한 이름 붙여 놀러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 당시 저는 우리과 동기 여자애들 2명과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죽어라고 붙어다녔죠.
현주와 혜원이 그리고 수연이란 이름의 나.....
(실명입니다. 아마도 이 글의 주인공들을 알아볼 분들이 많을것 같군요.)
현주는 그나마 고딩때 좀 논 가닥이 있어 보이는,
꽤나 한 날라리 하는 애였고(담배도 무쟈게 멋있게 피는 아이였지여~)
혜원이와 나는 그저 순진한 그런 편에 속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3월이 거의 다 지날무렵, 우린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술 퍼마시고 부시시하게 수업 들어가고 하는) 에 지쳐
새로운 놀이를 끊임없이 찾고 있던 중,
그나마 잘 노는 현주의 소개로 나이트클럽이란 곳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현주를 따라 첨 갔던 그곳의 모습이란....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 미쳐서 광란에 빠져있는 젊음들...
당시엔 그게 대학시절의 낭만이라고만 생각했었죠.
우린 그 후 나이트에 부쩍 재미를 붙여
일주일에 사흘은 거의 거기서 살았습니다.
현주따라 화장이란 것도 해보고 머리에 알록달록 염색도 해보고...
정말 재미 좋았죠....
그리고 어느날.....
여자들끼리의 나이트 하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죠... 부킹....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셋은(현주 혜원 나) 잼있게 놀구 있었는데
웬 양아치 같이 쪽 빼입은 한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야... 우리도 세명인데 우리랑 같이 놀자....."
그 남자가 대뜸 내뱉은 말입니다.
혜원이와 저는 겁을 먹고 가만히 있었는데
현주는 아주 능숙하게 그 남자의 아래위를 훑어 보더니
"친구들이랑 잠시 이야기 좀 하고 대답해 드릴께요...." 이랬습니다.
그 남자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자기들 자리로 갔습니다.
그 남자가 간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그 남자 외에도 술을 마시면서 우리를 보고 있는 두 남자가 더 있었습니다.
"야..... 이거 운 좋은 걸? 야야... 우리 쟤들이랑 놀자...."
현주는 신나했지만 난 겁이 났습니다.
그냥 우리끼리 놀자고 혜원이랑 내가 현주를 타일렀지만
현주는 막무가 내였습니다.
현주의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합석하게 된 자리....
어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자.... 이쯤 되면 남자들 인물이 참 궁금하시겠죠.....?
그렇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부킹하는 남자들은 항상 까리합니다.
이 남자들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머리에 힘도 무지 줬더군요.
"니들 몇 살이야?"
남자는 시작부터 반말입니다
아까 우리한테 놀자고 왔던 남자입니다.
"우리? 스무살.... 너희들은?"
현주도 세게 나갑니다.
현주도 대뜸 반말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말 걸었던 남자가 피식 웃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가 봅니다.
"우리.... 우린 스무세살이야."
옆에서 말없이 술마시던 또 다른 남자가 말합니다.
얼굴이 허여멀건한게 꼭 기집애같이 생겼습니다.
"근데 너희들도 우리한테 말 놔... 우린 아무 상관없어."
남자가 꽤나 선심쓴다는 듯 말합니다.
"오빠들.... 우리 통성명이나 하자.."
현주... 정말 세게 나갑니다. 쿵덕쿵덕...
혜원이랑 내 가슴 뛰는 소립니다. 정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내 이름은 임성혁이야."
우리한테 놀자고 왔던 남자입니다.
이 남자...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탤런트 이세창을 닮았던 것 같습니다.
진한 눈썹하며 크게 쌍꺼풀 진 눈... 키도 꽤나 컸으니까요.
"내 이름은 김태원."
여자같이 이쁘장하게 생긴 얼굴입니다.
우리한테 말 놓으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 눈은 자연스레 아직까지 아무말 안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로
쏠렸습니다.
이 남자.... 헤어스타일이 유승준 머리 아시져? 짧은 스포츠에 촉촉히 바른 젤...
그리고 약간 노랗게 물들인 앞머리..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꽤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남자답게 생겼습니다.
"조훈영"
이름만 간단히 말합니다. 나는 훈영이란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훈영오빨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빠랑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기억하기 싫은 일에서부터 영원히 잊혀지지 말았으면 하는 일까지...
운명이란 것이 진짜 있기는 있나 봅니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될줄은 그 후에도 정말 몰랐으니까요.....
-2편-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고.......
우리는 댄스 곡 두 타임인가를 더 놀다가 나이트에서 나왔습니다.
그 오빠들.... 역시 춤 죽여주게 잘 추더군요....
아... 한사람만 빼구요....
조훈영이란 사람..... 그 사람은 끝까지 춤을 추지 않았습니다.
부르스 타임 때......
성혁이란 사람(이세창 닮은)이 현주를 끌고 플로어로 나갔고
태원이란 사람(여자같이 이쁘게 생긴)이 내 손을 끌었지만.....
훈영오빠는 가만히 술만 마셨습니다. 덕분에 혜원이는 약간 삐져있었지만요.
나이트에서 나왔을 때 시간이 새벽 한시쯤이었습니다.
(우리 셋은 모두 타지역에서 대학엘 왔기 때문에 학교 근처에서 각자 자취를 하고 있었죠)
성혁이란 사람이 술 한잔 더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우린 무작정 그 오빠들을 따라 갔습니다.
성혁이란 사람과 현주는 꽤나 친해져 있습니다.
이젠 아주 농담까지 주고받는 그런 사이인 것 같습니다.....
24시간 한다는 소주방에 그 오빠들은 우릴 데리고 갔습니다.
사각 테이블에 현주와 성혁오빠가 나란히 앉고......
성혁오빠 옆에 이쁘장한 태원오빠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현주의 맞은편 에 내가 앉았고 내 옆에 훈영오빠..
그 옆에 혜원이가 태원오빠와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잘들 상상해 보세요. 아시겠져?)
술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죠.
그 오빠들은 그 도시에 있는 전문대학에 다니다가 휴학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고딩 때부터 굉장히 친한 친구 사이라고 했습니다.
소주잔이 몇 번 오고가는 동안 난 꽤나 술이 오르는 것을 느꼈고,
피로감도 느꼈습니다. 이젠 그만 집에 갔으면 싶었지만.....
앞에 앉은 현주를 바라보니 이세창 닮은 성혁오빠랑 꽤나 잼있는 눈치입니다.
볼을 꼬집고 하는 장난도 서슴없이 하는 거 보니 말입니다.
혜원이도 그 앞에 앉은 태원 오빠랑 무슨 이야긴가를 잼있게 하고 있습니다.
난 내 옆에 말없이 앉아있는 훈영오빠를 바라봤습니다.
계속 소주만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마시고, 자기 손으로 술을 따르고....
또 마시고....
그것만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기요.... 좀 천천히 마시세요."
보다못한 내가 걱정이 되어 한마디했습니다
훈영 오빠는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무시하고 계속 술만 마십니다.
전 좀 화가났죠....... 하지만 다른 애들 노는데 끼어 들어서 같이
이야기하기도 그래서.. 나도 혼자 술만 홀짝홀짝 마셨습니다.
눈앞이 좀 흐릿해져 간다고 생각했을 때....
현주가 큰 목소리로 신난다는 듯이 말합니다.
"우리 여기서 그만 찢어지자. 그리고 그 후 시간은 커플끼리 각자....
어때?"
아마도 둘씩 짝을 짓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세창 닮은 성혁 오빠가 좋다고 찬성하고 그 옆에 앉은 이쁘장한
태원 오빠도 좋다고 합니다.
혜원이도 수줍게 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주는 성혁 오빠와, 혜원이는 태원 오빠와... 나는....?
옆에서 말없이 술만 마시는 훈영 오빠와 짝이 될 분위기입니다.
갑자기 기분이 더 나빠졌습니다.
술도 조금 올랐는데 기분이 나빠집니다.
하지만 내 기분 따윈 상관없이 일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소주방에서 나왔을 때....(거의 새벽 4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주는 성혁 오빠가 먼저 간다면서 팔짱을 끼고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태원 오빠가 혜원이 손을 잡아끕니다.
"훈영아, 오늘 즐거웠다."
태원 오빠가 마지막으로 한 말입니다. 그리고 멀어져갔습니다.
소주방에서 밖으로 나와서 찬 기운을 쐬니까 술이 약간 깨는 것도 같았지만.....
난 더 어지러워졌습니다.
잠깐 휘청했는데 넘어진다고 생각한 순간,
옆에 있던 훈영 오빠가 한 팔로 내 오른팔을 꽉 잡았습니다.
"야.....너 괜찮냐?"
나이트에서 자기 이름 말했던 것말고 그 오빠가 첨 한 말입니다.
"괜찮아요."
난 좀 짜증스럽게 훈영 오빠의 팔을 뿌리쳤습니다.
"집이 어디야?"
훈영오빠가 묻습니다.
이 남자... 술도 안 취하는 모양입니다. 혼자서 거의 네 병을 마셨는데
말입니다....)
"XX동.... 자취방이 거기 있어요."
난 너무 잠이 와서 어디 막 눕고 싶어졌습니다.
자꾸만 휘청거리는게 아무래도 너무무리했나 봅니다.
훈영오빠는 내 팔을 억지로 잡고 어딘가로 갑니다.
난 집에 가야 되는데....
이 생각만 하고.. 생각뿐이지 자꾸만 훈영오빠에게 끌려가는 나를 느꼈습니다.
도로로 나와서 훈영오빠는 택시를 하나 간신히 잡았습니다.
그리고 뒷문을 열고 나를 태우더니 자기는 타지 않고 문을 닫았습니다.
택시 앞문을 열더니 택시 기사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던져주며....
훈영오빠는 말했습니다.
"아저씨...XX동이요... 잘 좀 부탁합니다."
그리고 문을 닫고.... 택시는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훈영 오빠와 멀어져갔습니다...
-3편-
어떻게 자취방엘 들어왔는지.......
잠에서 깨니 담날 오후 두시 쯤이었습니다.
난 현주랑 혜원이한테 삐삐를 쳤습니다.
(96년 당시는 거의 모든 대딩들이 삐삐를 가지고 있었져 지금은 모두 핸드폰이지만)
잠시 후 현주에게 먼저 전화가 오더군요.
"너 거기 어디야?"
현주는 꽤나 신나하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나? 내 자취방"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아직도 소주냄새가 입 속에 맴돕니다.
"뭐? 너 미쳤어? 그럼 그 오빠랑 같이 니 자취방엘 갔단 말야?"
현주는 흥분해서 펄쩍 뛰었습니다.
"야.... 너 뭐라는 거야... 나 혼자있어....
너 미쳤니? 내가 그 오빠를 내 방에 왜 데리고 와....."
내가 오히려 놀라 현주를 탓합니다.
현주는 뭐가 잼있는지 깔깔 거리고 웃기 시작합니다.
"너 어제 그 오빠랑 잼있었어?"
한참웃던 현주가 내게 은밀하게 물어봅니다.
"잼있긴 소주방에서 나와 바로 헤어졌는데...."
어제 일이 뜨문뜨문 기억이 납니다. 택시에 태워줬던 사람이......?
"뭐? 정말야? 야~ 그 오빠 웃긴다.....?
말도 잘 안하더니.... 역시 잼없는 사람이었구나?
그나저나 혜원이는 잘 놀았는지 모르겠네?"
현주는 계속 신나하는 목소립니다.
"넌 잼있었어?"
내가 시무룩하게 묻습니다.
"그럼~ 무진장 잼있었지...
야... 성혁 오빠 장난 아니더라.... 몸매도 죽이던데?"
"뭐? 니가 그 오빠 몸매를 어떻게 알어?"
내가 놀라서 다시 묻습니다. 현주는 깔깔 웃습니다.
"야야... 너 왜 모른 척 해... 기집애.. 내숭은...
암튼 나 그 오빠랑 계속 만나기로 했다....? 좋겠지?
돈도 좀 있는 것 같구... 암튼 좋아좋아.... 지금까지 같이 있다가
방금 전에 헤어졌어. 아... 피곤해 죽겠어.... 집에 가서 잠이나 좀 자야지...
그나저나 오늘 수업 다 날리고... 어쩌지?"
난 도무지 현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지껏 같이 있었다니...
하지만 자꾸 이상한 예감이 몰려옵니다.
갑자기 혜원이가 너무 걱정이 됩니다.
현주랑 서둘러 전화를 끊고 계속 혜원이 삐삐를 쳤습니다.
나는 자취방에 전화가 있었지만 혜원이 방에는 전화가 없습니다.
난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초조해하다가 옷을 줘 입고 혜원이 자취방으로 마구 달려갔습니다.
혜원이 방은 내 방에서 10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문 밖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거 보니 혜원이가 분명 안에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혜원아.... 혜원아...."
자꾸 불렀지만 안에선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더욱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한참 있으니까.... 안에서 기척이 들리고....
눈이 퉁퉁 부은 혜원이가 부스스한 몰골로 문을 열어줍니다.
어딘가 아파보입니다........
"너..... 어디 아파?"
내가 걱정스럽게 물어봅니다. 혜원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서 내게 안겨옵니다.
"수연아...(내 이름이 수연입니다. 첨에 한번 말했져?)
수연아..... 나 어떡해....."
혜원이는 어떡해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자꾸 울고만 있습니다......
-4편-
자꾸 울고만 있는 혜원이......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것처럼....
혜원이는 그 날밤....
그 기집애같이 매끄럼하게 생긴 태원인가 하는 자식한테 성폭행을
당했 던 것입니다.
현주는.... 자기가 좋아서...
그 성혁인가 하는 사람하고.. 그렇게 하룻밤을 같이 잤다지만...
고딩 때 공부밖에 몰랐던 혜원이는... 싫다고 거부했지만...
여관에 끌려가서 그렇게 당했다고 합니다.....
태원이 그 자식이 혜원이에게 그랬다고 합니다.
너희가 좋아서, 이런 거 다 생각하고 우리랑 같이 논 거 아니었냐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바보야..... 좀 강하게 저항해보지 그랬어....."
난 혜원이를 탓하며 마구 화를 내고 같이 울었습니다....
"몰라.... 몰라... 술을 마셔서... 힘이 하나도 없었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밀어내고 싶은데도 도무지 팔만 버둥거려지고....
힘이 하나도 없었어....
수연아... 나 이제 진짜 어떡해... 어떡해....."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던 것....
돌이킬래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혜원이는 그렇게 울었지만............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난 내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은 것만 다행스러워 몰래 안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 참 나쁘져.....?
하지만 누구나 다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훈영이란 사람이 재미는 없었지만, 그렇게 날 아무 말 없이 보내줬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울고 있는 혜원이 앞에서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그 후에 혜원이는 학교에 결석을 밥먹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우린 현주랑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현주가 성혁 오빠랑 계속 연락을 하니까.....
그 오빠를 통해 태원이란 사람을 한번 만나서 따귀라도 때려주고 싶었지만..
현주는 싸늘하게 말했습니다.
"야..... 니들..... 구차하게 뭐하는 짓들이야.....
그럴려면 아예 그 오빠들이랑 합석을 하지 말았어야지....
촌스럽게 뭐하는 짓이니?"
그렇습니다. 현주가 죽도록 미웠습니다.
혜원이는 그렇게 학교도 못 나오고 아파하고 있는데,
한 여자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는데 친구라는 게 그런 말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현주랑은 멀어져 갔습니다.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을 때쯤.....
5월이 거의 절반쯤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혜원이는 학교에 나오는 걸 많이 꺼려했습니다.
맨날 자취방에서 그렇게 숨어만 지내고 싶어했습니다.
나는 수업에 재미를 붙이고...
이른바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랑 친해지면서 과에 재미를 붙여갔습니다.
그리고 몰래 짝사랑하는 선배도 생겼습니다.
그 선배는 우리과 93학번 선배였습니다.
이름은..... 김.건.희. 건희 선배....
비가 촉촉하게 내렸던 어느 날, 학과 사무실에 들렀을 때...
창가에 서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혼자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건희 선배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습니다.
175센티의 키에 청바지에 니트를 즐겨 입었던 사람.....
그 건희 선배를 생각하니까 또 너무나 괴로워지는군요.....
가슴이 많이 아파옵니다.......
-5편-
건희 선배를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건희 선배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남자 혼자 자취하면... 어떤지 다 아시져?)
자취방에 찾아가서 반찬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건희선배는 꽤나 술도 좋아하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카리스마가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우리과 여자애들이 거의 모두 건희 선배를 좋아했으니까요....
그렇게 건희 선배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훈영이란 이름도..
그리고 혜원이를 아프게 했던 그 태원이란 사람도 차츰차츰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건희선배랑 꽤나 친해졌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매일 자취방이 아닌, 부모님이 계시는 집엘 가곤 했는데 ....
건희 선배네 집이 아주 멀어서 명절이나 방학 때 말고는 거의 자취방에
있다는 걸 알고는 나도 집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5월말의 어느 토요일 아침... 삐삐가 막 울렸습니다.
음성메시지...
건희 선배였습니다.
"수연아.... 나 건희다....
지금 시내에 있는 "매직"인데 빨리 나와라. 내가 점심 사 줄께"
전 너무나 기뻤죠.
내가 조르지도 않았는데 건희 선배가 먼저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진하게는 안했지만 그래도 정성들여 화장도 조금하고
머리도 풀어서 드라이로 이쁘게 빗어내렸고......
(이때 저의 헤어스타일이 어깨 약간 밑으로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습니다)
또 치마도 입었습니다.
어떻게든 이쁘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매직"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자주 가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었습니다.
헤즐넛커피가 아주 맛있는.......
자취방에서 한 25분쯤 걸리는 거립니다.
택시를 타고 급하게 도착한 그곳...
떨리는 맘을 진정시키면서 조심스레 커다란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니까
한쪽에서 건희 선배가 반갑게 손을 듭니다.
나도 생긋 웃으면서 그쪽으로 갈려는데.......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건희 선배 옆에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얼마전 나이트에서 부킹을 해서 만났던..... 조. 훈. 영.....
말없이 술취한 날 택시에 태워 보내줬던 사람...... 이런 우연이란게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습니다.
전 솔직히 훈영이란 사람을 거기서 다시 만난 것보다도.....
건희선배 옆에 있는 여자한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어쩔 수 없이 훈영이란 사람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빨리왔네? 인사해... 여긴 내 여자친구 미진이야....."
건희 선배가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여자친구..... 여. 자. 친. 구......
자꾸 그 말만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미진이라는 여자를 바라보니까 아마도 건희 선배랑 동갑내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분위기 있는 여자였습니다.......
" 이쪽은..... 내 친구 조훈영....... XX전문대학교 휴학중이야.
다음 학기에 복학할 거고..... 군에서 제대한 지 좀 됐어."
난 훈영이란 사람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그 사람도 날 분명 알텐데 아는 척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냥 예의상 고개만 가볍게 꾸벅 했습니다.
자꾸만 미진이라는 여자한테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구나..... 날 여기로 왜 불렀냐면.... 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건희선배가 훈영이란 사람한테 날 소개시켜 줄려고 날 불렀다는 것을.....
근데 그때 훈영이란 사람이 갑자기 일어섭니다.
"어? 야.... 너 왜 일어서? 화장실 가냐?"
건희 선배가 놀라서 묻습니다.
"임마..... 이런 자리인 줄 몰랐잖아..... 짜식아... 난 또 술 한 잔하자길래......
나왔더니...."
훈영이란 사람의 목소리... 꽤나 저음인 듯 하면서 굵직합니다.
"야야 뭐 어떠냐? 분위기 좋지 않냐? 짝도 딱 맞고....
난 너 좋으라고 우리 귀여운 후배 불렀더니... 짜식아... 분위기 깨지말고 앉아...
좀 있다 나가서 점심 먹고.... 영화나 보러가자....."
' 귀여운 후배..... '
건희 선배의 말이 제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날 것 같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선배.... 저.... 그냥... 갈께요...."
간신히 내가 한 말입니다.
"어? 왜? 오늘 선배가 점심 사줄께.... 그리고 놀다가....
훈영이 저 놈... 괜찮은 놈이야.... (나한테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내가 소개시켜 줄께....."
그러는 건희선배의 모습을 보며 더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아니 그냥....."
변명거리가 없습니다.
"거봐 자식아..... 니가 간다니까 수연이까지 갈려고 하잖아....."
건희 선배는 훈영이란 사람을 탓합니다. 훈영이란 사람이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잠자코 있던 미진이란 여자가 한마디 거듭니다.
"그래요.... 훈영씨랑 수연... 씨라고 했나? 우리랑 같이 놀아요...
나중에 저녁 때 술도 한잔 하구요....."
목소리까지 이쁜 여자입니다.
역시.... 건희 선배가 좋아할 만하구나...싶습니다.....
건희 선배 눈에는 내가 그저 어린 후배로밖에 안보였겠구나 생각하니...
더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습니다..........
-6편-
그 날 어색하게도.....
나는 건희 선배와 그 여자친구 미진. 그리고 훈영이란 사람과 같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저녁 때 술까지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훈영이란 그 사람은......
그 날(부킹사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습니다.
기억이 안나는 건지.. 어찌 된 건지....
난 혜원이를 덮쳤던 그 나쁜 놈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꺼낼 수 없어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우린 한 소주방에 들어갔습니다.
술잔들이 오고가고.... 그러니까 자연스레 연인들끼리 더 다정해 졌습니다.
둘이 눈으로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주고받는지
마주보고 아무런 말없이 그렇게 웃고만 있고 그랬습니다.
건희 선배... 그 날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난 또 어색하게 훈영이란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술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습니다.
부킹한 그 날 밤처럼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훈영이란 사람은 그 날처럼 혼자서 술도 진짜 잘 마십니다.
(소주를 두 병째 연거푸 혼자서 부어 마셨쪄) 나도 질세라 아무 말없이 마셔댔습니다.
내 잔을 채워서 내가 마실려고 할 때,
그 때 갑자기 내 오른손에 들린 소주잔을 말없이 채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훈영 오빠였습니다.
"임마.... 너 또 인사불성 될려고 그러지......?"
아주 간단하게 그 사람이 한 말입니다.
난 무슨 소리냐는 듯 그 사람을 그냥 멍청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여자가 술 취한 모습 보기 안 좋아."
또다시 아주 간단히 그 사람이 한 말입니다.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남이야 술을 마시든 말든 자기가 무슨 상관이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킹)일을 다 알고 있으면서 이제껏 모른 척 한 그 사람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뺏어간 술잔을 다시 뺏으려 했으나
그 사람은 잔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리 모습을 건희 선배와 미진이라는 여자가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야~ 니들 둘...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친해지네?
그래그래... 좋은 현상이야 임 마.. 잘해봐 키득키득...."
건희 선배의 그 말에 다시 슬픔이 밀려옵니다.
어쩜 저리도 내 맘을 몰라줄까 싶었습니다.
건희 선배와 미진이라는 여자는 다시 우리에게서 관심을 접었습니다.
다시 그 사람과 술을 마시는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을 때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때... 그 친구들.... 잘 있어요?"
나의 물음에 훈영이란 사람이 나를 바라봅니다.
"그 눈썹 진한 사람이랑.... 이쁘게 생겼던 사람...."
"아아~ 그 자식들?"
아아~라니? 뭐 이런 사람이 다있담?
더 불쾌해졌습니다.
"그때 니 친구들은 잘 있냐?"
동문서답하듯 훈영이란 사람이 물었습니다.
"네에~ 아주 잘 있죠.
하나는 아예 학교도 안나와~ 또 하나는 아예 친구의 연을 끊어~~"
난 좀 술이 됐던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훈영이란 사람의 표정이 곧 어두워졌습니다.
"그날 일..... 미안했다.... 내가 대신 사과한다고....
그 누구였지.....? 얌전했던 애 있잖아...... 걔한테 꼭 좀 전해줘....
진짜 미안했다고....."
미안하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될 일이야? 정말 화가 났습니다.
술을 한잔 벌컥 들이켰습니다.
"그 사람 지금 어딨어요? 태원이란 사람?"
난 되도록 차분하게 물었습니다.
"나도... 잘 몰라....."
"잘 모르다니.....?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내가 따지듯 묻자 훈영이란 사람은 말없이 자기 잔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그 잔을 채우면서 그러더군요.
"그 자식들.... 그날 첨 본 녀석들이야......"
-7편-
참 어이가 없었죠...
버젓이 같이 술 마시다 우리한테 부킹까지 신청했으면서
그 날 첨 본 사람들이라니....
난 그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날 자기한테 안좋은 일(나중에 차근히 말할께여)이 있어서..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는데
포장마차에 있던 어떤 남자 둘(성혁, 태원)이가
깡패 비스무리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더라는 겁니다.
기분도 안 좋은데 하도 시끄럽게 해대서 인상을 쓰고 바라봤는데
성혁과 태원이 일방적으로 당할 기세더랍니다.
그래서 그 두명을 도와 싸웠다는 겁니다.
(훈영오빠 쌈 무지 잘 함다... 고딩때 무슨 폭력써클 짱도 했다더군여)
우연찮게 동갑내기였던 그들(성혁과 태원)은 자기들을 구해준 대가(?) 로
한턱 크게 낸다고 데리고 간 그곳이 바로 우리를 만났던 나이트클럽.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죠. (남자들은 첨 본 사람들이랑 나이트 갈 수 있나요?)
그때 훈영 오빠는 만사가 귀찮았다고 합니다.
그 안좋은 일 때문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렇게 혼자 술만 마셨던거구요...
부킹해서 내 친구들이 그 놈들한테 끌려 갈 때
솔직히 평상시 같았으면 말렸을 텐데 그땐 아무 의욕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담날 곧 후회했다고......
자신의 무관심에 혹시 어린 여자 애들이 상처받진 않았나 후회했다고 하더군요.
훈영 오빠의 말이 이해될 듯 하면서도 그래도 야속했습니다.
오빠가 그때 좀 뜯어 말려줬더라면 혜원이는 그렇게 상처입지 않았을 텐데...
소주방에서 나왔을 땐... 밤이 꽤 늦었습니다.
건희선배가 이젠 찢어지자 합니다.
그리고 훈영오빠에게 날 집에까지 잘 바래다 주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놓고 사라집니다.
둘의 뒷모습이 너무 다정해 보여 그만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너두 집에 가야지.... 그때 XX동이랬지?"
(으~ 기억력 함 좋더군여. 동네 이름도 안까먹다니....)
아마도 바로 집에 가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순간... 나도 오기가 생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백히 이건 소개팅 자리인데....
여자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다니.... 속으로 발끈하는 화가 치솟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요?
"저랑.... 술 한잔 더하시죠?"
내가 이렇게 말해버린 것입니다.
훈영 오빠는 말없이 내 얼굴만 빤히 보고 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더 마시겠다구? 그래라.... 그럼.... 따라와....."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그렇게 다시 훈영 오빠 뒤를 따라 갔습니다......
-8편-
포장마차입니다.
소주 한 병에 닭똥집이란 걸 시킵니다. 오뎅 국물은 서비스인가 봅니다.
난 닭똥집같은 거 한번도 안먹어봤습니다.
내가 먹을만한 안주가 없나 슬쩍 둘러보니 떡볶이가 있습니다.
"나 저거 먹을래요."
염치불구하고 내가 말합니다.
훈영오빠가 슥~ 한번 쳐다보더니 아줌마한테 달라고 합니다.
소주와 떡볶이? 앙상블이 어째 영~ 이상합니다.
소주 뚜껑을 따고 훈영 오빠가 내 잔을 채워줍니다.
소주잔의 반만 채웁니다.(후훗~ 매너있습니다. 여자라고 반만 채우더군여)
그리고 자기 손으로 잔을 채우려 하는데 내가 소주병을 뺏으려 했습니다.
(대학가서 배운 거라곤 주도밖에 없습니다.
주도 아시져? 자기 손으로 술 따라 마시면 앞에 앉은 사람 3년동안 재수 없다는 야그)
근데 훈영 오빠가 한마디 합니다.
"나한테 술 따르지 마라. 여자가 함부로 술 따르는 거 아니다."
윽!! 충격먹었습니다.
나는 저 생각해줘서 술 따라 줄려 했는데 근엄한 목소리로 여자가 술 따르는 거 아니라니...
좀 민망해졌습니다.
화나서 마구 마셨죠.
한 병을 다 마시고 훈영 오빠가 또 한 병 시키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더 못마실 것 같았어여. 속이 울렁울렁)
질 수 없다 생각했죠.
그가 마시는 한 끝까지 마실 거라고 알아주지도 않는 깡을 부렸습니다.
후훗.......
그렇게 그와 소주 4병을 마셨습니다. 거의 2병씩 마신 셈이죠.
(죽을 뻔 했져. 하지만 그는 말짱~. 아시져? 그의 주량....
혼자 4병을 다 마셔도 그는 끄떡 없어여)
그는 내 얼굴을 한번씩 힐끗힐끗 쳐다보면서도 내 잔이 비면 곧 채워주곤 했습니다.
떡볶이와 마시는 소주.... 다들 한번 해보시죠...
아마도 죽음일 겁니다....
꼭 4병을 다 채우더니 그는 이랬습니다.
"그만 마시고 가자..... 늦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계산을 하고 갈려는 것이었습니다.
눈앞이 흐릿했습니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일어날려고 하다가 주저앉고 또 주저 앉고.....
몸이 내 맘대로 되질 않더군요.. 솔직히 창피했죠.. 내가 먼저 마시자고 해놓구선...
훈영오빠가 말없이 다가왔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