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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식집에서 여자 넷의 대화 [부제:군화와 곰신]

노량진캣츠비 |2008.01.13 04:45
조회 477 |추천 0

학원 수업이 끝나고 알바 가기전에 시간이 남아서

항상 분식집에서 끼니를 때우곤 하는데,

그 날도 혼자 밥 먹는것에 워낙 익숙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점심을 먹고 있었드랬죠..

 

옆 테이블에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네분이 나란히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바로 옆에 있으니 듣기 싫어도 들릴 수 밖에 없던 그 분들의 대화내용이

좀 슬프게 들렸습니다.

 

편의상 A,B,C,D라고 하겠습니다.

 

A : ...그래서 이 오빠랑 사겼는데 이 오빠가 군대를 갔어.

B : 그게 언젠데?

A : 지금은 제대했으니깐 2년전.. 여름인가.

C : 그래서 기다렸어?

A : 아우 어떻게 기다려 군대간 남자를. 요즘 군화 기다리면 독한X 소리 듣는다면서

B : 맞어 막상 기다려도 차이는 여자가 한둘이어야지.

D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A : 사실 이 오빠가 얼굴도 평범하고 키도 별로 안크고 그냥 그랬어. 근데..

C : 왜? 제대하니깐 사람됐어?

A : 제대하더니 이상하게 키도 좀더 큰것 같고,완전 멋있어진거야.

D : 보통 군대갔다오면 남자다워지긴 해도,많이 늙는다는데.

A : 응. 근데 이 오빠는 몸도 좋아지고 남자다워지고 진짜 멋있어 졌네?

B : 헤어졌다면서 그건 어떻게 알어?

A : 아 싸이 가봤지.. 완전 용됐어 용됐어.

     이제 제대도 했고,헤어진지도 시간 꽤 오래지나서

     솔직히 내가 다시 관심도 가고 연락을 해봤다?

B,C,D : ㅇㅇ

A : 처음에는 받더라. 그래서 내가 '오빠 나 oo인데 제대했다고 들었어 잘지내?' 그랬지.

     근데 완전 정색하면서 '부탁인데 더이상 니 목소리 들으면 욕 나올꺼 같애 끊어줘.'

     이러는거야. 아 나 완전 졸라 짜증나가지고 바로 끊어버렸어. 사람이 그따위냐?

B : 진짜 소심한가보네. 제대도 했고 시간도 오래 지났는데 그런거 갖고.

A : A형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 뒤에 몇번 더 연락했는데 아예 안받더라고 인제는..

D : 야~ 근데 그렇게 멋있어 질거 알았으면 기다리지 그랬어 ㅋㅋ

A : 그러게 근데 누가 알았나. 알았다고 해도 2년 기다리는건 못했을거 같어.

(이후 잡담)

 

저도 여타 다른 남자분들처럼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정말 서로 사랑했고(그렇게 믿고 싶고) 진짜 얘는 저 기다릴줄 알았는데,

군대간지 6개월차에.. 

갓 짝대기 두개 단게 뭐 대단하다고

여자친구에게 진급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저의 두번째 휴가 첫날에..

 

그녀는 저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 느낌이란..ㅎㅎ

 

와.. '우리 이제 여기서 끝내자'는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각종 엄한 생각이 들대요.

'나는 이딴 군대란데 와서 왜 이 GR인가' '나는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건가..'

 

얼마 안되는 휴가기간 모두를 망쳐버린 마지막날 

헤어진 여자친구가 절 불러내서 그동안 심경의 변화에 대해 다 고백하면서

나름은 이별 모양새 좋게 해줬는데,

 

모양새가 더럽던 좋던 이별은 이별인 것을.

 

헤어지고 3개월 뒤 다시 저에게 미련을 보이는 여자친구를

저는 끝내 독하게 밀어내고

군대란 곳에서 그저 "살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잊혀지긴 하더라구요.

 

제대한 지금은 뭐 꿀리고 남부러울게 있겠나요..

군대도 갔다왔으니 기다림이라는 고통 안줘도 되니 저도 좋고,

그저 좋은 사람 착한 사람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오늘도 주어진 제 자리에 충실하며 살아갑니다.

 

여자분들.

 

UCC나 싸이 게시물에서 정말 질리게 보셨을 것이고

되게 상투적이라는 말 알지만,

 

이 남자다 싶으면 기다려 주세요..

 

하지만,

 

그저 젊은 나이에 뭣모르고 사귀었는데

군대간 이 남자가 이제야 내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그럼 차라리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말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천천히..아주 조금씩..

이 여자 요새 왜이럴까.. 지친다 이제.. 최후에는 이렇게 느끼게 말예요..

 

오늘도 영하의 추위속에서

이걸 왜 하는지 동기부여도 안된채 그저 여자친구 생각 하나로 버티면서

밖에서 훈련이다 작업이다 하며 덜덜 떠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3년전 딱 이맘때 11월에 군입대 지원을 해놓고

그 날은 영영 안올줄 알고 여자친구랑 사랑하기 바빴던,

이 행복이 영원할것만 같았던,

많이도 어렸던 그 시절을 이제는 한장의 추억으로 기억하며..

 

부디 많은 군화&곰신 커플분들이 제대라는 결실을 맺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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