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아주 이기적이고, 남을 설득할 줄 모르고,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죠.
지난 연말 여기저기서 송년회로 흥청거릴때, 우리 남편은 오라는데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저 조차도 그렇지는 않았는데
대학 이후로도 훨씬 더 오래 공부를 하고, 이런 저런 모임에 많이 몸을 담았던 사람이
불러주는 이가 하나도 없더군요.
집에서 제게 하는 것, 시댁 식구들에게 하는것, 저희 친정에 하는 것,,
아마 밖에서도 그렇게 한다면 옆에 사람이 붙어있질 못하겠죠.
그와 함께한 약 일년 반의 세월들..
참으로 많이 이혼을 다짐하고 떠올리며 살았습니다.
유일하게 봐줄수 있는 모나지 않은 점이라면 몇개월 단위로 직장을 튀어다닐 망정
그나마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은 없다는걸까요?
하지만 그가 벌어온 돈을 쓰는건 정말 죽고싶을만큼 치사한 일이었죠.
폭언, 폭행, 직장을 못다니게 하면서 경제적으로 무시하기,
의처증에 가까운 집착스런 행동들, 결혼전 만났던 여자들에 대한 이런저런 흔적들,
그러면서 내게는 결벽증적으로 폐쇄적으로 살길 요구합니다.
남들도 나처럼 살까,,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어긋나면서 살까,,
좀 지나면 괜찮아 질까,,
늘 이런 기대를 갖고 살아왔습니다.
나도 그 사람보다 한수 위여야 한다.
조금 더 지켜보자.
내가 조금 더 참고 그 사람을 바꿔보자,, 이런 생각으로 버텼는데
나 역시 그 다지 그릇이 못되는 사람인지라
점점 스스로 망가져 가네요.
직장 동료들에게 좀 웃고 다니란 말을 수시로 듣고,
남들과 함께 있어도 우울하고,
어떤 의욕도, 이 사람이 바뀔거라는 희망도, 내 삶이 나아질거란 기대도,, 점점 없어집니다.
저희 부부가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남편이 장남이기에 시부모님이 아기를 기다리십니다.
하지만 뱃속에 있는 내 아이에게
무슨 년, 무슨 년 하며 몸파는 여자 취급하는 폭언을 들려줄수는 없었죠.
임신한 채로 밀쳐져서 뒤로 발랑 자빠질수도 없었고,
직장에 전화해서 소리소리 질러대는 남편때문에 치미는 울화를 꾹꾹 누를수도 없었습니다.
당신 아들의 이 모든 단점을 아시면서도
남자는 애 아빠 되면 달라진다,, 라는 말로 제게, 인생을 도박에 걸라고 설득하시는 시부모님,
아무리 당신 아들이 그렇다 해도, 이혼을 운운하는건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는 시부모님,
뭐가 옳고 그른지, 내가 정말 나쁜년인지 헛갈려 하면서 살아온 날들,,
앞으로는 달라질까요?
자기가 아무리 내가 몹쓸 짓을 했을지언정
제가 이혼을 생각하는건 참 나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도.
결혼을 했으면 일단은 참고 살아야 맞는거라나요..
뒤통수 치는 거라고 생각하더군요.
꾹꾹 참고 있다가 극단적일때 이혼을 얘기하는건요.
문제가 있을때 마다 지적을 하면, 참을성이 없다고 하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분명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왜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우유부단해졌는지..
작년에 피부과약을 먹느라고 피임약을 복용한적이 있는데
남편은 아직도 그 얘길 두고두고 합니다.
제가 이혼을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어서 피임을 한다구요.
집안 어른들도 제가 피임을 해서 애가 아직 없는 걸로 단정짓고 계시더군요.
우유부단한 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음을 밝히고, 아예 피부과 약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딴에는 믿음을 실어준다고,, 믿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그러면서 남편이 바뀌기전에는 임신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렇게 지낸 반년,, 이번 달에 예정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생리가 없네요.
경제적으로 심하게 쪼들리는것도 아니고,
우리가 미혼의 남녀도 아니고, 불륜 관계도 아닌데 이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습니다.
믿을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 무력한 나의 아기.
그 아이의 인생도 앞으로 얼마나 고달플지,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그 아이에게 부족하나마 채워지는게 있을지..
님의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나네요.
지금 내 인생은 결정의 순간인지, 아님 역전의 순간이지..
님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