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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암

알레스 |2008.01.19 08:07
조회 640 |추천 0

몇시간후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싣고 있겠군요...

 

 

 

지난 4년간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심하고 못난탓에 그사람 발목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보내주었습니다.

힘든시간이 지나고 늦이 나이지만 어렵게 유학을 선택하였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내가 이렇게 좋아했었구나...느껴지더군요..

 

6개월전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을 떠나

유럽 어느나라 작은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샛노란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할줄 알았던 이곳에서

뜻밖에 환대와 친절에 매우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비록 임대지만 제 집이 생겼고 제 핸드폰이 생겼습니다.

하루하루 어학원도 열심히 다녀 이제 어느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해졌고요..

 

늘 놀라움에 벅차하며 지내던 어느날

한국에서 뜻밖의 친구에게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친했던 친구가아니었기에 적지않게 당황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통화를 한후 전화를 끊을즘해서 얘기해주더군요.

 

"수민이 있잖아...근육암이래...말기.."

 

"어?"

 

"....수민이....많이 아프다고..."

 

"아....그렇구나....걔 원래 약골이었어...근데...무슨 병이라고?"

 

"암이래."

 

"암?.....고칠수있는거래?"

 

"모르지...."

 

"넌 어떻게 알았어...?"

 

"나도 들었어...애들한테..."

 

"그랬구나...알았어...나 전화 할데가 있으니까 일단 끊고 다음에 다시 연락하자.."

 

"그려"

 

전화를 끊고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걱정스러운 마음보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여기저기 전화해보니

다들 저에겐 말해주지 않으려는듯 보였습니다.

굳이 캐려고 하지도 않았죠....

 

몇일이 지나도록 온통 그생각때문에

어떤일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근육암 말기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또 다른 소식 없나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린나이인지라 암보험도 들어있지 않고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요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착실히 모아놓은 돈 덕분에

그정도까지 버틸수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녀의 친구들에게 새로운 소식등을 들을때마다

너무너무 상황이 안좋아지는듯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또 몇일이 지나고 그녀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대충의 내용은

 

나도 그곳에 가고싶다!

왜 오빠만 혼자 좋은곳에 가있냐?

나도 기회되면 꼭 놀러갈테니

맛있는 햄버거 사달라...

 

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첨부파일이 있어서 확인해보았는데

그사진 보면서 정말 신음하면서 울었습니다.

초라한 유학생 주제에 고래고래 소리질러가며 울수도 없으니.

그저 눈치봐 가면서 들리지 않게 울었더랬죠.

 

 

눈이 너무 예뻤었는데

웃으면 눈썹이 늘 동그랗게 말리면서 올라갔는데...

사진속 그녀도 웃고있지만 그 예쁜 눈썹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정도로 나쁜 상황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친구들도 저에겐 그런이야기까지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이틀정도 멍하니 있다가

한국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바로 4일뒤의 티켓을 예약하고

유학비용으로 사용하려던 돈 일부분을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돈으로밖에 도움을 줄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제가 할수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홉시간 후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겠네요.

뜻하지 않았던 전혀 바라지 않았던 귀국길이 되겠지만

그녀 앞에서 절대 울지 않게 기도해주세요.

 

하느님도 공자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기도하는지도 모르지만 간절히 소망합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그저.

신발...제발...제발 좀 낳게 해주세요...

 

기도인지 애원인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너무 나와서 눈이 맵고 목이 마르고 콧물이 흘러서 머리가 아픈데...

울기만 해도 이렇게 아프고 지치는데.

암덩어리가 그녀를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상상도 가지 않아요.

그녀도 울지 않길 바랍니다.

 

어디에도하소연 하지 못해

고작 이런 게시판에 끄적이는 제가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그녀 가야할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진심이 통하다면 저처럼 믿지 않더라도

기도하게 될것 같았습니다.

 

글재주도 없고 말재주도 없지만

단 한분만이라도 진심으로 저와같이 바래주시면 됩니다.

그걸로 됩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나오지 않게

그녀의 따듯한 손 잡아볼수 있길 바래봅니다.

 

사랑해...사랑해!

내가 없어서 그런가봐!

금방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맨날 약속 늦는다고 화냈었잖아!

내일도 내 등 때리면서 화내줘!

하나도 안 아팠어. 엄살 부려서 미안해.

나 지금 빨리 너 있는곳에 가고싶어.

수영이라도 해서 지금 가고싶어!

니가 좋아하는 치즈햄버거도 사가지고 가고

꽃집에 들러서 니가 좋아하는 수국도 한다발 사갈께!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니가 좋아하는 토요일이잖아.........

 

 

진짜진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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