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버지! 전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박준홍 |2008.02.04 16:50
조회 216 |추천 0

저는 40이넘은 남자입니다.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고, 그럭 저럭 먹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제 아이들에게 제 아버지, 즉 아이들의 할아버지 얘기를 하며 울곤 합니다.

 

제 아버지는 학생때 부터 혈압이 많이 높으셔서 평생을 고혈압 환자로 사셨습니다.

39세가 되시던해 전북 남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당시 아버지의 선배님의 인도로 서울에

전매서(현재 담배인삼공사)로 전근을 하셔서 상경하시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사시는건 평생 처음있는 일인데다, 가족을 떠나 혼자(사실은 고모님이 미리 상경하셔서 같이 살고 계셨음) 아니, 여동생(저의 고모님)과 함께 외지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1년도 못가 안좋은 건강과, 향수병, 그리고 여러가지 근심이 겹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병자의 인생을 사셨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면 제가 중학교 1학년, 누나가 중3, 남동생, 여동생, 모두 생계가 막히고 마는 형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그후

10여년을 더 근무 하십니다.

직장에서 혹시 건강검진이 나오면, 사실대로 검진하면 휴직 명령이 떨어질 정도로 건강이 않좋으셨으나, 간호사가 혈압을 재면 그걸 가지고 화장실에 가서 다시 고쳐서 쓰고는 모르는체 하면서 은근 슬적 넘어가곤 하셨습니다.

저는 어린지라 아버지께서 괜잖다고만 하시니까, 그저 괜잖은줄로만 알고 학창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생활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희생덕분에 저는 어느덧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 언제쯤 직장을 잡을 수 있겠니?"

"아마 졸업하고 몇달은 더 취업준비를 해야 합니다. 늦으면 1년정도?"

"1년씩이나? 난 자신이 없는데"

"뭐가요? 뭐가 자신 없어요?"

"아니다. 아무것도"

그때는 '자신 없는데'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일이 있기 얼마전 일이었습니다.

전철에서 내려서 집에 가는데(10분거리) 저 앞에 한 노인이 가다가는 쪼그려 앉아서 쉬고, 또 조금 걷다가는 벽을 잡고 쉬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뒤에서 쭈~욱 보면서 속으로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병색이 짙은 분이 왜 나와서 저리 돌아다니누? 그 자식놈들은 뭐하는거야?"

그런데 가까이 오면 올수록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습니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습니다.

보면 볼수록 나의 아버지와 너무 닮은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닮았으나 그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분은 나의 아버지, 그분이셨습니다.

 

뒷 자태가 평상시 집에서 뵙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완전히 환자에, 바람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 놀랬습니다.  집에서 뵐때는 명랑하고 건강한, 평범한 아버지 일 뿐이었는데.....

 

"아버지~!!!!!!!!!, 평상시 이렇게 다니시는 거예요? 아니면  오늘 몸이 편잖으신 거예요?"

"아니다. 괜잖다"

"업히세요. 제가 업을 게요"

"아니다. 어서 먼저 가라. 너 창피하지 않니?"

그때 그 "너 창피하지 않니?" 하셨던  그말씀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를 엊은 듯 무겁게, 또 저리게 합니다.

당신의 불편한 몸이 문제가 아니고, 제가 환자와 함께가면 창피할 것을 염려하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끝내 업히시지 않으시고 저를 앞세워 보내셨습니다.

 

그러구나서 1년여 후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같으면 '난 자신없는데' 하실때 무슨 말씀인지 알았을 것입니다. 아니면 아버지의 심상잖은 뒷모습을 보았을때 무슨 조치를 당장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집안에 제가 기억하는 초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죽는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가슴을 찧고, 또 찌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한입니다.

왜이리 바보같고, 멍청하고, 생각이 짧았는지 ....

 

저는 저 자신을 돌아볼때, 내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을 내가 내 자식들에게 손상하지 않고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가?라고 물어봅니다.

저는 감히 그림자도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지금은 천국에서 하나님 곁에 계실 그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또 죄송하고,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