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은 최대한 빨리 첼시와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
첼시는 같은 경기에서 두 명의 골키퍼가 실려나가는 매우 보기 드문 사건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쿠디치니는 그리 오래 결장하지 않겠지만 체흐는 끔찍한 머리부상의 여파로 시즌을 접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한편 한국에서는, 수원의 골키퍼 이운재가 벤치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부상 이외의 이유로 골키퍼가 교체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기에 골키퍼로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수 밖에 없다.
이운재는 주전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겪어야 하는 전통적인 딜레마와 마주해야만 한다. 주전에서 제외된 선수들은 팀을 응원하며 경기에서 이기기를 바랄까? 혹은 자신을 대체한 선수들이 잘 못하기를 바라고 있을까? 선수들이 뭐라고 말하건 간에 그들도 그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일 뿐이다. 한 소년이 사랑하던 소녀에게 배신을 당했다. 과연 그 소년은 옛 여자친구와 그녀의 새 남자친구와 행복하기를 바랄까?
만약 이운재가 임대선수로 첼시에서 몇 달간 뛴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운재는 이적시한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다. FA룰에 따르면 심각한 상황에 놓인 팀은 때에 관계 없이 골키퍼를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첼시 제3의 골키퍼의 이름은 힐라리오다. 골키퍼로서는 좋은 이름이 아닌데 마치 ‘매우 우스운’(very, very funny)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인 ‘hilarious’와 비슷한 어감이 나기 때문이다.
힐라리오는 지난 몇 년간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고 경력도 전혀 특별할 게 없는 선수이다. 제 3의 골키퍼인 그가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을 리도 없지만 보통의 제3 골키퍼들은 이제 막 프로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이거나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힐라리오는 30대 초반이고 보통의 경우라면 전성기를 맞고 있어야 한다.
임대가 성사된다면 첼시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 8강전의 승부차기를 승리로 이끌고 4강전에서도 뛰어본 경험 많고 믿을만한 골키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국가대표로서 101경기에 출전했고 독일 월드컵에 참가했던 전세계 32명의 골키퍼 중 한 명이다. 그는 2002년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고 여전히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수원의 골키퍼 박호진이 잘해주고 있고 팀도 계속 승리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운재가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고 있는 팀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수원의 입장에서는 이운재와 같이 경험 많은 골키퍼를 잠시 내보낸다는 것이 위험스러울 수도 있지만 보람 있는 되는 결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이운재가 첼시에서 뛴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특급 스트라이커들과의 대결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는 컨디션을 되찾은 더 나은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첫 아시아 출신 골키퍼의 탄생은 (볼튼의 제3 골키퍼는 오만 선수지만 경기에 출장한 적이 없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테고 이운재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운재가 첼시에서 뛰며 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한다면 베어벡으로서는 이운재를 무시한다는 게 불가능해진다.
물론, 이러한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에 출전했던 골키퍼들 중 퍼스트 팀에서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볼튼은 첼시에게 자신들의 제3 골키퍼인 알리 알 합시 선수의 임대를 제안했지만 이 오만 골키퍼의 경기 경험은 이운재가 가진 그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첼시와 수원, 두 팀 모두 삼성이라는 커넥션을 갖고 있으며 첼시는 당연히 이운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삼성그룹 또한 이운재가 “Samsung”이 새겨져 있는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