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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싸움을 끝낼까 합니다...

얼둥아기 |2003.09.01 17:14
조회 1,698 |추천 0

아래있는 결혼후유증님의 결혼적응기를 읽고

갑자기 결혼 후 남편이 포기한게 뭐가 있나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나만 포기하고 살고

신랑은 포기한게 없는걸까?

 

한참을 생각해 보니

많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꽤 큰걸 포기하고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7월에

남편 월급이 보름이나 늦게 나온적이 있습니다.

매일 통장을 확인하는데

1주일쯤 지나니까 서글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카드값, 보험료 못내고 현찰도 떨어져서

혼자 도시락 싸서 다녀야 하는 상황

등록금으로 모아둔 돈이 있지만

손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월급은 계속 않들어 오는데

남편이 월급만큼의 금액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어디서 난거냐 물어도

나쁜돈 아니니 그냥 쓰란 대답뿐....

결혼전 모아둔 비상금인가?

그냥 썼습니다...

 

다행이 1주일쯤 더 지나서 월급이 나왔고

남편은 그제서야 얘기하더군요

현금 서비스 받았다고...

 

화를 냈습니다...

아직 등록금낼때 않됐으니 우선 쓰면 되는데

왜 의논도 않하고 혼자 감당하냐고...

자기 몫이니 상관말랍니다.

 

현금서비스 이자 주겠다고 했더니

그것 역시 자기 몫이라고 원금만 달랍니다.

이자는 자기 용돈으로 낸다고...

 

그때 첨 느꼈습니다.

함께 하는 가정인데

생활비 떨어진걸 혼자 감당하려는 모습

저게 가장이구나... 아버지들도 힘든거구나...

 

그 우직함과 융통성 없음에 화가 났지만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아무리 맞벌이를 해도

생활고에 대한 책임감은 남자가 더 강하겠구나

많이 힘들겠구나

 

저는 남편과 9년 친구로

겨우 6개월 연애하고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남편의 총각 생활을 잘 알죠

연애할때 이전 모습까지...

 

가만히 생각합니다.

남편이 포기한 것들을...

 

결혼전 월급받아서 보험료 약간 넣고 모두 다쓰던 그가

지금은 그때 3분의 1밖에 않돼는 용돈 타서 씁니다.

 

레포츠가 좋다고 돈걱정않고 접는 자전거도 척척 사던 그가

인라인 사려면 생활비 아껴야 한다는 내걱정에

"괜찮아 살은 달리기해서 빼지 뭐... 나중에 돈 모이면 사자..."

하며 바로 포기합니다.

 

툭하면 집으로 친구들을 끌여들여서

열쇠까지 주면서 자기방을 내주던 사람이

결혼후 한번도 친구를 집으로 데려온적 없습니다.

 

새벽까지 술마시고 놀던 생활도

결혼 후 12시 넘으면 외박이란 협박(?)에

1차 끝나면 들어옵니다.

게다가 술자리 횟수도 많이 줄고...

 

손가락 까닥 않고 살았던 사람이

청소, 빨래, 설겆이 다합니다.

청소기를 송강호처럼(어느 광고처럼) 돌리지 않고 정말 돌린다고

빨래도 개주지 않고 정말 갠다고

시동생이 놀랄 정도니까요

 

우선 생각나는건 이것뿐이지만

어쩜 다른것들도 있겠죠...

 

많이 소홀해지고, 많이 달라진 남편에게

지금은 화가 많이 나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싸움도 많이하고

냉정 중이지요...

 

어제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미워할려고 결혼한거냐고...

 

근데...

이글 쓰면서 저 자신도 많이 반성합니다.

나만 포기하고 사는거 같아서

어제 남편에게 당신만 하고 싶은대로하고

내의견은 왜 묻지도 않느냐고 화냈었는데...

남편도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지는 못하겠지요...

 

결혼전보다 일에 더 묻혀 있는것도

그래서 갈수록 나를 외롭게 만든것도

어쩌면 가장이 되어버려 생긴 책임감 때문일지 모르죠

 

이번엔

제가 먼저 숙여야겠습니다.

서운한거 그냥 묻어두는게 아니라

이래서 속상했다. 하지만 당신을 이해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고 안아줘야 겠습니다.

 

맨날 져달라 안아달라 투정부리던 얼둥아기지만

오늘은 제가 가서 안아 줘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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