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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 피아 `3rd Phase- 잘쓴 평론.

딸기할매 |2003.09.05 12:17
조회 981 |추천 0

요기 게시판엔 락음악에 관심있는 분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좋은 평론이라 생각해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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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김작가의 음담&악담] 피아 `3rd Phase`

각 파트들 호흡 전작 능가


피아라는 이름은 서태지 컴퍼니의 대대적인 프로모션 공세를 받고 있어 최근에서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미 오디오와 비디오를 겸비한 팀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등 굵직굵직한 록 페스티벌에서 "대대로 실력 있는 고장"인 부산 출신다운 기량을 과시하며 지명도를 얻었고,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데뷔 앨범 수록곡 "원숭이"의 연주가 시작되면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시쳇말로 완전히 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의 침묵 끝에 조용히 세상에 나온 2집 "3rd Phase"는 인상적인 붉은 커버 속에 담겨 있다.

사실 이들이 말랑말랑해졌을 거라고는 감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루브와 텐션을 적절히 만들어내는 베이스, 사운드 톤을 가능한 한 높이 올려 얻어내는 둔중한 기타 사운드와 양념이 아닌 그 자체로 충분히 본 재료 역할을 하는 디제잉 멤버 심지의 턴테이블과 FX 등 벌써 결성 5년 차를 넘어가는 피아의 기량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긴장의 적절한 고조와 해소, 가운데로 팽팽히 조여 드는 각 파트들의 치밀한 호흡은 오히려 전작을 능가하고 있다. 감성적인 면이 강화된 하드 코어인 일본 이모코어(Emocore)의 사운드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감이 피아와 이토록 잘 어울릴지는 몰랐다.

혹시라도 인디에서 메이저로 넘어가며 맛이 가버린 다른 밴드들의 선례를 밟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이들이라면 한숨 돌려도 좋겠다. 하지만 1집 "Arrogant Empire"의 극악무도한 포효와 과격함만을 기대했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나의 사전에 노래란 없다"는 듯 시종일관 질러대기만 했던 옥요한은 이번 앨범에서는 걸걸한 그라인드 창법을 최대한 자제하고 "노래"를 하고 있다. 노래들의 구성도 좀더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다듬어진 반면 1집의 멈춤 없이 오직 작렬하기만 하는 파괴력은 좀 덜하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피아도 타협한 건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앨범에서 "히트곡" 감은 없다. 좋은 노래가 없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버려가며 상업성에 영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몇 년 전 술 자리에서 그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록 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보다는 좋은 음반, 우리 스스로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옥요한은 진지하게 이야기했었다. 이 앨범에 그들 스스로 100% 만족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메이저로 올라간 김에 방송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한 만한 노래 한두 곡쯤 실을 수도 있겠건만 그러지 않은 피아의 고집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한국 록 사운드를 발전시킬 만한 록이란 바로 이런 "치열함"을 갖춘 음악일 것이다. 이런 사운드를 만들기 위하여 이들은 5년 이상을 몸바쳐왔다.

대중음악만담가 mellowgo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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