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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다 무서운게 체대... 신입생 길들이기의 실체

답답합니다. |2008.03.05 18:30
조회 36,239 |추천 0

전 모대학 체대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어제 TV에서 한 신입생의 죽음을 보고 다신 저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제가 97학번이니까 이번에 입학한 새내기분들하고는 10년정도 차이가 나겠군요.
신입생이었던 제 눈에 비친 대학생활은 TV에서 보던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낭만적인 학교생활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만,

제가 경험한 대학은 학교라기보다는 군대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군대 이상이었죠. 솔직히 군대보다도 더 힘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신입생 길들이기.
신입생 길들이기는 학기 내내 계속된다고 봐야겠지만

두차례 공식적인(?) 행사로서의 길들이기가 있습니다.

OT와 신입생 환영회죠.

OT는 정식으로 학교에 입학하기 전이기 때문에 비교적 강도를 낮게하고, 입학후에 하는 신입생 환영회는 OT보다 강도가 휠씬 쎕니다.

신입생들이 처음 대학문화를 접하게되는 OT에서부터 신입생 길들이기가 시작됩니다.
버스를 타면 신입생들은 계속 '체가'라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군대에서 군가 배우는것과 비슷한 방식이죠. 무조건 목소리 크게...

앞에서 인상쓰면서 가르치는 선배를 보며 신입생들은 슬슬 살벌한 분위기에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OT장소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러 갈때나 이동할때는 항상 줄을 맞춰서 체가를 부르며 가야 합니다.
OT의 프로그램이란것도 이름은 다양하게 붙여놨지만 결국은 얼차려와 군기잡기 입니다. 선착순,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머리박기 푸쉬업등 각종 기합들.

군대 다녀오신분들은 아실만한 그런 풍경들이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구타도 발생하곤 하고요.
신입생환영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강도는 훨씬 쎄죠.

구타나 얼차려의 수준도 OT때와는 다릅니다.

 

그렇게 환영행사(?)를 치룬 신입생들에겐 어떤 연대감이랄까 '의식'들이 생겨납니다.

선배는 하늘이고, 같은 동기들은 그 선배를 함께 잘 모셔야하는 전우와 같은 느낌.

군대에서 이병들이 느낄 법한 그런 느낌들 말이죠.


그리고 학교생활 내내 수시로 발생하는 집합.

신인생들은 '동기는 하나다'라는 구호아래 다같이 기합과 구타를 당합니다.

집합의 이유는 별게 없습니다. 누가 누구한테 인사를 안했다. 누구 태도가 건방지다...

뭐 따지고들면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수시로 집합합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집합을 시키죠.

그리고 이어지는 기합과 구타들.

저와 동기들은 학교에서 모르는 얼굴이다 싶으면 무조건 인사를 했습니다.

혹시 얼굴을 기억못하는 선배인데 인사를 안하면 집합당할까봐 무서워서였죠.

 

재밌는건 이런 신입생들이 1년이 지나 선배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신입생때는 속으로 무수히도 욕을 하던 그 학생들이 선배가 되어 똑같은 일을 벌이는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군대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게 바로 체대의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은 학생들 선에서 유지되는게 아닙니다.

교수들도 그런 시스템을 매우 잘 알고 있고 당연하게 여기며 시스템 유지를 독려하기까지 합니다. 선배들은 그런 교수들의 기대에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일종의 책임감까지 느끼면서 신입생 길들이기를 하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본전생각? 난 이렇게 당했으니까 너희도 이렇게 당해야된다는 생각들보다는 체대라는 조직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에 계속해서 잘못을 반복하는 겁니다.

우리 대에서 이 시스템이 끊어지면 안돼. 이 시스템은 체대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해 라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말입니다.

절대 한 개인이 이건 잘못된거니까 그만하자 라고 해서 끊어낼수 있는게 아니란겁니다.
저런 시스템을 끊어내기 위해선 학교와 교수들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제 방송을 보며 교수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며 기도 안찼습니다.

교수란 사람이 자기 제자가 죽었는데 저렇게 밖에 말을 못할까...
학교는 군대가 아닙니다. 언제까지 저런 전근대적인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괴롭힐겁니까?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교와 교수들이 변해야합니다.

그들이 변하지 않고선 학생들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이번 사건으로 잘못된 대학문화에 대해 학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아래 사진들은 작년쯤이었나 이번 사건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나왔던 사진들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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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지나가다|2008.03.05 18:43
난 나이가 좀 많소..80년대 중반 학번이오.. 재수도 했소..고딩때 내가 동네에서 좀 놀았소.. 대학생되니 2학년들은 다 고교 동기더이다.. 근데 예비역넘들이 무지 군기 잡고 그러더이다.. 첨 몇번은 당했소.. 나중에 도저히 열불이 나서 동네 선후배들 불렀소.. 한 100명 왔더이다.. 공대를 한번 휘 저어 놓았소.. 더이상 건들지 않더이다.. 편하게 학교 다녔소.. 선배라고 설치면 혼나야 하오.. 내가 선배됐을때..내 후배들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오..
베플찌질이들|2008.03.06 11:21
꼭 중고등학교다닐때 찌질한 애들이 대학와서 선배대접 받으려고 그러드라. 오히려 좀 놀았던애들은 그냥 재밌게 대학생활 하는데
베플용인대|2008.03.06 14:32
용인대 학생입니다. 무도대학은 아니지만 무도대학 학생들이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매일 볼수 있습니다. 다른대학 체육학과도 그렇겠지만 저희학교, 너무 심합니다. 학생식당에서 밥먹다가 선배한테 쿠사리 먹고, 식당 한가운데 머리박고 있고... 기합, 구타, 선후배 사이에 규율이 너무나 심합니다. 이번일 저희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진실이 다 밝혀졌으면 합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이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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