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주에 처음 톡톡이란걸 우연히 알게 됐고, 한주간 정말 많은 사연들을 본
톡톡 초보입니다.
그냥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물론 여기 올라온 글들 대다수가 저의 상황보다 더 심각하고 힘든 문제이겠지만,
각기 처한 상황이 본인들에겐 힘든 문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냥 타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긴글을 쓸 예정입니다.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실분만 읽어 주세요.
전 32살 금융권에서 일하는 직장인이고 집에서는 1남 3녀중에 막내입니다.
그리고 제 여친은 30살 마케팅쪽 일을 하는 직장인이고 1남 1녀중 장녀이죠.
둘이 교제한 기간은 약 2년 3개월정도 됩니다.
사실 여기 톡톡의 많은 분들이 결혼이란 문제에 앞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이 겪으시는 걸로
판단되는데... 저흰 경제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제가 운이 좋아서 진급도 상당히 빠르고(작년에 과장진급 했죠) 또한 급여도 직장인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주 많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습니다.
더불어 저희집 또한 형편이 넉넉한 편입니다.
사실 제 와이프 될 여친이 힘들게 직장생활 하지 않아도 좋지만, 본인이 일을 좋아하더군요.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직장은 직장이니까요...)
원래 작년 12월에 결혼식 날짜가지 잡았었습니다. 물론 처음 결혼이야기가 나온건 06년 10월
이였습니다.
사실 제 여친도 훌륭하신 부모님 슬하에서 명문대 영문학과까지 나온 재원이고 워낙 붙임성도
좋고 해서 제 부모님이 좋아하시리라 생각했었죠. 헌데 문제는 그날부터 발생되었습니다.
상견례가 끝나고 여친과 차 한잔 더 마시고 데려다 주고 집에 들어 왔더니 집안 분위기가 냉냉
하더군요. 속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 이후부터 전 부모님과 1년 반정도를 미친듯이 싸웠습니다.
부모님은 딱히 뭐라 말할수는 없는데 그저 본인들 맘에 차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여친이나... 장인 장모님 까지도...
참고로 저희 아버님은 이북분이셔서 상당히 무뚝뚝하고 엄하시지만 상당히 이성적인 분이시죠.
뭐든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결정하시는 스타일이고 딸들한테는 최고의 아버지이지만
아들에겐 잘했다는 말한마디 안하시고 그런 분입니다.
그에 반해 어머님은 다혈질이시고 여자임에도 최고의 가치관이 '의리'이신 분입니다.
어머님이 반대하시는 건... 사실 오래 가지도 않을 뿐더러 설득할 자신도 있었는데,
문제는 저희 아버님이셨죠.
거짓말이 아니라 상견례날 이후 일년 반동안 아버지랑 전쟁을 치뤘죠.
물론 여친에게는 그 당시에는 그런 얘기도 못했습니다. 걱정하고 속상할까봐.
근데 아버님이 절대 양보 안하시고 서로 감정의 골만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결국 전 집에서 나와서 여의도 근처 오피스텔로 나와서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왕래도
없이 지내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여친을 봐서라도 다시 부모님을 뵙기 시작했죠.
물론 다툼은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여친은 저보고 왜 아버님한테 강하게 나가지 못하냐고 난리를 치고
여친 부모님께서도 절 불러서 뭐라 하시더군요.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더 힘들었던 건... 저희 아버님이 건강이 많이 안좋으십니다.
약이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그런 상태이죠.
예전에 그 무섭던 그 분은 어디가고 수척해지고 야윈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프죠.
그런 노인네를 상대로 제가 부모 자식 관계 끊고 결혼한다고 하면 정말 쓰러질수도 있는 상태였
죠.
지성이면 감천이라... 결국 일년 반의 길고 긴 설득 끝에 결혼 승낙을 받고 작년 12월에 결혼식
날짜까지 정하게 되었죠. 정말 그 때의 기쁨이란...
그 이후 결혼식장(둘다 기독교라 교회였죠) 예약하고, 전 마포의 25평 아파트까지 매매계약을
마쳤습니다. 물론 여친이 자기는 꼭 웨딩플래너 있어야 한다고 해서 다 계약하고 신혼여행지까지
모두 계약을 했죠.
헌데 작년 9월 결혼 준비 문제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발단은 간단했죠.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본인들 입장에서만 생각한거죠.
제가 성과급이 연봉보다도 많은데다 소득공제는 부양가족 없이 딸랑 저 하나입니다.
(성과급의 40%를 원천징수 하는데도 부족해서 작년말에 연말정산도 세금 더 냈습니다.)
그리고 전세보단 내집이 나을듯 싶어서 제 돈 60% 대출금 40%으로 집을 샀습니다.
(전 시작부터 부모님한테 도움 받는것도 싫었습니다.)
헌데 여친은 대출금 있으면 안된다고... 그건 전세랑 똑같은 거라고 뭐라 하더군요.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여기 톡에서도 가끔 남자준비금의 10% 운운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 룰을 이야기 하더군요. 정말 그날 차안에서 대판 싸웠습니다.
싸운게 문제가 아니라 제 여친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더군요.
하긴 저희 부모님도 누나 셋(나이 차이가 서로들 많이 납니다.) 시집 보낼때 딸 가진 죄인이라고
찍소리 한번 못하고 시집보냈죠. 부족하게 하면 내 딸이 시집에서 고생한다고 정말 최고로
바리바리 싸들여서 시집보냈죠.
그러니 저의 부모님은 요즘 세대가 어떤 세대인지 모르고 결혼이 남자쪽에서 하자는 대로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결국 일이 커지고 커져서 양쪽 집안 부모님이 다 알게 되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또 미친듯이 부모님을 설득했죠. 물론 여친도 제게 분명히 사과를 했고요...
헌데 아버님이 그 안좋은 몸으로 식음도 전폐하시고 결혼을 반대하시고...
어머님이랑 누나들은 이러다 아버님 돌아가신다고 난리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결혼 아버님이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이 결혼 하지 말라고 애원을 하시던군요.
여친은 여친대로 자기가 잘못했으니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자기도 12월에 결혼 못하면 미친다고...
가운데서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아버님과 협상 아닌 협상을 했습니다.
아버님이 결혼식은 당장 취소하되, 시간이 흘러도 두사람이 변치 않으면 결혼을 다시 승락해
주신다고...
저도 승낙하면서 한말씀 드렸죠. 기다리겠다고 아버님 맘이 변할때까지... 그리고 이 결혼 결국
못하게 되면 앞으로 제 인생에서 결혼이란 없을꺼라고.
결국 지칠대로 지친 여친이 작년 12월에 떨어져 지내자는 이별 아닌 이별 통보를 해오더군요.
너무나 사랑하지만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라고 기약을 해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냥 기달려
달라고 한다는게 여친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한달이 못가 여친이 제가 다시 연락을 해왔죠. 처음엔 사양했습니다.
우리집이 준비가 될 때까지 떨어져 지내자고... 그리고 부모님 걱정 안하시게 선보라고 하면
선보라고... 꼭 준비되면 내가 널 찾아간다고...
하지만 여친도 제가 없이는 안된다고 막무가내여서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여친 참 착한 아이죠. 그리고 요즘 아이답지 않게 뭐 사준다고 해도 사양하고 근검한 아이입니다.
물론 저한테도 잘하죠. 맏이인데도 어리광이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친한테 더 잘할려고 노력합니다. 해외 출장 다녀올때도 제 물건은 하나도 안사도
여친이랑 식구들 선물은 꼭 챙기죠. 그리고 때되면 처남 될 녀석이 아직 학생인데 용돈도
알아서 먼저 꼭 챙겨줍니다. 어디 맛난거 먹으러 가도 우리집에는 안가져 가도 여친 집에는
부모님 드시라고 꼭 포장해 갑니다.
헌데 오늘 여친 부모님께서 이번 주말 절 보자고 하시네요. 솔직히 가서 할 말이 없습니다.
그간에는 절 믿고 기달려 달라고 설득했었는데... 저희 아버님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얼어 붙어
있습니다. 사람이 낯짝이 있지 뭐라 해야 되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보아하니 요즘은 여친 부모님께서도 꾀나 불안하신지...
저 만나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여친이 집에 있으면 혹시나 제가 다른 여자 만나는게 아닌지
오히려 여친한테 물어보시더군요. (오늘도 금요일인데 왜 안만나고 집에 있냐고...ㅜ.ㅜ 딴
여자랑 데이트 하는거 아니냐고...)
제 생각은 제 아버님과의 합의(?)는 이제는 단판승부라 생각됩니다. 설익은 과일을 배가 고프다
하여 미리 따면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에...
올 연말까지 기다렸다 아버님께도 양보하는 명분을 만들어 드리고 설령 맘에 끝내 안든다
하더라도 어쩔수 없이 승락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몰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같이 살려고 인테리어까지 다한 아파트에 혼자 앉아서 이렇게 청승맞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을 말씀 드렸다간 당장 헤어지라고 하실게 분명하고, 그러자니 어설픈 약속아닌 약속
했다가 못 지키면 그땐 여친이 더 힘들어질테고... 진퇴양난입니다.
'불감청 고소원' 이라고 제게 결혼은 정말 간절히 원하는데 감히 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말 요즘 이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내일 뭐라 말씀드려야 할까요. 솔직한 제 맘으론 여친 부모님은 여친이 설득시켜 줬으면 합니다.
제 이런 못난 제 맘을 여친은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