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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친정먼저가기 결과보고

김아나 |2003.09.13 13:59
조회 6,920 |추천 0

 

좀 시끄러운 추석이긴 했지만 득과 실이 있었습니다.
득이라면 격년으로 친정먼저가기를 가족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과
실이라면 친정에 먼저가되 일 다해놓고 추석 전날 좀 늦게 가라는 거죠. 그리고 평소에 일 안하려고 뺀질거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2년전엔 얼렁뚱땅 감행했고 올해가 두번째입니다.ㅣ

추석이틀전 갈비 찜과 약간의 전을 부쳐 시댁에 갔습니다. 이튿날 일어나 식전부터 송편빚고 송편이 거의 끝날 무렵 오전 11시가 되니 형님이 오시더군요. 전을 좀 부쳐서 점심에 먹고 제가 설겆이를 하고 나서 간다했더니 어머님이 남편한테 일거리가 이렇게 많은데 어딜가냐고 화를 내시더군요. 사실 할일은 준비다해놓은 전에 계란 묻혀서 부치기만 하면 일은 다 끝납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전거리에 밀가루를 마저 묻히고 가방들고 나오려는데..형님이 저에게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며
동서가 얼마나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식구들 맘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격앙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 아들가진 자만 자식을 독점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시부모도 가족이고 친정부모도 가족이니 공평해야한다고. 형님은 자기도 이제 저 처럼 하겠다고 해서 전 바라던 바라고 했지요. 그리고 내일 10시까지 오겠다고 하고 나갔습니다.

남편과는 친정먼저가기에 대해 미리 의견일치를 보았고 어머님께도 말씀을 드린 상태였습니다.
친정에 가보니 그새 시모께서 전화를 하셔서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쿵 저러쿵 하셨답니다. 엄마는 자식교육 잘못시켜 죄송하다며 백배 사죄했답니다. 친정엔 제가 전을 해갔구요. 가서는 미리 준비해간 재료로 해파리 냉채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황태구이를 만들었습니다. 설겆이는 물론이구요. 전같으면 도와드리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는 안했는데 시댁에서만 일하는게 억울해서 의식적으로 더 합니다.

밤에 신랑과 누워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했습니다. 어머님도 심했지만 저도 잘못했다고. 형수에게 너무 배려없이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추석날 밥먹고 빨리가라는 엄마를 등뒤에 두고 설겆이 까지 하고 10시까지 맞춰서 갔습니다.

들어서자 "니가해온 갈비찜이 쉬어서 아무도 안먹었다!!" 식사를 마친 밥상엔 갈비찜과 전과 도라지나물과 국그릇 , 그리고 평소먹던 밑반찬 뿐입니다. 그리고 나서 추도예배를 보고 가족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전날의 일에 대해서 무례했던점을 사과했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세세한 자잘못을 따지면 할 말이 많지만 그러면 대화가 않될것 같고 형님이나 어머님을 전혀 이해 못하는게 아니니까요.

어머님은 니가 그렇게 친정부모가 애틋하면
- 결혼하지 말고 친정부모를 섬기고 살았어야 했다고 하더군요.
전 시집간게 아니라 단지 결혼을 해서 한가정을 꾸렸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이 신앙땜에 제사 안지내시면서 아버님 형제들 왕래가 끊어진것 등등 어머님도 사회적으로 또 동기간에 비난 받으며 힘드셨지만 지금은 추도 예배가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받아들여진다고, 이 일도 마찬가지라고요

-시댁에 와서 일을 안하려 든다고 요리조리 피한다고요.
인정하지만 그건 시누, 시누남편, 시아주버님이 일을 안하시기 때문에 그것 의식하고 살피느라 그랬다고, 그러니 나도 열심히 하겠으니 다 같이 열심히 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형님보다 덜 하지는 않지만  좀 튀니까 그렇게 보입니다. 제가 나서서 시누도 시키고 아주버님이나 시누남편에게 압박을 가하거든요. 남편은 알아서 잘하고요)
-식구들 다 있는데 너희만 빠지냐고하십니다.
친정식구도 가족이다 절반은 양보하셔야 한다고했습니다. .

형님은
-저의 뜻을 전혀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집안시끄럽게 이러는게 이해가 안된답니다.어머님이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되도 참고 지내니 어머님이 조금씩 달라지셨다고요.
두 딸을 생각하시라고, 다음세대를 생각하시라고했습니다. 나부터 바뀌면 세상은 점점 바뀐다고요. 처분만 바라고 기다릴 수 없다했습니다.(전 아들만 하납니다)
-형님이 나중엔 불만을 표현하는 제가 부럽기도 하고 맘에 안들기도 한다더군요. (형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

남편은
-딸만 다섯에 막내딸인 저도 이해되고 다른 식구들 맘도 이해가 되는데 조금씩 양보했으면 좋겠다구요. 명절에 혼자 계시는 처가부모님이 외로우실꺼라고요.(전 아무말도 안했지만 사실 전 남자 형제나 올케가 있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맘 보다 제가 좀 억울한 생각이 들고 다음세대도 생각하고 또 정말 세상이 바뀌길원하거든요.)

아주버님은
-집안 화목을 위해서 제가 양보했으면 좋겠다고합니다.(얘기가 길어지고 결론이 안날것 같아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며느리의 불만이 감춰진 위장된 화목은 결국 서로 뒤에서 원망하고 진실하지 않은 불편한 관계만 2-30년 계속될 뿐. 또한 시댁 만 집안이냐 친정집안도 집안이다)

아버님은 점잖으신 말씀으로 이 사안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하셨지만 결국
-일반적 규범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올해는 결국 격년에 한번 친정먼저가는 공식 인정받았고 추석 전날 늦게 까지 일하고 가되 추석날 10시 까지 오는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설은 신정, 구정이 있어서 문제가 없구요. 저의 바람은 저도 형님도 시누도 모두 격년으로 , 그리고 형님친정의 올캐와 시누네 동서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회의가 끝나고 마음이 가벼웠는데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친정부모가 동정받았다는 느낌과 당당한 나의 권리를 이렇게 힘들게 얻어야 하나... 그리고 반쪽 뿐인 전리품......등등..
저는 이제 서점에 가려 합니다. 여성학 관련 서적을 읽어보려구요. 나의 이 무거운 마음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이론적으로 무장하려 합니다. ( 형님도 친정에 먼저 가시면 좋을텐데 그럴 생각이 없으시네요...... 전, 형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좀 ......ㅜ.ㅜ) 다른가정에 비해서 대화와 나름대로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족들의 노력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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