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7
네이트닷컴 게시판지기가 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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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을 빛낸 유쾌한 영화 세 편
제 맘대로 뽑아본 2003년을 빛낸 유쾌한 영화들입니다. 순서 무시, 형식 무시, 기준 없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뽑은 세 편의 영화는.. - 수요 객원지기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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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의 한마디..
제 맘대로 뽑아본 2003년을 빛낸 유쾌한 영화들입니다.
순서 무시, 형식 무시, 기준 없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① 선생 김봉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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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자들에게 더러는 계산된 감동이란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만 저 같은
범인으로선 계산된 것인지 아닌지 따질 능력도 안되고 된다 한들 따지고
싶지도 않은 영화였습니다. 하나같이 새까만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입만 열면 “싹다~” “~그랬더래요” 같은 강원도 사투리를 울퉁불퉁한
감자처럼 툭툭 내던지는 모습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게다가 차승원이라는 걸출한(사실 이 수식어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붙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배우는 이성재나 김승우와의 투톱이
아닌 원톱으로서 이 영화를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폐교방침이 마지막에는 철회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끝까지 몰고
간 것도 참 좋았구요, 결국 폐교가 확정된 결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요즘 광고를 보면 시골의 작은 학교를 소재로 한 것이 많습니다.
복도 바닥에 튀어나온 못에 망치질을 하는 손길이라던지, 손바닥만한
운동장 전경이라던지,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느니…
왜 이제와서 새삼 시골의 작은 학교를 우리 앞에 이끌어내고, 왜 우리는
그런 단상만으로 알싸한 감동같은걸 느끼는걸까요? 심지어는 시골학교엘
다녀보지 않은 사람까지 말입니다. 그건 어쩌면 그런 단상으로 인해 냉정한 계산이 없었던 순수한 시절을 떠올려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② 보리울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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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빛나게 한 건 물론 시골의 아름다운 정경과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일겁니다. 그런 기본적인 배경 말고도 이 영화를
빛나게 한 두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장미희와 박영규를 꼽아야겠지요.
장미희는 차인표와 박영규라는 두 인물과 개별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한층 덜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일관하다가 마지막에서 마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마냥 어울림의
묘미를 알아가는 모습에서는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모 이동통신사의 훈훈한 광고가 떠오르게끔 하지 않던가요.
박영규야 뭐 이러쿵 저러쿵 말할 필요조차 없겠군요. 나이가 들어 만개한
이 배우의 연기를 보노라면 ‘카멜레온’을 열창하던 그가 계속 가수생활을
해서 설사 태진아나 송대관 같은 10대가수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가치를
결코 연기자로서의 현재 모습과 비교할 수는 없을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집으로>의 성공 직후와 맞닿아 있는 영화여서 그 후광을 입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지만 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영화는 후광아니라
후광할아버지를 노렸다 하더라도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입니다.
③ 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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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이
영화 <레인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일면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나
아무리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고 있어 다양한 소재가 많을 것 같지만 따져
보면 사람 살아가는 모양새는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모든 것이 유니크할
수는 없지 않을지. 명작과 유사한 소재라는 이유로 그보다 못하다느니,
아니면 베꼈다느니 한다면 그런 혐의에서 자유로울 영화는 얼마나 될까요.
예전부터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복형제나 계부,계모와 같은 불편한 관계는
많아졌으면 많아졌지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겁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이런 영화는 신문쪼가리에 구석을
장식하는 사건사고보다 훈훈하고 미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영화가 세상을
하루 아침에 확 바꿀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는
있다고 본다면,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에 이정재가 이범수의 흰머리를 보며 울먹이는 장면은, 아 정말로
속수무책이더군요. 작가가 울라고 설정한 장면인줄 다 알면서도 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