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라기에는 대사가 너무나 근사했던 잘만킹 감독의 영화대사처럼 끈적 하게 물줄기를 만들어가며 유리창을 투명하게 흘러내렸다. 게이트를 잠그고 나온 현관문 앞에는 스포츠 신문이 잔뜩 쌓여있었다.
유리네 옆집 남자대학생은 약간은 우스운 취미가 있다. 스포츠 신문을 읽고나서는 학교 가기 전에 꼭 유리네 집 앞에 버리고 날른다. 유리는 매일 아침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주어다 읽는다. 서로 손해 볼 것은 없다. 남자대학생은 폐휴지 정리 안 해서 좋고, 유리는 무상으로 신문을 제공 받아서 좋은 것이다.
‘세 남자와 세 여자’
꽤 된 신문들이었다. 유리의 입이 잔잔한 웃음으로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했다. 모두가 이상할 정도로 클로즈업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화려한 파티의 남녀들이란 테마였는데, 세기의 스타 제이슨과 그의 여자 이유리와 그날 배틀을 함께 했던 프랑스인 건축가와 슈퍼모델, 그리고 외국인 영어강사와 수현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그 옆의 다른 하나는 앤지의 방북기사 클로즈업이었다.
----국제난민지원운동의 여전사가 된 미국의 인기영화배우 앤지가 8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 강연에서 재중 탈북난민을 ‘새롭게 부상하는 난민문제’로 규정한 뒤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콜린 파월 전 미국국무장관과 아일랜드 록가수 보노 등 명사들과 함께 국제난민지원운동을 펼쳐온 앤지가 재중탈북자문제로까지 관심을 넓힐 경우 탈북자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되는데? 중요한 것은 방북 전 서울에 먼저 들른다는 것이다. 과연 방북 때문 만일까? 세간의 관심은 얼마 전까지 앤지의 뜨거운 애인이었던 제이슨이 서울에 있다는데 몰려지는데......
정말 우스웠다.
앤지가 서울에 온 것은 그녀의 옛 남자에게 육탄공세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스텝들 기동력이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가벼운 노란색 코트를 걸친 유리는 택시에 올랐다. 택시에 올라서는 아무 말도 안하고 차창 밖으로 달리는 깨끗한 도로를 보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누군가 깔끔하게 청소를 한 것이 분명했다.
“에이! 신발?”
도로의 경치를 완전히 눈에 담기도 전이였다.
교차로에서 웬 미친 허름한 경차 한대가 우측에서 마구 질주해서 달려오다 끼익하니 멈춰서며 욕설을 내뱉었고 택시기사는 크락션을 울리며 차를 정지했다.
“그냥 박으면 될 것 아니야! 아침부터 시끄럽게”
경차에서는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완전 적반하장이었다. 도로교통의 원칙은 직진차 우선이다.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우측에서 돌발 끼어들기를 하려던 차의 운전자가 택시기사가 제어신호로 크락션을 울리자 시끄럽다며 욕을 해대는 것이다.
박아봤자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것은 경차 운전자 본인인데 말이다. 추돌 예상 장소는 허름한 경차의 차체 좌측과 택시의 범퍼 쪽이었기 때문이다.
“아가씨 경차에 남자만 있어요?”
룸미러로 택시기사는 눈짓으로 유리에게 사인을 보냈고 유리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경차의 내부를 보았다.
“남잔데요, 인상이 험악해요.”
경차의 내부는 차유리의 선팅으로 인해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인상착의가 남자인 것만 확인되었다. 그것도 젊은 남자애들.
“그냥가요!”
옛날 같으면 유리가 차에서 내려 걔네들하고 한탕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사랑의 휴일이다. 사랑의 휴일 동안만큼은 개구리들의 겨울잠이 깨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Hello!”
‘그리고 아침부터 왜일까?’
사무실 문을 열고 유리의 파티션으로 가자 수현과 수현의 영어강사가 유리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