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십대 후반인 처잡니다. 지금은 남친이랑 동거 중이구요, 사귄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사귀기 전에도 남친의 술버릇에 관한 얘기는 대충 본인한테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잘 해서 같이 바로잡으면서 해나가면 되겠지 하고 사귀기 시작했어요.
담배 끊고, 술도 덜 먹으면 사겨주겠다, 이랬더니 알았다고 잘 하겠다고 했더랬죠.
담배는 끊었는데, 이 놈의 술 때문에 가끔 아주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남친의 친구들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도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제가 옆에 있지 않거나 옆에서 뭐라고 안 하면
술잔에 술을 계속 들이붓네요.
술이 센 것도 아니에요. 두 병 먹으면 이미 그 분이 오시고 말죠.
그냥 술 취해서 즐겁게 논 것도 아니고, 일단 그렇게 많이 취하고 나면 다음날 기억을
하나도 못합니다. 이건 증상이 너무 많이 오면 치매가 된다던데, 제가 자기 걱정해서
술 조절하라고 하는 것도 알면서 그렇게 마셔대네요.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를 만나러 혼자 나갔어요. 그 때 제가 같이 갔으면
좀 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있지만 일단 저는 경고를 준 상태였고 그 날은 몸도 많이
피곤해서 쉬고 싶어서 혼자 나가라 했습니다.
피곤한데 뭐하러 술 마시러 가냐고, 마시려면 다음 주에 쉬는 날 마시라고 했는데
굳이 가겠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도 또 술 취해서 집에 오면 알아서 하라고 진짜 화낼
거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적게 마신다고 하고 나갔어요.
그 호프집이 새벽 3시에 문을 닫아서, 세시 반 정도면 들어오겠지 했습니다.
열두시랑 한 시에 통화했는데 친구랑 술 잘 마시고 있었고 목소리도 괜찮았거든요.
근데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다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난 자겠다고 하고 일단 누웠는데,
짜증이 나서 잠이 안 오더라구요. 얼핏 선잠이 들었다가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눈을 떴는데 시계를 보니 3시 반이더군요. 바람이 많이 불면 건물에서 가끔 소리가 나거든요.
전화를 몇 통을 해도 배터리 없어서 통화는 안되고, 어디서 술 먹고 기절을 했나,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나 답답하고 속상해서 잠이 확 깼어요.
그러고서 컴퓨터 좀 하다가 5시가 됐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까 잠결에 들은 무슨 소리가 혹시 문 밖에서 난 건 아닌가.. 해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혹시나 해서 문을 열었는데, 이럴 수가..
복도에서 편하게 누워 주무시는 중이더군요. -ㅁ-
술 취한 사람 부축해보신 분들만 아시겠지만 진짜로 무거워요. 원래 몸무게는 70kg 정도..
팔을 끌어서 일으켜 앉히는 것도 진짜 힘들더라구요. 힘겹게 앉혀놓으면 다시 누워버리고..
한참 시도하다가 속이 상해서 옆에 앉아서 엉엉 울었어요. 아파트 복도라 누가 들을까
소리도 못내고..
결국 다리를 질질 끌어서 집안 현관까지 끌어다 놓았더니 힘이 쑥 빠지더라구요.
어찌나 힘을 썼는지 팔이랑 어깨는 빠지려고 하고..
어차피 잠도 안오고 해서 남친한테 편지를 썼답니다.
이게 뭐냐고.. 힘들어 죽을 뻔 했다고.. 거기서 그렇게 자면 창피하다고.. 나랑 약속한 것보다
친구랑 먹는 술 한 잔이 더 중요했냐구요..
현관에 끌어다 놓으니 코 골면서 잘도 자더군요.
동생한테 이야기했더니 술버릇 개 못준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거의 항상 좋아요. 너무 잘 해주고, 예뻐해주고.. 이것저것 자꾸 해주고 싶어하고..
아무튼 그 다음날 화 좀 내고 편지 줬더니 반성하고 잘 하겠다고는 합디다..
그냥 그 때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기분이 업 돼서 더 마시게 됐다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술버릇 고치는 현명한 방법 어디 없나요? 아시는 분 제발 좀 가르쳐주세요.
저 진짜 간절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