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소녀 이야기 prologue*
늦은 시간.....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내게는 알 수 없는 허탈감이...... 가슴을 채우곤 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앞 가로수에 몸을 기댄 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 사이로.....
답답한 나의 심정도... 조금씩 흩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한명이 서서히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땅바닥에 침을 한번 '찍'하고 뱉어내더니......
거침없이 내게 말을 건내왔다......
'젊은 오빠..... 담배 불 좀 빌립시다......'
헐..... 어이가 없었다.....
고작해봤자 갓 고등학교에나 입학했을만한 여자애가.....
어떻게 그토록 거침없이..... 그런 말을 해 올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녀를 새차게 째려봐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새찬 눈빛이 우습다는 듯이......
'아니꼽냐'라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의 눈을 응시하였고........
나와 그녀의 눈 속에는.... 스팟크가 일어났다....... -_-++ 찌리리릿....
그리고 난.... 그런 그녀를 보면서 한 어휘를 떠 올렸다.......
"무섭다.....-_-a"
아무리 나이어린 여고생이었지만......
그녀는 하고 다니는 모양새부터가 예사치 않았다.......
자신의 짧은 머리는..... 아주 노랗게 염색해 놓았었고.......
귀에 걸려 있어야 할..... 귀거리는........ 자신의 코에 주렁 주렁 메달려 있었다.....
그냥 딱 봐도........ 그녀의 얼굴엔......
'난 무서운 양아치에요..'라고 써 있는 듯 했다.......;;
결국 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라고 속으로 외치며.........;;
아주 공손하게도.....
그녀에게 담배 불을 붙여주었다.......-_-;;
사실 그녀는.... 내게 담배 불을 빌린게 오늘 하루만의 일은 아니었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종종 이 버스 정류장 앞에서...... 그녀를 보곤 했었다.........
또한 그녀는..... 나와 방향이 같은 지역에 사는지.......
내가 타는 버스에 함께 오르곤 했었다......
우리는 가로등에 몸을 기댄 체.....
한동안 담배를.... 뻐끔 대고 있었다..........
우리 주변으로는.....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은 우리를 한번씩 힐끔 바라보며.... 혀를 '끌끌'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구경꺼리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정류장 근처에서...... 칠십은 족히 되어 보일만한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던 그 할아버지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전단지를 나눠 주려고 무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할아버지의 전단지를 피해 버리곤 했다.........
그 날은 왜 그토록.... 우리가 기다리던 버스가 오질 않던지.....
약 삼십분간은 정류장 앞에서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 할아버지를 좀 더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과는 달리....... 그 할아버지는......
숨이 차 오르셨는지..... 많이 지쳐보였고......
그의 전단지를 피하는 사람들을 느끼고는.....
이젠 아예 용기조차 잃었는지.....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보이는 것조차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삼십분동안 할아버지가 돌린 전단지는......
오직......
"두 장...."
보고만 있어도....... 안타까웠다.......
칠십이 된 노인이.... '오죽했으면... 이런 일을 할까'라는.....
동정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동정심이란 것은 단순한 마음의 감정일뿐.....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나는..... 서서히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가 빠진 느낌이었다........
내 뒤로는 분명히 한 사람이 더 타야했는데.........
그 사람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바로..... '양아치 소녀'
그녀는 버스에 올라 탈 생각을 하고 있질 않았다.....
다만...... 여전히 그녀의 눈은..... 그 할아버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서히 버스는 출발해 가고.......
자리를 잡은 난..... 창밖의 네온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미 속도가 붙은 버스였지만.... 버스 뒤 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양아치 소녀'의 모습을 난 분명하게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전단지를 뺏어 들더니......
자기가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있던 거였다...........
그 할아버지께.....
'무서울 게 뭐가 있냐며....... 그냥 이렇게 돌리면 되는 거라고...... 힘내라고....!'
그리고 내게는.......
'왜 도울게 없냐고..... 동정심은 단순한 마음의 감정만이 아니라고....!'
그렇게 그녀는..... 우리에게.....
'무언의 소리'를 외치고 있었던 거였다.......
한순간.... 나의 뇌리는...... 공황에 빠지고 말았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한국이란 사회 속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평등의 기회에서..... 제외되어 왔던 걸 숱하게 보아왔던 나였다....
"부귀해지면 친척도 이것을 어려워하고,
빈천해지면 이를 업신여긴다..(소진)" 란 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었던 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과 '마음'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내게.....
통렬한 펀치를 날려버렸던 것이었다.....
"좃 같은 세상.... 용서치 않겠다면서~~!"
다음 정거장에 버스가 서고........
난 조용히..... 그 버스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