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고수는 성냥개비 100개를 주면서
"이건 칩이라고 하는건데 배팅할때 걸면 되는 거야.그리고 칩을 다 따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알겠지."
"응..쉽네."
서희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글쎄 쉬울까?
고수는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지만
마치 초등학생 삥 뜯는듯한 쑥스러움이 드는 이유는 뭘까?
"카드 오픈 우선 너가 가진 세장의 카드중에 하나를 오픈하고 높은 사람이
선이 되는거야..글치..배팅하고 받고 카드 돌리고 다시 배팅하고..
자~ 히든.."
얼마나 친절하고 오붓한 분위기인가?
고수는 트리플이였다.
이정도면 배팅 할만하군 하고 생각하는데...
서희가
"이것 전부다..."하고 칩을 다 던졌다.
이런...뭘까? 서희의 액면을 면밀히 봤다.3.4.5.6...
후후 스트레이트이군..
"난 다이(die).."
"그러면 이것 내가 다 갖는거야?"
칩으로 나와 있는것을 서희는 가리키면서 말했다.
"응..그래 너가 먹는거야."
그런데 고수는 갑자기 뭔가 찜찜하면서 서희의 패를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가 강렬해졌다. 그래서 고수는
"원래 한판이 끝나면 자신의 패를 주는게 포커의 예의거든..."
서희는 아까 받은 종이를 뒤져보더니
"아니 그런 애기는 없는데.."
"세상의 모든 것을 법전에 쓸수 없는것 처럼 모든 룰을 다 적을수 없는거지."
모른다고 사기치면 안된다..고수야~
"그래?.."하면서 서희는 자신의 패를 보여주었다.
3.4.5.6.8
뭐야~ 뻥카 잖아.아니 이것이 초반부터 뻥카를 치네.
타짜들이 기를 죽이기 위해서 하는 작전중에 하나인데..
혹시 이것 꾼아니야?
"뭐냐? 스트레이트가 아니잖아."
서희는 족보를 적은 종이에서 스트레이트를 찾아보고
"어 정말 7이 없네...아니구나..그러면 내가 먹은 것 다시 돌려줘야하는거야?"
"아니 그럴것은 없구.."
아니 이것 정말 모르는거야..모른척 하는거야? 으악~ 돌겠네..
머리가 쥐가 날것 같았다.
정신 차려야지..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다음판부터 주의하면 되는거야.
기다려라 내가 포카지존의 진면목을 보여주지..후후..
"히든"
고수는 "올인"
"그러면 나는 죽을래"
"아니 왜 죽어?"
"패가 너무 나뻐.."
"어디봐..플러쉬네 그러면 살아야지 왜 죽어?..."
"그런데 왜 신경질이야?..죽던살던 내맘이야 그러면 너는 뭔데?
뭐야 풀하우스잖아..나보다 높잖아..아주 못됐어..."
서희는 고수를 째려보았다.
"음.." -_-;;;
어라..오늘 왜 이러지? 맞어 초보라고 너무 얕잡아보고 있군..내가..
사자는 토끼를 잡을때도 전력을 다한다는데..
정신차려라...도박의 지존이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나 안할래...재미없어..."
서희는 카드를 던져버렸다.
"그러면 우리 마지막으로 딱 한판하자?"
"싫다니깐 재미없다니깐.."
"그러지말구 딱 한판만.."
이제는 도리어 고수가 매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하기 싫은데...그러면 어쩔수 없지..딱 한판이야"
고수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자~ 히든"
고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패를 쪼여보았다.
그래...이거야..내가 기다리던게...
퀸포카 (QQQQ)
찬란한 과거의 영광이여~ 오늘밤에 다시 한번...
고수는 의기양양해서 올인하고 자신의 패를 까보였다.
"푸하하~ 이것 미안해서 어쩌나? 내가 이겼네..푸하하하"
서희는 고수의 패를 보고 싱긋 웃더니
"내가 더 미안한데..."하면서 자신의 패를 보였다.
킹포카 (KKKK)
헉~ 이런.. 이런.. 허탈해진 고수는 하늘만 쳐다보았다.
밟을 날이 있으면 밟히는날도 있다는 도박판의 격언이
뼈속깊이 스며드는 날이 였다.
그러나 설마 오늘이 그날이 될줄은... 그것도 처음 시작한
초짜한테 이렇게 밟히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헤헤헤..내가 이겼네.그러니깐 안한다고 할때 그만하지.."
"그..그러게 말이다..허허"
고수는 웃고 있지만 울고 있다.
"아~ 잘 놀았네..아참 우리가 뭘 걸고 했지?
맞다..소원한가지 들어주기였지..뭘로 할까?"
서희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지금은 생각이 안난다..그럼 저축...헤헤헤"
서희는 깡총깡총 뛰면서 안방으로 사라졌다.
고수는 멍하니 카드가 깔려있는 바닥을 보다가...
"에이씨~ "하고 확 뒤집어 버리고 뒤로 벌렁 누웠다.
머리만 닿으면 잠드는 고수라서 그자세로 그대로 잠들었다.
그날밤 킹카드들한테 둘러쌓여서 돌림빵을 당하는 꿈을 꾸었다.밤새도록..
"오늘은 뭘 입고 나갈까나?"
옷장을 열어보고 고민하다가 검은색 쟈켓을 골라서 입고 거울을 보고
옷을 추스리다가 안주머니에서 봉투하나를 발견했다.
이게 뭐더라..아하~ 전에 정사장이 준 발레티켓이구나..
발레라..내가 발레 볼 일이 있나?
그래 은진씨..은진씨가 있었지..내가 바빠서 만나지도 못했네...전에
전화도 했는데...많이 섭섭했겠다.
발레나 같이 보자고 할까?
"여보세요..저 고수입니다..은진씨세요?"
"네에"
"일전에는 죄송했습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바로 전화 드려야 하는데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음..저..저기여..혹시 이번주에 시간 있으세요?"
"글쎄요..토요일쯤에는 시간이 있을것 같은데요.."
"그래요? 그러면 발레 좋아하세요.네-에..
저도 그렇쵸..머리털나고 처음인데요..제목이 백조의 호수군요.
속편은 백수의 호수가 될것 같네요..후후.."
"갑자기 사무실 창문에 서리가 끼었네요."
"하하..그렇쵸..뭐..내가..하하"
"그러면 강남역에 보면 푸른정원이라는 까페가 있는데요..전화번호가.."
고수는 전화번호랑 약도를 알려주고 시간약속을 하고
"네에..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네에 고수씨도요.."
전화를 끊고 싱글벙글하면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속에 서희가 스윽 나타나서
"뭐 좋은일 있어?"
"아이~ 깜짝이야..너는 평범하게 나타나면 안되냐? 살떨리게..."
"어디가?"
"어디가긴?..일하러 가지.."
이때 전화가 울리고
"여보세요"
"오빠 저에요..선영이"
"어..선영이구나?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여기 알바가 알려주던데요.."
민혁이 자식이구나..
"언제 같이 술마셔요? 오빠랑 술마시기 정말 힘드네.."
"그래 마셔야지.그런데 이 오빠가 의외로 바쁘거던.."
"오빠..튕기는거예요?..여자도 아니면서.."
"글쎄 말이다..다들 나만 찾아요.사람들이..왜 그러지는 몰라도...
아마도 내가 인간성이 특출나게 좋은가봐. 인기가 좋은것도
아주 피곤해..스케줄 관리해주는 매니저를 하나 두던지 해야겠다."
"오빠 무슨 소리야?..여기 알바가 곧장 집에 가서 뒤비져서 잔다고. .
사람도 만나고 해야 하는데 하면서 알바가 걱정하던데.."
민혁이 녀석 죽었어..
"아니란다..항상 진실은 왜곡되는거지..이 오빠 정말 바뻐..그리고 오빠가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서희를 본다.
"알았어..언제 시간나? 시간되면 전화해...알았지?"
"그래 알았다."
전화를 끊자 서희가 옆으로 오면서
"선영이는 또 누구야?"
"너 이제는 전화도 엿듣냐? 그것 안좋은 습관이다. 고쳐라."
"누군데?"
"피씨방에 아는 동생인데..술같이 마시자고 자꾸 전화하네.
하여간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안둔다니깐 누구를 탓하겠냐?
다 잘생긴 내가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야지.후후.."
"너는 그렇게 말하고 민망하지 않냐?
어떻게 그런소리를 당연하다는듯이 내뱉냐? 이건 왕자병도 아니고...왕자암이다."
"알았다..알았어..그런데 이옷 괜찮냐?"
"어..그냥그냥 봐줄만하다."
"그러면 나 갔다올께."
"잠깐만..."
서희는 어깨를 털어주고 옷에 묻어있는 머리카락을 떼어준다.
"야~ 이러니깐 우리 부부같다..글치?"
"시끄러워..갔다와.."
"문단속 잘하고..간다."
"응 잘갔다가 와..올때 맛있는 까까 많이 사와..빠빠이~"
"그래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