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마을 어귀에 주차장을 개조한
자그마한 옷가게를 했었습니다.
1년 정도요.
옷을 좋아했고,
큰 돈 안들여
여자들이 좋아하는 자그마한 내가게를
문열었습니다.
전면 유리 앞에는
이름도 다양한 꽃들을 심었고,
예전에 쓰던 이젤을 세워놓고
읽던 책에서 남겨졌던 글귀들..
그리고 다른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스케치 북 하얀 좋이 위에
싸인펜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가게를 참 좋아했습니다.
손님이 오면
옷을 팔고
손님이 없으면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날..
어느 남자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동네 근처에서
새집을 짓는 인테리어가 직업인
사람이였지요.
내가 써 놓은 글귀에 발길이 멈춰
그냥 주인을 보고 싶었다나요.
녹차를 대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내성적이면서도
나이가 주는 용기로 선뜻 가까워졌나 봅니다.
동갑이였구요.
집짓는 공사가 계속 되는 동안
우리는 스치는 바람처럼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는 사람이였고
그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데
삶의 여정에서 잠깐 바람이 불었나 봅니다.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사서 전해 주고 사라진다든지.
가끔 칼국수를 함께 먹었던 것 같습니다.
한시대를
한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같은 감정이 많았고
이성이라는 야릇함이 조금씩 생겼던것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어느 여름날.
아는 사람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장흥으로 드라이브를 간적도 있습니다.
사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구요.
어깨에 손도 얹졌던 것 같습니다.
마치 연애를 흉내 내는 것 같아 유치했지만
오랫만에 느낀 야릇함이 싫지 않았습니다.
그후..
몇달 후 저는 가게를 접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장사가 체질에 안 맞았고,
그냥 그 환경에서 벗어 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 핸드폰에 그 친구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그전에는 전화 정도는 받아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잘지내냐,
어찌 사느냐,
가끔 생각 나더라,
그정도는 했었는데.
오늘은 그냥 두번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받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친구 사이라 해도,
별거 아니라 해도,
세상에는 눈이 있고,
결혼한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서,
그냥
부재중 전화로 찍혀져 있는
그친구의 이름만 몇번이고 봅니다.
아직 40대 라면
씨를 뿌리고 열심히 살아야 할 시기 입니다.
아이들도 자라고,
사회적으로 책임도 있고,
무엇보다 성실해야 할 저와 그 친구이기에
제가 안부정도 물어 보는 사이도 사양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불안정한 가정 때문에
방황 중이고,
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아~ 이래서 내가 이남편을 만나게 된거구나...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런 저런 정체감을 가지고 사는 내 삶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봐...
그 친구가 하루 빨리 가정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안정된 곳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안다면 말입니다.
저는 지금 남편을 위해
된장 찌게를 끓여 놓고
발자욱 소리에 귀 기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