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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준 것은 순결이 아니라 순수였더라.

안젤라 |2003.10.03 23:08
조회 1,700 |추천 0

너무나 무료한 일욜날 오후 문득 채널을 돌려보니 ocn에서 '시네마 천국'을 하더군요.

모두들 아시죠? 영화매니아가 아니더라도 ost때문에라도 널리 알려진 영화.

한참동안 감명에 젖어 처음보는 기분으로 마지막 엔딩 씬...유명감독으로 성공한 중년의 토토가

알프레도의 유물인 된 키스씬만을 모아놓은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 돌려보며 눈물을 흘리는.

거기서 부터 그만 얼굴이 흠뻑 젖을만큼 울고 말았습니다.

눈물의 의미는 글쎄, 영화감독이 꿈이였던 제가 그 꿈을 이루지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수도 있겠고

더 큰 이유로는 아마도 토토의 감정에 흡수된 까닭이겠지요. 그렇게 보내고 만 그 때의 순수한

시절에의 회한. 복받치는 그리움. 연인들의 키스신에 오버랩되는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속삭였어요. 저의 첫사랑에게.

그때 내가 너에게 준것은, 바친것은, 너와 첫 잠자리를 한 내 첫 순결이 아니라 내 모든 순수였다고.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싶어했는지. 얼마나 함께 살고 싶었는지. 얼마나 평생을.

 

나에게 몹쓸 일이 일어난다면 두번다시 너에게 얼굴도 들지 못할만큼 얼마나 미안스러울 것인가

에 얼마나 타인에겐 몸을 사렸는지.

 

결국 첫사랑에게 사랑을 얻어내지 못하고 결국엔 그 사람을 버려야 내 자신을 찾겠구나 싶어서

그때까지 사랑의 고민을 토로하던 친구와 술을 마시고 사람들이 많은 큰 도로변에서 이젠 널

버리겠노라고,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노라고, 더는 그리워 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로

깔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는 지하도에서부터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계단을 올라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내 사랑을 버릴 시점에 다른 사람의 이목은 가당치도 않았습니다.

어린아이처럼 화장은 덕지덕지 얼룩져서 엉엉 울면서 너를 버리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담날 시네마 천국을 비디오로 빌려봤던것 같네요. 그냥 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극장에서 본 영화지만, 그냥 보고 싶었던 영화네요.

 

그렇게 첫사랑을 보내고 벌써 삼년입니다. 그동안 전 타인에게 더는 몸을 사리지 않게 되었네요.

저 좋다는 사람을 삼년만에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사귀는 그 사람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저에게

결혼을 바라는 기색을 비취지만, 저는 쉽지 않네요. 몸은 가도 맘은 가지를 않아요.

 

잠자리도 허락하고 다정한 연인의 얼굴을 보여주지만 사실 함께 있어도 좋다거나 사랑한다는

감정은 더는 저에게 자리잡지를 않네요. 마치 감정이 고갈된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지금 그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첫사랑이 있었는데 너무나

그를 사랑해서 아직도 생각이 난다고, 그래서  너와 이렇게 사귀고 만나도 너와 결혼은 할수

없을것 같다고. 나는 결혼생각이 없다고. 그러니까 너 역시 나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라고.

 

...착한 그, 무슨 말인지 알았다네요. 그리고 제 말대로 저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것 같습

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함께 자고 다정하게 연인의 일상을 누리고 있어요.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해 전 질투도, 따지고 들수도 없습니다. 제가 한 말이 있으니까.

다만 그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아주 이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괴롭고

용서가 안되는 그런 제자신입니다. 저도 질투도 하고 그를 구속하고 그를 맘껏 사랑하는 애인

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차가워진 마음은 그런 감정마저도 만들어내지 않네요. 그저 약간

냉소적인 태도로 그에게 시종일관 제 마음은 향합니다. 언젠가는 끝낼 사람이야...하면서.

 

나쁜 여자죠? 압니다.

다만 다음날의 출근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첫사랑의 이름과 함께 당신에게 내가

준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의 '순수'였구나...하는 자각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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