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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무섭지 않은 세 가지 이유

똥뙈야지 |2008.05.13 20:23
조회 267 |추천 0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휴대폰으로 들어온 '휴교 메시지'를 보여주며 "얜 또 뭐야?"라고 코웃음을 쳤다.

 

소위 '문자괴담'을 보고 동요된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더구나 그날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휴교는 없다는 '진실'로 사태를 평정했다고 한다. 하기야 이런저런 스팸메일 한두 번쯤 받아본 요즘 아이들에겐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검찰에서는 '문자 괴담'의 진원지 파악을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읽은 한 논문에 따르면 신원을 밝힌 사람이 인터넷상으로 전하는 소문에 대한 신뢰도는 40%를 넘었지만, 출처불명의 소문에 대한 신뢰도는 0.8%에 불과했다.

 

물론 거짓 정보로 사회를 동요시키는 사람들은 벌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이 문자를 날리는 데 쓴 비용 대비 효과는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미국산 소고기 를 전면 개방했다는 뉴스가 갑작스럽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그만 뼛조각이 발견되면 문제를 삼던 당국 아닌가. 살코기 속에서 뼈를 헤집어 보여주던 뉴스 장면이 뇌리에 생생한데, 그 뼈를 통째 수입한다니, 국민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뼈를 고아먹는 식습관이 변한 것도 아닌데, 미국 소고기가 하루아침에 '질 좋고 값싼 소고기'로 둔갑한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졸속 협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시장에서 비싼 한우와 값싼 수입고기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설 엄마들은 식구들의 입 속으로 들어갈 음식의 안전에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들은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에 대한 우려, 그리고 그걸로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약간의 정보에 상당량의 불확실성과 상상력이 보태지면, 제법 귀가 솔깃한 '괴담'들이 탄생한다. 괴담을 뜻하는 여러 단어 중 하나인 'hoax'는 마술 주문 '호커스 포커스(hocus pocus)'의 반대말이었다고 한다. 마술은 사람들이 속을 준비를 하고 보는 반면, 괴담은 진짜처럼 꾸며져 사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괴담은 공중을 속일 의도를 갖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문(rumor)과도 구별된다. 소문은 주로 자연발생적이고 진실도 간간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근대화 이전의 괴담이 과학적 증거의 부재와 자유 언론의 미숙에서 자양분을 얻었다면, 정보화 시대의 괴담은 정보 과잉에서 오는 집단 패닉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것이다.

원본과 복사본이 구별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괴담'의 진원지와 파생경로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인터넷 괴담(Netlore)이 두렵지 않은 이유를 적어도 세 가지 꼽을 수 있다.


우선 모든 괴담은 어둠을 생육조건으로 하는데, 인터넷 괴담은 밝은 세상에서 상호 검증되는, 소위 네트워크 시스템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바이러스가 생기면 이내 백신이 개발되듯, 괴담을 걸러주고 소문의 진실 여부를 가려주는 시스템도 함께 가동된다. 과학의 발달도 중요한 이유다.

 

상당한 과학적 지식과 통계치가 축적되어 광우병 논란의 요지를 증거와 함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견을 보고 사람들은 입장을 선택할 자유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의 글로벌 성격을 들 수 있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나드는 실시간 정보 교환으로 광우병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 국지적인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유언비어가 없는 사회나 시대는 없었다. 광우병을 우려하는 혼탁한 아우성 속에는 맘 놓고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합리적인 바람도 깃들어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그런 소박한 바람을 풀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면 괴담도 차츰 빛을 잃고, 황당한 이야기로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사람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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