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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는 막내와 함께......

찬바람 |2003.10.07 01:22
조회 449 |추천 0

모처럼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윈드자켓을 입고 막내와 집을 나섰다.

햇볕은 공기와는 틀리게 따갑다.

두 달 전 막내가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한창 여름 휴가 시즌이니 휴가를 간 모양이라 생각하고
막내 방문을 여니 책상에 핸드폰이 있다.
" 흠... 핸드폰을 놔두고 갔네.....?? "
그리고 몇 일 후 막내가 다니는 직장 부서의 과장님이 집을 찾아 왔다.
출근을 안 한다고... 혹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고 ......
휴가를 간 것이 아니었다. 그 사이 막내 앞으로 예비군 훈련 소집증 이 두 번 왔고
그 두 번 다 불참을 했다. 결국 예비군 법에 걸리게 될 처지.....

 

한두 살 먹은 어린 아이라면 미아 신고라도 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실종 신고를 할 량 경찰 소를 찾아가니 관할 파출소로 가라고 하고
파출소로 가니 실종 신고가 안 된다한다.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실종이 아니라 가출 신고만 가능하단다. 또한 가출 신고를 해도
자신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찾을 수가 없다 한다. 검문 에 걸릴 수도 없고....

혹여 강도를 만나 어떻게 된 게 아니냐는, 꿈자리가 뒤숭숭해 가슴이 답답하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경찰관에게 공손히 여쭤 보지만 답이 안나온다.
차를 몰고 나갔기에 차량 번호를 불러가며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차량을 추적해서 찾는 방법은 없겠냐고 해도 그 것은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도난 된 차량 외에는 압류 할 수 없는 거라고 조금은 짜증 섞인 말투다.
영화는 다 거짓말인가? 사람이 없어 졌는데 , 하루아침에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는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경찰은 틀에 박힌 말과 서류 작성으로 끝낸다.
그것도 이리 가라 저리 가라....... 그 것이 법이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신고 말소를 했었다 막내를.... 예비군 법에 걸리면 그래도 나중에 벌금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예비군 동대 본부 상근 병이 일러 준다.
동대 본부 쪽에서 신고가 돼서 말소가 될 경우엔 벌금을 물게 되니
세대주께서 직접 하시면 사유도 있고 하니 나중에 괜찮다는...
한편으론 군 제대 후 에도 정신 못 차리는 막내가 평소 맘에 들진 않았지만
피붙이기에, 차가운 나도 걱정이 되긴 됐던 모양인지 동사무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두 달 전 집을 나간 녀석은 나흘 전에 집 근처에서 아버지께 붙들려 왔다.
행색이 꼬재재 하고 조금 여윈 얼굴로.....
전에 한번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생을 때린 적이 있었다. 군에도 같다온 놈이 게임에 빠져
몇 달을 보내고 결국 학점이 모자라 재적처리 됐을 때..... 그래서인지 아버님은 내게
동생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신다.

 

꿈이 있냐고? 언젠가 동생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없단다 자신은 꿈이 없다고 , 고교 시절 시를 잘 써 도내 백일장에 나가 장원도 했던
녀석이다. 항상 시화전에 출품되고 했던.... 그 당시 녀석의 꿈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아버님이 사내 녀석이 겨우 꿈이 그 정도냐며 나에게서의 서운함과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실 량 무역학과를 들어가게 했다. 똑똑한 막내만은 나처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셨는지..... 내 탓이 큰 것 같다.

 

 

난 막내 보다 더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생활했었다.
집에서 반대하기에 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기 위해 무조건 가방을 싸 집을 나갔다.
전 이거 꼭 해야 갰습니다 하며.....
그렇게 집을 나가 멋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던 형의 모습이 부러웠던 건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귀를 자극한다.
그래도 난 꿈을 이루려고 그랬던 건인데....막내 넌 뭘 한 거니?

 

젊은 날의 방황은 삶에 큰 비료가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꿈이 있이 배고픈 것과 꿈이 없이 배고픈 것은 천지 차이다.

어떤 연유로 집을 나갔는지 알게 됐을 때 정말 한 대 패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았다.... 그냥 어른이 돼는, 정말 어른이 돼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해하기로.....
ㅇ선배가 하던 말 처럼 서른 될 때까지는 그냥 지켜보자 하고......
그렇게 해서 오늘 말소 된 주민등록을 다시 살리려 집을 나섰다.
아울러 파출소에 들러 접수된 가출 신고를 취소하러....

가는 길 , 차안에서 막내에게 말을 했다. 이젠 정신 차리고 살자.!
추석 전에 경찰서에서 신원 미확인 젊은 남자 시체가 발견 됐다고
발 치수를 묻는 전화에 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놀라 셨겠니.....
어디 가면 어디 간다 말이나 하고 가라 , 형도 말하고 가자나..
그리고 , 이젠 좀 달라져야 되지 않겠니 ? 하고.....

사실 나도 형으로써 보여 준 게 없는 것 같다. 이십대 시절을 밖에서
보냈으니 집에 있던 동생들에게 형이나 오빠로서 필요한 부분들의
역할을 못해준 내 탓인 것 같다..... 사춘기 때의 길잡이 역할도....

 

 일을 다 보고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관공서는 처음은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해 어려운데
나중에 취소하거나 할 땐 단 5분도 안 걸린다고....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고.... 그 반대로 보험 회사는 처음은 간단한데
막상 보상받으려 할 땐 복잡하고 어려워,  냅둬라~! 안 받고 만다!! 하게 만든다.
이 것도 반대가 되야 하지 않나? 자켓 탓인지 이마에 땀이 맺힌다.
헷갈리는 머리만큼이나 글도 두서 없이 헷갈린다.

나도 철들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막내 동생은 정말 이젠 철 좀 들었음하고
바래본다.  모처럼 오늘은 일찍 잘 수 있을 것 같았건만
글을 쓰고 나니 오던 잠이 깨는 것 같다. 오늘밤도 정 안될 것 같으면
괜히 이불만 못살게 굴지말고 뛰어야 겠다.
뛰기 좋은 달리기 도로가 우리 집 근처에 있다.

이 시간 이후부턴 내 전용이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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