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홀로 자란 논의 벼 거두기

참돌 |2003.10.08 10:09
조회 185 |추천 0

어느날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집에 들어 오시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시는 말씀,

"우리 논에 나락이 어넙시 났당께."

가끔 시골 논에서 벼를 베고 난 후 다시 싹이 나서 벼가 익어있는 모습을 보았던 터

라 그리 놀랄것도 없다싶어 무관심 했다.

 

읍에 집을 비우고 다시마 작업을 하느라 부모님 집에 가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

있었지만 실상 논에 나가보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은 어머니와 함께 벼를 베로 가신다고 두 분이 나가셨다.

그러려니 했는데 하루에 끝이 나질 않았다.

제 삼일째엔 궁금하기도 학고 두 분의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내 일을 보류

하고 논으로 나가 보았다.

"이럴수가!"

난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950평의 논에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듬성듬성 나 있는 논 풀들외에 어디서 그렇게 맑고 투명한 노란색으로 알곡들이 열려

있는지 실로 감탄할 밖에 없었다.

"올해는 완전히 무공해 쌀을 먹겄다."

허리가 구부러지신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게 작년에 떨어진 씨앗들이 난 것이다.

얼마나 많이 나락을 흘렸길래 이렇게 많이 나오겄냐."하시는 어머니.

 

벼를 일일이 낫으로 베는 수고만 빼고는 모든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아버지께서는 연로하셔서 올 해는 논농사를 포기하시고 밭에 벼를 좀 심으셨다.

그런데 정작 밭의 벼는 거의 전멸하다시피해서 먹을게 없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논에서 깨끗하고 질좋은 벼가 익어 있으니 그 기분을 무어라

말할수 있었겠는가!

벼를 베고 묶고 하는데 4일이 걸렸다.

어제는 둥그스럼해지는 달빛 아래서 탈곡을 하였다.

일반벼 15가마.

찰벼 두 가마.

열 가마 정도를 예상했는데 탈곡수량도 많았다.

몇 억짜리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이런 기쁨은 맛볼 수가 없을듯 하였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

일까 보냐~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

 

힘들게 살아 오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팔남매를 키워오신 부모님.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하나님께 구별해서 시간을 드리는 정성.

두 아들을 잃으시고도 눈물을 안으로 삼키셨던 어머니.

우울증에 걸린 막내딸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그런 부모님께 아마도 하나님께선 올 가을 눈에 보이는 자비의 선물을 내리셨나 모르겠다.

가난함 속에서도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이 가을 나도 내 부모님의 신에게 마음껏 감

사를 드려본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