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담배이야기

칼..... |2003.10.15 11:39
조회 313 |추천 0

1.

내가 처음 담배를 접한건 국민학교 이학년 9살 무렵인것 같다.

어느날 점심 식사후에 아버지가 피우다 남기신 청자 꽁초를 한 모금 빨고 잠시 기절했었다.

그 충격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담배를 혐오하면서 살았다.

 

3학년 학력고사가 끝나고 나서 애들과 소위 다방(요즘 티켓다방이 아니라 촌에서 DJ가 음악도 틀어주고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원두커피가 나온다는 다방이다.)에 들락거리면서 담배를 외면할 수 없었다.

 

왜냐면 담배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뭐 그런 징표와 같았으니까.....

고등학교 일학년때 교복자율화(전두환대통령의 최대의 치적이다.)가 되면서 나이키 신발에 6:4가르마를 하고 뒷주머니에 도끼같은 빗을 꼿고 다니는 것이 멋이었던 시절에도 난 그냥 촌닥이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나도 범생이로만 살 순 없었다.

첨으로 빵집에서 줄줄이 마주보고 앉아서 미팅이란걸 해보고 저녁에 다방에 죽치고 앉아 맛도 모르는 담배를 폼나게 내뿜으며 (그냥 폼나려니 생각하고....) 앞에서 오렌지 쥬스를 쪽쪽 빨고 있는 저 가시내에게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속으로 끙끙거리고 그랬다.

 

학교에 들어가 뭔 환영회 멤티 등등에 불려다니면서 흡연의 생활화가 시작되었던것 같다.

아마 하루에 반값 정도를 피우면서 맛보다는 여전히 멋을 즐겼던가 보다.

 

그 당시에는 데모가 일상적이었고 최류탄의 매캐함을 이기기 위해서도 돌팔매질 중간에 담배를 물기도했다.

암튼 담배는 나의 일상에 점차 침투해왔으나 난 여전히 그 맛을 즐기진 못하였다. 그 예로 난 뻐끔담배를 피웠던 것이다.

 

2.

적어도 내가 사는 환경에서 그 당시 담배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만약 여자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남자가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 만큼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지만 가끔은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전대협이 국토순례 대장정으로 우리학교에서 모이게 되었는데 거기에 참가했던 여학생중 몇 명이 중앙도서관 삼층로비에서 담배를 물고있는 것이었다.  여학생이 그것도 중앙도서관 한가운데서 담배를 피워물다니....... 그것을 본 우리들은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머리길고 가슴 빵빵한 남자려니 그렇게 생각하기로했다. 도무지 여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개학하고 나니 그 소문은 은근히 퍼졌지만 우리학교 여학생들이 감히 그렇게 대놓고 피우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무리 용감해도  수 많은 야림을 감당할 수는 없었으리라.....

남이 피우는 것은 용인해도 내가 아는 여자가 피우는 꼴은 도무지 못보겠다는 것이 그 당시 정서였다.

 

3.

물태우의 육이구 이후에 공부한다고 금연을 하였는데 아직 담배맛을 몰랐기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군에 입대하고 나니 도무지 심심해서 안피울 수가 없었다.

매달 하루에 반갑씩 공짜로 나누어 주고 쉬는 시간에 모두들 일발장전하고 있는데 혼자서 멀쭉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생사고락을 함께할 전우들과 연대의식을 느껴서만도 아니다. 

쉬는 시간에는 담배피우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게 없었다.

 

4.

이젠 감히 담배맛을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담배를 물고 식후에 또 중간중간에도 니코틴을 보충해주며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담배를 물고 하루를 정리하는 생활을 하였다.

 

어설프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품고 산다는것이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 담배를 끊으려 한다.

 

담배의 구수한 맛을 알고 끽연의 멋을 알고 자연스러운 폼을 알지만 갈수록 몸은 약해지고 얼굴이 침침해지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담배를 달리 구름과자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어설픈 어른스러움이나 남자다움에 대한 동경심에 담배를 찾았고 때로는 할 일 없어 시간 죽이기 위해서 담배를 찾았다.  나중에는 담배를 찾지 않으면 안정되지 못하기에 담배와 함께 살았다.

 

내 결론으로 말하면 담배는 그릇된 허영심과 여가(타임 킬링용)를 위해서 소비하는 것이니 사치품이다.

사치품 중에서도 상당히 값비싼 사치품이다.

왜냐하면 건강이라는 후불제 가격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6.

담배를 끊은지 약 이주일이 지났다.

금연을 하면 좋은 점으로는 머리가 맑아진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가 있다.

그리고 호흡이 편안해진다. 코가 개운하고 음식의 맛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단점으로는 금연을 하니 금새 몸무게가 이삼키로가 불었다. 더욱이 허리가 일인치는 늘어나버렸다.

게다가  냄새를 잘 맡는 것은 좋은데 화장실에서는 좀 괴롭다.

일단 자세를 잡고 일발장전하면 웬만한 화장실이라도 견딜수 있었는데 이젠 괴롭다. 특히 술먹은 다음날은 화장실 가기도 싫다.

 

7.

담배를 통해서 여러분이 얻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경험하기로는 담배엔 연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