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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ne day’s wonder 1화

임경섭 |2003.10.15 21:06
조회 114 |추천 0

1. 새로운 세상으로

 

 

 

우우우웅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소음이 그렇지 않아도 긴장되어 있는 나의 심장을 잔뜩 오그라들게 만들고 있었다.

“자내는 얼마에 싸인 했어?”

-이 자식이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빌어먹을-

머리고 눈썹이고 홀라당 밀어서 무슨 문어 대가리처럼 생긴 놈이 갑자기 내 얼굴에 얼굴을 불쑥 밀며 물었다.

“알아서 뭐하게, 신경 끄고 조용히 하자. 어차피 저 아래로 내려가서 무사히 올라 와야 만져 보는 돈인데.”

문어 대가리 놈도 수긍이 갔는지 어깨를 한 번 삐쭉 세우더니 엘리베이터에 기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지금 제복을 입은 놈 한명과 그렇지 않는 놈 다섯 명이 타고 있었다. ?나도 포함해서- 다들 그 놈의 돈이 뭔지 이 놈의 돈이라는 것 때문이 지금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다르다. 저 위 세상의 고리타분하고 일률적인 세상이 싫어서 이 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처음 생명연장 회사에서 제의를 해 왔을 때 고민에 빠졌다.-잠깐이긴 하지만 살아 다시 이 세상으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 하지만 이 고리타분한 일률적인 세상이 이제는 지겨웠고 또 나 하나 없어진다고 해서 걱정해 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가족도 없었고, 친한 친구도 하나 없었다. 그래서인지 너무나도 쉽게 그들의 제의를 수락했다.

그들의 제의는 이제 막 완성 단계인 생명 연장 프로그램의 마지막 실험체가 되는 것이었다. 그들 말로는 무슨 가사 상태를 만들어 세포의 활성을 거의 정지화 시켜 에너지 활동을 극소화 시킴으로 생체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 유지 할 수 있다는 뭐 그런 거였는데 뭐 한마디로 잠깐 죽었다가 6개월 후 다시 살려 낼 수 있으니 그 실험에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돈 도 많이 주고, 실수로 죽으면 천당이나 지옥 구경도 좀하고 뭐~ 나쁠 거 하나 없을 것 같아 얼른 계약서에 싸인을 쓱 해버렸다.

회사 담당자와 감사의 악수를 나눈 후 담당자는 계약서를 들고 집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후~, 잘한 건가 쩝.”

계약서에 싸인 한 후 한동안 계약금으로 이것 저것 먹어대고 마셔대고 나름대로 즐거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계약 날짜가 다가 오자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약간씩 싹이 티어 올랐다.

혹시 하는 생각에 볼 사람은 없지만 유서도 한 장 써 놓고, 그리 값 나가는 물건들도 아니지만 대충 기부 형식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 전부를 유서에 써 넣었다.

후련했다.

모든 걸 정리하고 나니 이제는 생명연장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만 기다리면 됐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선지 하루 하루가 더욱 지겨워졌다. 이제는 술도 밥도 뭐 그리 대단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쿠르르룩 쿠르르룩”

먹은 것도 없는데 갑자기 배속에서 화장실로 가기를 재촉해댔다.

“음…”

지금 이후로의 삶이 어찌 되건 간에 배설의 이 순간은 너무나도 평온한 시간이었다.

“철컥, 여기 계시는군요.”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생명연장 회사 마크를 한 사람들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이런 씨~’

엉덩이에서 배 밖으로 나오는 것을 대충 뚝 잘라내고는 허겁지겁 일어섰다.

“가는 겁니까?”

“예, 죄송하게 됐습니다. 연락을 드리고 왔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실험시기가 앞당겨 지는 바람에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서두르시죠.”

“아…네. 저기 짐은?”

“필요 없습니다.”

나에게서 싸인을 받아간 회사 담당자가 하얀 휴지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손은 씻으시지요.”

‘이런 씨~’

회사 직원들을 따라서 집 앞으로 내려가자 그들이 준비한 차가 서 있었다. 뭐 내가 허락한 일이지만 왠지 아주 좋지 않은 곳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회사 직원들이 열어주는 차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차는 조용히 출발했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직원들은 원래부터 말을 못하는지 입이 엄청 무거워선지 도무지 말을 할 것 같지 않았다.

‘동의 하에 가는 거지만 뭐, 위로해주는 척이라도 해줘야 마음이 편할 것 아니야’

차 창 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밖은 한 겨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지 나무에 잎이 하나도 달려 있지 않은 썰렁한 풍경이었다.

지루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는 산 한가운데 있는 터널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다른 차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터널은 꽤 넓었지만 조명이 어슴푸레해서 앞에 잘 보이지 않았다.

“스르릉 턱”

“내리시지요.”

직원들이 차문이 열며 말했다.

터널의 끝은 산 가운데 인 모양인데 반대편으로 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무슨 공사장처럼 덩그러니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건물 안을 들어서자 나 말고도 갑자기 끌려와 보이는 네 사람이 나를 힐끔 보았다.

“다 모이 셨군요. 여기로”

그렇게 이 엘리베이터에 타게 되었다.

시련의 시작일까…

팅이이잉

엘리베이터가 잠깐 요동을 치더니 슈우웅 하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자, 내리십시오. 도착했습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던 인상이 더럽게 험악하게 보이는 회사 직원이 먼저 내려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팔로 가리켰다. 아무래도 우리 중 누가 맘을 바꿔서 계약이 취소다 뭐다 했다가는 인상 더러운 저 회사 직원이 아마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펄펄 뿜어내고 있었다.

나 말고도 다들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약간은 경직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하나 둘 내렸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서 얼마 안 걸어 가자 갑자기 앞이 환해지면서 커다란 원형의 공간이 나왔다. 그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들 하얀 가운을 입고는 뭐 그리 바쁜지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 사람들 한가운데 원형으로 생긴 기둥이 다섯 개가 서 있었다. 쇠로 되어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 엷게 조명에 반사되어 빛이났다.

‘저게 생명연장 장치인가…’

다들 나와 같은 생각으로 그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형 기둥에서는 약간 씩 알 수 없는 연기가 세어 나왔다.

“잘 오셨습니다. 닥터 코무쉰입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무리 중에서 한 사나이가 얼굴 속에 파 묻어 보이는 안경 너머로 가느다란 실눈을 이리 저리 굴리며 실눈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얄팍한 입술을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 왔다.

-재수 없게 생겨서는-

“다들 건강해 보이시는군요. 그럼 바로 실험에 들어 갈까요.”

코무쉰의 말이 끝나자 마자 주위에 대기해 있던 코무쉰의 부하들인 것 같은 하얀 가운의 인간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서는 우리 다섯 사람의 옷을 모두 벗기고는 각각 정해져 있는 은색 테이블에 눕혔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우리 중 한 놈이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 놈 뒤에 있던 꽤 날쌔 보이는 하얀 가운 한 놈이 주사 같을 걸 소리지르는 놈 엉덩이에 푹 찌르는 게 보였다.

마취제지 안정제인지 소리지르던 놈은 금새 조용해졌다.

“어이 좀 살살 합시다.”

내 팔을 마구 잡아당기는 하얀 가운 한 놈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도 저 놈처럼 신경마비제 한방 놔줄까.”

놈은 무슨 실험 동물을 다루 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신경마비제! 이런 씨 조용히 하는 게 낫겠군.-

은색 테이블에 완전히 나체의 상태로 놓여지자 하얀 가운의 인간들은 각자 정해진 일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팔 과 다리 머리 몸 전체를 무슨 거미줄 치듯 전선과 알 수 없는 호수며 가끔 따끔 거릴 때 마다 몸 여기 저기에 아주 작은 관들이 내 몸에 연결 되어져 갔다.

“준비 다 됐나.”

코무쉰은 하얀 가운들을 둘러 보았다.

“좋아. 시작하지, 혈관제 주입시켜.”

코무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윽 갑자기 심장이 덜컥 멎어버리는 느낌과 함께 머리 속이 윙윙 거리기 시작했다. 숨쉬기도 힘들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갑자기 싸인을 왜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구 생겨나고 나의 이런 병신 같은 결정이 후회 되기 시작했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더니 이제는 눈 앞이 완전히 어둠으로 덥어 버렸다.

-아 드디어 나 브라운이 죽는 구나-


하얀 가운들은 다섯 명이 누워있는 은색테이블을 다섯 개의 원형 기둥 쪽으로 밀고 갔다.

코무쉰이 벽에 달려 있는 붉은 스위치를 누르자,

슝우웅

하는 소리오 함께 다섯 개의 원형 기둥이 열리면서 천천히 기울어 져서는 다섯 명이 누워있는 앞으로 다가 왔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다섯 개의 은색테이블을 천천히 기둥 안으로 밀어 넣고는 테이블에 붙어 있는 잠금 장치를 원형 기둥과 연결 시켰다.

“A1관 준비완료”

“A2관 준비완료”

“A3관 준비완료”

“A4관 준비완료”

“A5관 준비완료”

하얀 가운들이 원형 기둥에 다섯 명을 모두 집어 넣을 것을 보고는 코무쉰이 다시 붉은 스위치를 누르자, 다치 처음의 그 원형 기둥의 모습으로 천천히 회전하며 세워지고는 슝 하는 소리와 함께 다섯 명의 모습이 완전히 원형 기둥 안으로 사라졌다.

“오케이 2024년 12월24일 실험 시작이다. 다들 철수해. 이 실험실은 이제 6개월간 페쇄한다. “

코무쉰의 명령이 떨어지자 하얀 가운의 사람들은 썰물처럼 거대한 원형 공간에서 사라져 나갔다. 코무쉰도 잠시 원형 기둥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원형 공간에서 빠져났다.

슈유유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원형 공간의 모든 공기들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이 실험실을 완전 진공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였다. 완전히 공기가 빠져 나가자 원형 실험실을 밝히고 있던 불들도 하나 둘 꺼지면서 완전한 어둠으로 만들어 버렸다.

“쿵우우웅 쿵우우웅”

건물 밖에서 알 수 없는 진동이 희미하게 간간이 들려왔다.




얼굴을 알 수 없지만 무지 이뻐 보이는 여자들이 속살이 살짝 비추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들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의 오감을 자극했다.

‘흘렁’

‘이런 씨~’

배경이 순간 흐릿해지더니 하얀 드레스의 여인들이 갑자기 나의 온몸에 관을 쑤셔 밖은 하얀 가운의 인간들로 돌변해 있었다.

“욱~”

갑자기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토하고 싶어 지는 욕구가 강하게 타올랐다.

“촤아아악”

하얀 가운들의 녀석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고통은 심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깜깜했던 나의 눈에 희미하게 나마 흔들리는 물체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욱~”

다시 밀려오는 구토의 욕구…

“촤아아악”

입 밖으로 솟아져 나오는 하얀 액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어디지, 아! 원형 기둥”

몽롱한 정신 속에서 나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몽롱한 정신이 점차 수습되어 오자 한기가 점차 느껴졌다.

“제길, 더럽게 춥네. 추운걸 느끼는 걸 보니 살아나기는 한 모양이네 빌어먹을.”

엄습해오는 추위에 욕지거리가 입에서 흘러 나왔지만 뭐 주위에는 듣는 사람도 없어 보였다.

“이 것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실험이 끝났으면 - 아~ 수고 많았습니다.- 하고 한마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확실히 주위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희미하게 원형 공간에 빛이 세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어디서 들어오는 빛인지는 알 수 없었다.

완전히 알몸인 상태로 천천히 은색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이런 제길 진짜 아무도 없네. 으쑤 아이고 추워라.”

원형 기둥 주위의 기계들에서 껌뻑 껌뻑 빛을 내 뿜을 뿐 사람소리는 아에 들리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순간 나 말고 실험에 참가한 네 명의 인간들의 신상이 궁금해졌다. 힘 하나 없는 목을 간신히 옆으로 돌렸다.

“이런, 내가 제일 마지막인가?”

옆에 있는 다른 은색 테이블도 원형 기둥에서 나와 있었지만 테이블에는 사람하나 누워 있지 않았다.

“후~”

간신히 몸을 추스려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밀었다. 원형 기둥과 연결되어 있는 기계들 옆에 의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풀썩 풀썩”

발을 내밀 때 마다 먼지가 바닥에서 풀풀 올라왔다.

“이 것들 6개월 동안 청소라고는 한번도 안 한 모양이네 제길”

의자에 몸을 털썩 던지자 이런 기대하고 있던 편안함은 날라가고 의자는 삐걱 하는 한마디 비명을 지르며 푹 가라 앉았다.

“쿠탕탕”

나의 몸은 의자가 부서져 쓰러지는 방향으로 그대로 나뒹굴렀다.

“에라이 제길”

깨어나면서부터 주변 상황이 계속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정신이 점차 더 맑아 질수록 주변의 풍경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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