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그는 어느덧 무대에서 잊혀져 갔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할까. 사실 아는 사람은 안다. 그를 좋아했던 여학생팬들은 성장해 가정주부와 커리어우먼으로 자리잡아 박혜성이라는 존재를 잊었지만 광고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그를 잘 안다.
박혜성은 지금 최고의 광고음악 전문가로 자리매김해 있다. 조금 살이 오르기는 했지만 뽀얗고 조그만 얼굴은 그대로다. 대신 세월과 그간의 경력이 말해주듯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빼놓고는…. 그는 최근 SBS 의 드라마 음악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그가 광고음악 전문가로 거듭 태어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도면밀하게 의도한 끝에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가수를 하게 된 것도 그렇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합창반 반장을 하다 전국고교합창대회에 나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선보인 노래솜씨가 소문이 났던 것. 결국 재미로 만들어 낸 기념음반이 불붙었고 운명적으로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그러던 것이 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는 원래 연기자 지망생이었다. 84년 CF 모델로 출발한 그는 고교 시절 연극반을 만들어 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나중 일이지만 90년 KBS 에 김혜수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86년 '경아'로 데뷔한 이후 박혜성은 91년 4집까지 앨범을 냈다. 그러나 당시 소속사의 문제로 가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현이와덕이의 사무실이었고 이들의 유고로 사무실이 폐쇄됐던 것.
이후 컴퓨터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박혜성은 나름대로 작품활동을 펼쳐 나갔다. 몇몇 가수의 음반에 참여했던 박혜성은 94년 우연한 기회에 '원샷 018' 의 CM송을 만들었고, 이 광고의 프로모션 앨범만 50만장이 발매됐다. 또한 이 광고의 인지도가 1위로 올라가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그에게 광고업계 여기저기에서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섭외가 쇄도했다. 앵커우먼 백지연이 출연하는 승용차 광고, 선키스트 음료 등 히트 광고음악이 계속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에는 '하이마트'로 한국방송광고 대상을 수상했다. 유준상과 김현수가 모델로 나오는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자의 마음'은 광고뿐 아니라 유머로 유행처럼 번졌다.
광고음악을 성공시키는 비결에 대해 그는 "음악과 영상을 동시에 볼 줄 아는 감각이 남들보다 조금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지금 그는 서울 잠실에 위치한 Comet Studio 대표 명함을 갖고 다닌다. 다시 가수로 컴백할 생각은 없다. 그는 원래 연예인 팔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신이 연예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다른 연예인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것. 또 당시 고교생 가수는 김승진과 자신, 둘뿐이어서 지금도 연예인 친구는 별로 없다.
아직도 팬클럽이 남아 있어 가슴 뭉클할 정도로 고맙다는 박혜성은 지난 89년 팬클럽 회원들과 야유회를 갔을 때 "10년이 지나도 음악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