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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장노릇 5주+5일

오예~~ |2003.10.26 03:16
조회 18,551 |추천 0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한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집으로 데리고 가면서 무쟈게 때려주는걸 봤어요.

그 꼬맹이..울 예슬이랑 현준이만큼 할까나...암튼 유치원다니는 꼬마애 같았는데....

뭘 그리 잘못해서 그렇게 길에서 볼기짝을 펑펑 맞고 있을까나.....

속도 상하고 맘도 아팠습니다....

어쨌건 저는 아직 엄마의 맘을 알기엔 결혼도 안해봤고, 자식도 안나봐서 잘 모르겠지만...

6살난 쌍동이 동생들의 대장노릇을 함서 가끔 부모된 비스므레한 마음이 생기는걸 느낄수 있어서요...

돌아오면서 울 예슬이랑 현준이는 내가 아무리 화가 나드래도 감정적으로 혼내진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이녀석들 요즘에 정말 말 안듣기 대마왕들입니다....ㅠ.ㅠ

전 왠만해선 안 혼내키죠..답답해서 엄마한테 국제전화하면 엄마는 웃으시면서 나랑 승준이는 더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십니다...치...

예슬이랑 현준이가 둘이 싸우는건. 어쨌든 몇시간 안가서 서로 화해할거란걸 알기에...

그걸 갖구 제가 예민하게 굴면서 니들 왜 싸우냐고 닥달하고 혼냈다가 나중에 또 너무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을 보면 허탈해지니까 그냥 냅둡니다.

가끔 승준이가 안되겠다 싶음 한마디 하죠.

"야..오현준..오예슬.. 니들 그렇게 계속 싸울꺼면 내가 니들 서로 안보게 해준다. 엉? 한명은 저 동쪽 고아원에. 또 한명은 저 서쪽 고아원에 보낼꺼야~~!! 앙?"

씨도 안먹힐소리입니다...그 말은 벌써 15년전 저희 엄마가 나랑 승준이랑 싸울때 써먹었던 방법이죠

그때도 나랑 승준인 아랑곶않고 서로 싸우는데 열중했었구요..

 

엊그제는 방에서 책보다가 거실에서 또 큰소리 나서 나와보니

예슬이는 갑자기 안방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가고, 현준이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거의 죽을듯이 울고 있었습니다..

승준이는 그렇게 쓰러진 현준이 등 쓸어주고, 허리 토닥거려주고, 엉덩이 툭툭 쳐주면서

"어디봐..어디? 현준아..오현준? 어디아픈데...많이 아퍼?"

-.-;;

얼마전 예슬이가 동네 초딩 오빠들의 과격한 행동으로 손가락을 다쳐 승준이가 하루종일 붙잡고 예슬이한테 호신술이다 뭐다 가르쳐 줬는데

결국 당하는건 현준이가 되었습니다....불쌍한것....오늘도 급소를 맞았나봅니다...

"현준아~ 뚝..에고 울 현준이 착하다..뚝해야지..응? 아직도 아퍼?응? 그러게 왜 치고 박고 싸워~ 너 예슬이 얼마나 센줄 알면서 댐비냐? 엉?"

승준이가 현준이 일으켜 안아서 급소를 강타당한 현준이를 수습(?)해주며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안방으로 갔습니다.

 

"오예슬. 나와라"

"........"

이녀석 아무말도 안하고 있음 내가 다른데로 찾으러 갈줄 아나본데...맨날 한번에 들키면서 이 장소를 고집합니다.

하지만...저는 이미 성장한 몸이라 침대밑으로 기어 들어간 6살짜리를 끄집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와..언니 더 화내기 전에"

".......싫어~"

"하나.두울.세엣..네....."

".....아아~~싫어~ 싫어~~ 하지마아~~" (이녀석들은 제가 숫자세는데 굉장히 예민합니다.-.-;;)

"그니깐 나와. 나오면 안셀께. 안나와? 네엣~다섯"

다섯과 동시에 기어나온 오예슬 양의 모습은 정말 전쟁이 따로없습니다...

거실에서 애들 세워놓고 왜 싸우냐고 윽박지르거나 하진 않습니다.

6살짜리 어린애들이라도, 그것도 엄마뱃속에서 같이 있던 녀석들이라도 싸울이유도..싸워야할 일들도 많으니깐요...

잘못했다고 빌게하고, 다신 안싸울거라도 약속시키는 일도 부질없는 일이란거 다 알고 있습니다.

한명은 거실에서 한명은 지들방에 두고서 각자 서로한테 편지쓰라고 시킵니다.

글공부도 시키고, 또 둘이 떨어져있으니까 조용하고...잠시 그 평온함을 느끼기 위한 제 수작이죠..^^;;

기분좋으면 둘이서 미안하고 알콩달콩하고 뭐..끝에는 오예슬 또는 오현준 사랑해 미안해로 끝나지만

어떤 편지는 서로 나쁜놈아, 빠큐야 ,똥이야, 오줌이야....지들 아는 나쁜말은 다 적어놓기도 합니다...

맞춤법이 많이 틀려서 그렇지 울 꼬맹이들 그래도 표현력은 굉장합니다.^^(팔불출..^^;)

 

어제는 잠시 약국에 들렸다가 돌아오니 거실에서 승준이가 또 엉망인 모습을한 거실에서 현준이랑 예슬이 무쟈게 혼내고 있더라구요.

볼기를 맞았는지 이녀석들 엉덩이 문지르면서 훌쩍 거리고 있었고, 나는 좀 화가 나더라구요

아마 감기기운으로 몸에 기운이 없어서 더 그런것 같았습니다....

" 야. 오승준. 왜 손으로 애들 때려? 그거 야만스럽다는거 아냐?"

꼬맹이들 한명은 지들방. 한명은 안방.. 각방쓰겠다고 들어간담에 승준이한테 볼멘소리를 좀 했습니다.

" 아 뭘~~나도 저녀석들 혼내면 기분 안좋아~" 하며 웃으며 한숨쉬는 오승준....

" 야. 내말은 왜 손으로 때리냐고~ 하다못해 파리채라도 있잖아. 너 그렇게 애들한테 손 대는게 얼마나 안좋은지 알어?"

" 체~그래~알았어. 난 어릴때 엄마한테 파리채나 빗자루, 우산으로 맞는게 젤 기분 드러웠어. 쟤들도 내동생이면 차라리 내손에 맞지, 파리채나, 빗자루, 우산, 먼지떨이, 구두주걱, 그런걸로 맞는거 거부했을꺼야"

" 으그....-.-;;" 한번 흘겨봐주고 주방에서 감기약 먹을라고 하는데.....

세상에...미술공부하는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투박한 머그컵이 깨져서 쓰레기통에 있는걸 봤습니다..!!

' 야~!! 오승준~!! 열대씩만 더 때려주지 그랬냐.....ㅜ.ㅜ'

 

어제부터 심각하다 느낀 감기기운이 오늘이 피크였습니다...

하루종일 자다가 더이상 자면 머리가 깨지고, 또 등이랑 허리랑 안쑤신데가 없어서 일어나 앉아서 이렇게 글쓰고 있네요..-.-;;

오늘 오전에 일찍돌아온 쌍둥이들이 내 방에 들어오려고 하자 전 아파 죽겠는데. 녀석들한테 감기옮을까봐 또 신경쓰이더군요

"야.나가...빨리."  몸도 아프고 신경도 예민해지고....원래 제 성격 나옵니다. 무지 무뚝뚝한 대장.....

"언니....많이 아퍼? 어디가?응? 응?"

"누나 내가 엄마한테 말했어. 누나 아프다고..."

엄마 아빠는 일본에 계십니다. 내가 감기걸렸다고 당장 올수 있는건 아니죠...죽을병도 아니고...ㅠ.ㅠ

그래도 좀 서러웠습니다.

"야...니들 안나갈래? 오승준~~~ 콜록콜록~뭐하냐? 빨리 애들데꼬나가 감기옮아~"

이불로 입가리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내 방을 나가면서 현준이는 눈물까지 보였습니다....ㅠ.ㅠ

 

경미가 와서 죽끓여주고, 약먹고, 좀 쉬고 있는데 꼬맹이들이 외삼촌이 하시는 해동검도장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도 안돌아와서 은근히 걱정이 되고있었습니다.

돌아올땐 거기 봉고차타고 올테니 별일은 없을텐데.....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승준이보고 나가보라고했죠. 놀이터에 있는건 아닌지....

다른때보다 한시간정도나 늦게 온 녀석들.. 저는 집안에서 마스크쓰고 기다리다가 한소리 해줄라고 했는데 울 꼬맹이들 손에 뭔가 들고 들어왔습니다...

"뭐야? 니들 왜 인제 들어와?"

"히히히히히.언니~~~" 찬바람에 얼굴이 발개져서는 손에 들고 있는걸 내밀더군요

제가 두녀석들에게 받은건 예쁘게 포장된 장미꽃 두송이랑, 제가 좋아하는 과자 버터 와플이랑, 100%오렌지쥬스랑 캔커피랑 비닐봉지에 쌓인 감귤 6개...

"뭐...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현준이는 잠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화장지로 쌓인것을 내밀었죠..ㅜ.ㅜ

콘텍600 감기약 3알이였습니다.

 

외삼촌이 하시는 해동검도장에 가서 꼬맹이들 제가 아프다고 외삼촌한테 하소연을 했나봅니다.

현준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누나 아프다고 그래서 속상하다고....

외삼촌이 꼬맹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돈 만원을 주시면서 저한테 선물사고 가라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내려줘서 같이 마트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거, 고르고 계산하는거 도와주시고.....

(외삼촌은 오렌지쥬스 골랐고, 울꼬맹이들은 버터와플이랑 캔커피랑..또 자기네가 좋아하는 뭐..기차 조립하는 게 들어있는 초콜릿과자 두개도 들어있었죠..^^) 

그리고는 외삼촌 돌아가시고, 꼬맹이들 집으로 오려다 마트 옆 꽃집에서 장미꽃 두개 포장해달래서 사고 오다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을 만났답니다.

마침 과일사고 돌아가시던 피아노 선생님한테 울 누나. 울 언니 감기때매 아프다고 .......

피아노 선생님은 그렇게 큰누나, 큰언니 걱정하는 꼬맹이들이 이뻐서 사고가던 과일에서 귤을 좀 주셨다네요..ㅜ.ㅜ

"예슬아. 선생님이 귤 6개 주셨어?"

"웅. 내가 여섯개 달라고 했어."

"왜? 니들 여섯살이니까?^^"

"아니~~하나는 승준오빠꺼, 하나는 경미언니꺼, 하나는 내꺼, 하나는 오현준꺼...언니는 아프니까 두개먹어야지~"

.....ㅜ.ㅜ

"누나..누나...이거 먹어.이거"

현준이가 화장지에서 펼쳐낸 콘택600 캡슐 3개를 들이댑니다.

"이거 누가 줬어?"

"우웅...검도장에서 거기 사무실 누나한테 내가 감기약 달라고 하니까 이거 줬어"

"야~~오현준. 거기가 약국이냐? 감기약 달라고 하게??-,-;;"

"...히~~~웅? 왜? 이거 약 아니야? 왜? 이약 아니야?"

......ㅜ.ㅜ

 

녀석들 찾으러간 승준이는 빈손으로 와서 제 눈을 날카롭게 만들었죠...^^

 

"언니..빨리 나아. 웅? 웅? 있잖아....내가 기도할꺼야...웅? 웅?"

"아~~형아~~~형아가 빨리 이거이거 치우고, 이거 이렇게 해~~ 큰누나 아픈데 왜 일케 말안들어~~"

.......

 

귤 두개 먹고, 오렌지쥬스도 마시고, 버터와플도 으드득 씹고..콘텍 600도 먹고...장미는 제방에 떡하니 걸어놨습니다...

꼬맹이들이 준 캔커피엔 제가 포스트잇으로 " 오예주꺼." 라고 적어놔서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제가 그렇게 포스트잇 붙여놓은 것만으로도 울 꼬맹이들 무지 뿌듯해 하더군요...

아.....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입니다.

마트엔 외삼촌이 같이 가줬다니 그렇다해도...6살난 꼬맹이들이 어떻게 꽃집엘 다 갈 생각을 했을까요..

감기가..다 난듯합니다...

빨리 나아서 울 꼬맹이들 실컷 안고, 실컷 만지고....

평소엔 잘 안하지만 뽀뽀도 해주고 싶습니다....

감기 대마왕아~~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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