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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편지(?)에도 끄덕없는 간 큰 여자

럽이 |2006.11.13 12:16
조회 42 |추천 0

협박편지(?)에도 끄덕없는 간 큰 여자

 

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어느 날은 같은 자리가 지겹기도 하고 공부도 안 되어서 다른 열람실 자리를 물색했다. 아침 8시에 도서관에 가서 원하는 자리를 찾았는데 그곳에는 전날까지 공부했던 사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책을 한쪽으로 치우고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누군가 어깨를 치며 “저기요, 자리 좀 양보해주세요. 제가 계속 앉았던 자리라서요” 하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저도 이 자리 맡으려고 일찍 왔거든요” 하고 계속 공부를 했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작은 소리로 욕을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일찍 올까 봐 7시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나지막이 욕을 해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마침 공부 모임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3시간 뒤 돌아왔다. 그 사람이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자리에 있는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방석은 바닥에 떨어지고, 걸쳐 놓은 카디건도 바닥에 있었다. 그때 쪽지를 발견했다.

 

‘그따위 배려로 애들 가르치려고 했냐?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라. 아이들 망칠라.’

 

순간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그가 어떤 보복을 할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길까 고민했다. 하지만 일찍 와서 자리를 맡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날마다 일찌감치 도서관에 왔다. 얼마 뒤 도서관에서 그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친구들은 다른 자리에서 공부하라고 권했지만 나는 오기로 더욱 더 그 자리에 집착했다.

 

 

그 뒤 나는 친구들에게 ‘간 큰 여자’라고 불렸다. 그 편지로 인해 나는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게 되었다. 나는 공부하기 힘들 때마다 협박편지를 꺼내 읽으며 오기를 일으켜 세운다. 그는 그걸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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