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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장노릇 6주+5일..

오예~~ |2003.11.02 01:47
조회 16,848 |추천 0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감기도 많이 나아졌고 다시 씩씩하고 강한모습의 대장으로 돌아왔답니다.

단지 이젠 제 강한모습이 예전처럼 울 꼬맹이들한테 잘 안먹힌다는게 문제죠...-.-;;

여섯살 쌍둥이 오현준군과 오예슬양은 다행히 제 감기바이러스가 안 옮았고 여전히 극성맞고, 시끌복잡하게 굴고 있지요..

 

예슬이는 부쩍 패션이며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저는 예전엔 꼬맹이들이 뭘 입든, 걍 있는거 입히고, 아님 입고싶단거 입히고......

사실...그런건 아빠엄마가 일본가신후론 승준이가 담당하죠...

아침부터 꼬맹이들 깨우고 비디오틀고 체조한답시고 시끄럽게 굴고.. 꼬맹이들 씻는거 도와주고 옷갈아입히고...... .

" 아니~~~오빠 그거 말구~~~ 이거~~~"

" 야. 이건 얇아서 추워. 감기걸려. 이거 따뜻하게 입자.응?"

아침에 예슬이의 옷타령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요...

" 아. 싫어~~~ 나 이거 원피스 입을꺼란 말이야~~아우웅~~~"

내가 먼저 옷갈아입고나온 현준이 먹는거 봐주다 예슬이랑 승준이가 안나오길래 가봤죠..

" 으....  오예슬. 너  이녀석...자꾸 이럼 유치원 늦는다? 앙? 자...우리 세상에서 젤 이쁜 공주님~~~"

승준이의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오예슬양은 얇은 원피스에 무릎 밑 반스타킹을 고집하대여....

"싫어~! 우영이한테 예쁘게 보여야한단말야~. 우영이는 내가 원피스 입은거 좋다고해~~~"

"으이구..알았다. 알았다구... 그우영인지 우렁인지 참 행복하겠다. 앙?-.-;; 누나!! 누나가 좀 알아서해~. 까탈스럽게 구는건 꼭 누나 닮았다니까~~!!"

승준이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거실로 나가고 예슬이는 나를 보더니

내가 지 입고 싶은옷 못입게 할까봐 내 눈치 보다가 울음을 터트리더군요...(내 표정이 좀 무서웠나..?)

 

" 야. 오예슬. 빨리 안그쳐? 너 밥안먹고 유치원 갈꺼야?"

" 이이이잉~~ 우이이이잉~~ㅠ.ㅠ 나 이거 입을꺼야아~~ 이거~~ㅠ.ㅠ"

예전같아음 짜증이 솟구치면서 짜증나는 대상을 휙 뺏어서 쓰레기통에 넣거나,  울고있음 냅두고 내방 들어가버리거나 했지만.....

어쨌든 내가 대장이니까 책임지고 밥먹이고 유치원을 보내야 하기땜시..... 아침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속으로 삼켰죠..-.-;;

(6살난 쌍둥이 동생보기 10주째쯤 되면 제 성격이 더더욱 성인군자에 다달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았어. 그거 입어. 일루와. 대신 스타킹은 이거 신고, 속엔 이거입어. 알찌? 숙녀는 말야~.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해.. 그게왠지 알아?"

(싫다고 할까봐 괜히 뭔가 있는것 처럼 말하면서 두툼한 스타킹을 서둘러 입혔죠..^^;;)

"웅? -.ㅜ 왜....?"

"어릴때부터 몸을 차갑게 하고 그럼 이담에 더 어른여자가 되서 몸이 자주 아파지거든. 숙녀는 그런거야"

(내가 말해놓고, 무슨말했는지도 모르겠음...-.-;; 난 단지 긴스타킹에 속에 얇은옷 하나 더 입히자는 속셈이였음..)

"으응...언니도 그러는거야?"

"그럼~~ 나도 그랬쥐~ 울 예슬이도 이제 우영이랑 여자친구 남자친구 하는데 숙녀처럼 행동해야 우영이가 좋아하지~ 안그래?"

"웅. 히히히히...^^ 강우영한테 숙녀해줄꺼야..히히~^^"

이 녀석...언제 울었다는듯. 그저 나처럼 숙녀(?)가 되고싶다는 갈망에서 였는지 순순히 그나마 두툼하게 입더군요..

 

예슬이 옷타령때문에 정신빼놓고 있었더니...요즘 현준이는 잘 안먹으려고 해서 또 신경쓰입니다.

먹을때 앞에 앉아서 지켜봐야 몇숟갈 먹는척 하고....괜히 먹을때 손에 조립식 자동차가지고 놀거나 그래서 더 신경쓰이게 하져....

아....정말 하루하루 제가 아줌마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ㅠ.ㅠ

제 승질대로 한다면 단방에 큰소리 나고 엎어놓고 팡팡 패줄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래도 좋게좋게...화 안내고 해결볼라고 하죠...

그나마 승준이랑 맨날 우리집 출근도장 찍는 경미가 있으니 망정이지.. 저 혼자였담 솔직히 도망가고 싶었을 생각이 맨날 들꺼예여...-.-;;

 

엊그제는 저도 아침에 나가볼일이 있어서 꼬맹이들이랑 같이 준비하는데 예슬이가 화장하고 있는 제 옆에서 빤히 쳐다보더라구요..

민망하게스리....

"야. 뭘봐... 가서 밥먹어."

"먹었어.... 와.....언니 이쁘다...."

(그래....나도 알어^^)

"양치질 했어?"

"웅.... 아니. 아직^^ 근데 언니 화장한거랑 안한거랑 왜 일케 달라? ...으응...이쁘다..."

(그래...-.-;; 화.장.하.니.까. 이쁜거군...)

"빨랑가서 양치질해-.-;; 유치원차 늦어."

"웅. 언니 뽀뽀!!"

"야. 언니 립스틱 발라서 안돼. 화장 묻어."

"그니깐~ 해줘~~" 하고 제게 달려들어 제 입술을 훔쳐가더군요... 앙큼한 녀석...-.- 

"이구이구..뭐야~ 언니 화장 지워지게~"

"히히...언니? 나도 입술에 묻었어? 응? 나도 입술에 화장 묻었어? 응? 응?"

(짜슥...목적이 그것이였군...립스틱 발라보고 싶었군...-.-;; 아서라 아가야...)

"오예슬씨. 양치질하고 가방메고 오세여. 네? 하나.둘.셋....."

휘리릭~~!!!

 

오늘 집에 왔더니 거실에 아주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구요

쭈그려 앉아서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는 승준군.... 같이 머리 맞대고 있는 예슬양.. 엉거주춤서서 구경하는 현준군...

저는 불장난 하는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제 메니큐어를 승준이가 예슬이 손톱이며 발톱에 발라주고 있더라구여..

발라주는게 아니라..거의 묻히는 수준이였지만...-,-

" 야....참나..니들 뭐하냐..앙?"

헤헤 거리는 쌍둥이들..... 이마에 땀 닦으며 승준이가 볼멘소리를 하더라구요

" 오예슬  이것땜시 나 지금 몇시간째 고문당하고 있는 기분이야...ㅠ.ㅠ 누나가 좀 해주라....우이씨....이것도 그 우영인가 하는 녀석때문에 내가 이고생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 무지 드러...-.-;;"

승준이의 불쌍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예슬이는 빨리하라고 독촉이더군여...

" 누나..있잖아~ 예슬이가 누나 화장품 막 만졌어...그리고 이것도, 이것도 누나방에서 꺼내온거구....."

도끼눈이 되서 현준이를 째려보는 예슬이...

휴....그려..그려..니가 비록 6살밖에 안됐지만. 여자가 이뻐지려고 애쓰는건 무죄다. 무죄.

예슬이 손톱발톱이며 현준이 그리고 싫다는 승준이까지 붙잡고 짖궂게 발톱에 메니큐어 발라주고

삼남매를 거실에 부동자세로 앉혀놓은담 제 방에 들어왔더니 어질러진 화장대...

그리고 서랍에서 삐져나온 제 스타킹...

분명 오예슬 짓이겠져....-.-;;;

 

"오현준. 넌 유치원에 맘에 드는 여자 없어?"

"우케케케...^^"

"있어? 누구야...많이 좋아?"

"웅. 좋아..^^"

"누군데...말해줘."

승준이가 예슬이 머리감기는 동안 저랑 현준이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리모컨으로 티비 이리저리 돌리면서 속 터놓고 대화를 했죠..^^

6살짜리 동생과 22살짜리 누나...무시못할 나이차이 이고,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변치 않는건 이성간의 마음이라 저는 울 현준군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해주고 그러고 싶었답니다.

"누군데...응? 말하기 싫어?"

슬슬 꼬득이는데 현준이가 눈이 안보이게 씨익~~~ 웃더니 제 귀에다 대고 하는말..

" 딸.기.반. 한.현.미.선.생.님..킥킥^^"

...........

녀석이 드라마를 많이 봤나봅니다....짜슥...힘든사랑을 선택했네여...^^;;

" 그래....그럼 현준이 유치원에서도 말 잘듣고,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의젓하게 잘 지내야겠네^^"

" 웅. 알았어. 선생님도 나보고 멋쟁이 현준이라고 해줬어.^^"

 

짜슥들.....6살밖에 안된 녀석들이 벌써 지들 맘 표현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20살이 넘은 저와 승준이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네요...쩝...

오승준은 주변에 여자가 많이 따라다니는 눈치던데...1년전에 헤어진 여자친구가 아직도 많이 마음에 남아서인지...여자보다는 꼬맹이들한테서 즐거움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서 저야 편하지만요..^^:;

 

어제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현준이가 가방에서 단풍잎을 꺼내서 주더라구요

"누나!! 선물! 선물이야. 누나 주려고 가져온거야..^^"

 

저도 연애하는것 보단. 지금은 꼬맹이들 사랑하기에도 조금 정신이 없답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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