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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목욕탕에서의 영역다툼?

도리도리 |2003.11.03 01:45
조회 1,378 |추천 0

*스크롤의 압박이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 4시 엄마와 난 목욕탕에 갔다.

 

원래 이 시간대는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보통 피하는 편인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어쩔수가 없었다.

 

도착하니 예상했던 데로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목욕탕의 특성상 어린아이들도(심지어 꽤 나이 들어보이는 남자애들까지도) 꽤 많았다.

 

한 사람씩 앉아서 쓰게끔 되어 있는 세면대는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어서 자리를 잡을수가 없었다.

 

여기서 꽉 차 있었다는 것은 실제로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다 앉아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져온 여러가지 목욕도구들과 목욕탕에서 제공하는 세숫대야,바가지,의자등으로

 

철저하게 자기 자리임을 표시해 놓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으나 그 영역표시로 인해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린 빨리 목욕하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공공으로 쓰게 되어 있는 수도꼭지가 있는 쪽으로 갔다.

 

근데 웬걸..여기도 누군가 자리표시를 해서 아예 쓰지도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다.

 

대충 구석으로 밀어놓고 자리잡고 앉아 씻기 시작했다.

 

한 10여분이 지났을까.. 샤워를 끝내고 탕으로 가려할 무렵 웬 아줌마 둘과 어린애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대뜸 그 아줌마 반말로 "여기 자리 있는데?" 하는 것이다.

 

순간 '공중목욕탕에 니자리 내자리가 어디있어요? 공동으로 쓰는거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그랬다간 아마도 그 아줌마와 싸움이 붙을것 같아 그냥 짐을 챙겨 나왔다.

 

생각해보라. 벌거벗고 아줌마랑 어려보이는 아가씨랑 자리가지고 싸우는 모습을..

 

얼마나 흉하겠는가?

 

탕에 갔다가 나오니 한 사람씩 쓰는 자리가 다행히 하나 비어있어서 그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근데 엄마와 나 성인 두명이 한 수도꼭지를 쓰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주위에는 자리만 잡아놨을뿐 사람들은 없었기에 엄마는 옆자리로 가서 씻고 있었다.

 

조금 지나니 웬 젊어보이는 여자가 와서 엄마 옆자리에 앉더니 엄마보고 자기딸 자리라며 비키라고 했다.

 

엄마는 딸이 오거든 비켜주겠다고 하자, 그 여자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딸을 얼른 부르는
것이다.

 

딸은 한 초등학교 4학년정도로 보였다.

 

엄마는 아무말없이 자리를 비켜줬다.

 

내가 그 여자를 쳐다보니 그 딸을 자기 무릎에 눕혀 때를 밀어주고 있었다.

 

결국 그 자리는 별로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기가 막혔지만 참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벌거벗고 보기 흉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으므로..

 

엄마는 뒷자리에 있던 의자를 잠시 빌려서 내 자리에 와서 같이 씻고 있었다.

 

잠시후에 그 여자는 자기 딸의 자리에 의자가 없자 혹시라도 엄마가 가져갔다고 생각했는지

 

큰소리로 "X야! 니 의자 어디갔어? 어 누가 가져갔어!"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와 나는 묵묵히 씻었고 한참뒤 그여자는 잠잠해졌다.

 

엄마는 평소보다 몇배로 빨리 씻고 나가기전에 마침 뒷자리에 자리맞춰놓은 아이가 돌아오자

 

일부러 큰 소리로 그 여자 들으라고 "여기 니 자리야? 자! 내가 니 의자 잠시 빌려썼어."라고 말하고는 나가셨다.

 

나는 좀 더 씻고 있었는데 그 뒷자리에 그 여자애 남동생인 듯한 애가(앞에 얘기했던 좀 커보이는 남자애) 샤워기를 손에 들더니 나를 향해 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돌아보면 안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다시 했다. 장난스러운 표정과 함께.

 

뭐라고 하려다가 옆에 엄마가 있길래 알아서 못하게 하겠지 싶어 가만있었다.

 

그러다가 아까 엄마와 썸씽이 있었던 그 여자쪽으로 물살이 갔다.

 

그 여자 소리소리 지른다. 그러자 그제서야 그 남자애 엄마 그애를 때린다.

 

근데 그 남자애 맞고서도 그 후로 서너번 나에게 물살공격을 가했다.

 

난 다 씻었기 때문에 얼른 나왔다.

 

나오면서 코를 자극하는 요플레 냄새에 다시 얼굴이 찡그려졌다.

 

문을 열자 문가에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마사지, 요플레 사용을 금합니다. '라는 경고문이

눈에 들어온다.

 

몸을 닦고 옷을 입고 나오면서 체중계에 올라갔다.

오잉? 74Kg?

 

엄마 왈  "아까 애들이 한꺼번에 올라가서 이것저것 누르고 난리쳐서 고장났길래 뭐라고 한 뒤에 내가 고쳐놓았는데 그 후에 또 그랬나보다."

 

진짜 기가 막힌 하루였다.

 

정말 나도 여자지만 왜 여자들이 이러는지..

 

목욕탕에 와서 자리를 맞춰놓는 것은 그나마 이해가 된다.

 

그래도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잠시 쓰는 것도 도끼눈을 해가지고 마치 자기 물건을 함부로 쓴것처럼 쳐다보고는 기분나빠할거면

뭣하러 공중목욕탕에 왔는지..자기 집에서 할 것이지..

 

내가 목욕 다 끝낼때까지 자리만 맡아놓고 아예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사우나를 목적으로 왔으면 목욕하러 온 사람 피해주지 말고 차라리 찜질방을 가던가..

1000원 차이밖에 안난다.

 

꼭 수영장가서 목욕하고, 목욕탕와서 수영하고,

목욕탕와서 찜질 하루종일 하고, 찜질방가서 목욕하고 이런 사람 꼭 있다.

물론 한가해서 그렇겠지만 바쁜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는 것을 아셔서 정도껏 하셔야지..


또 여자목욕탕에서는 수건이나 그외 비누 이런 것들은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주었는데 주면 너무 낭비해서 쓰는 것은 기본이고, 빨래를 가져와서 하는 사람도 있고(아직도 가끔씩 있다.) 심지어는 그것을 훔쳐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기 물건은 아까운 걸 알면서 공동물건을 펑펑 써댄다.

 

돈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마음껏 써도 된다는 심리일까?

 

제발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이라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나같이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삭막한 세상인지 한편으론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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