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서(戀書)
배 찬 희/시
움직이지 마세요.
가을입니다.
애틋하게 매달린 나뭇잎 하나
당신의 사소한 몸짓에도 놀라
똑- 떨어지는.
문은 열지 마세요.
화간(和姦)하고 돌아서는 여인의 볼처럼
부끄럼 모르고 타오르는 갈잎들.
오늘은 제발 창 너머로만
만족하세요.
가을 비 서럽다고 본능으로만
훌러덩 바닥에 드러눕는데
막차도 아쉬워 5분쯤
5분쯤을 기약하는데
이 땅에서 5분쯤 더 머무르세요.
그러나
바람보다 먼저
사랑보다 먼저 떠나세요.
미련 끈 놓지 못해
미련하게 손짓하는
추억의 5분, 시간대위로
아뿔싸, 건강치 못한 내 눈물이
당신의 건강한 발목을 걸었군요.
그래요
아직은 가을입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독백 2
배찬희/시
떠나볼까.....?
더 많이 흔들이는 나뭇잎 하나
똑바로 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팔랑
하늘 한 장
어깨로 내려앉는다.
자꾸만 인색해지는 웃음은 누구 죄?
갈바람에 푸드득 몸 푸는 나뭇잎
그저 바라만 봐도 눈 끝에서 메케한 연기 자욱하다.
팽- 팽-
괜시리 빈 코만 풀어대고
떠나도 보내도
가방 가득, 부러진 갈비뼈 사이로
쏴아- 쏴아-
바람이 지나간다
그. 립. 다.
말하지 않으려니
가슴에 돌탑이 쌓여 압사
사랑한다
말 하려하니
가슴에 총알이 지나간 듯 급살
손 흔드는 바람 있어, 잡아보니
아! 바로 그대였구나.....
가을
(흐르는 노래 ... 페이지/벙어리 바이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