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사랑 유령 (52)

시간공작소 |2003.11.09 20:18
조회 308 |추천 0

52.

선영은 개울가 바위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위들이 물살을 막아서 흐름이 약해진곳에 과자부스러기를 뿌렸다.
그러고 얼마있자 송사리들이 바위틈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한놈이 어슬렁어슬렁나오자 그러면 나도 나가야지하고 하나둘 모이더니
마치 병아리떼처럼 과자부스러기가 있는 곳으로 종종 달려가서
과자부스러기를 톡톡 건들여 보다가 한놈이 갑자기 후다닥 바위틈으로
도망가자 영문도 모르고 다들 바위틈으로 숨는다.
다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통통 나오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선영이가 까르르 웃자 꾸벅꾸벅 졸던 햇살이 깜짝놀라 하늘위로 푸드득 뛰어오르면서
그의 황금깃털을 세상에 흩뿌린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창을 개울가에서 놀던 선영은

"싸우지말고 잘 놀아라~"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대나무밭길을 따라서 집으로 향했다.


"이주소면 이근처인데 틀림없는데.."
장형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갔다가 대나무밭에 다다르고

"어라..대나무밭이네..우와 굉장하네..화령사님 이것보세요...엄청크죠?"

화령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앞으로 나아간다.

장형사는 뒤따라가면서 혼잣말로

"아니 저사람은 도대체 감정이라는게 있는거냐?..
이렇게 멋진걸 보고도 그냥 무덤덤이네..혹시 저것 로보트아니야?"

선영은 대나무밭길을 걸어가면서 맞은편에서 낯선 두남자가 걸어오는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가 인적이 드문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혹 관광객들이 오는데 저들의 복장으로 봐서 관광객은 아닌것 같았다.
뒤돌아서 달아날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기에는 거리가 너무 근접했다.
어쩌면 못 알아보고 지나칠수도 있지않은가?

장형사는 풍경을 구경하는듯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선영옆을 무심히 지나갔다.

선영은 속으로
'휴우~ 괜히 십년감수했네..관광객인가? 그런데 둘다 인상 한번 정말 더럽네'

그런데 갑자기

"이선영" 하고 장형사가 걸음을 멈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렀다.

선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발에 힘이 쫘악 풀리는듯 했으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내달리기시작했다.
심장은 터질듯이 두근거리고 귓속에서는 윙윙하고 소리가 나는듯하고
관자놀이 있는곳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땅이 늪이 되어버린듯 달리는 걸음걸음이 무겁다.
얼마 가지 못해서 선영은 장형사의 억센손에 뒷덜미와 팔목을 잡혔다

"놔요..노라구요..아저씨 뭔데 사람붙잡아요?.."

"형사야"

"형사면 형사지 사람은 왜 잡아요? 내가 뭘 잘못을 했다고..."

"잘못이 없는데 왜 도망가는데..."

"아저씨가 쫓아오니깐 도망가죠.."

이때 화령사가 앞으로 한걸음 선영쪽으로 나오더니

"숨김없이 말하도록 하여라..
염의원과 너사이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적이 있느냐?"

선영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러나 선영은 태연하게

"밑도 끝도 없이 이건 무슨 소리래?
이 아저씨는 누군가요? 이사람도 형사인가요?"

그러자 장형사는

"화령사님이시다..."

"화령사? 그게 뭔데요?"

"악귀를 태워 없애는 분이시다.."

선영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참내~ 언제부터 우리나라 경찰이 무당 푸닥거리 앞잽이 노릇을 하기시작했나요?
아저씨 그것 알아요? 아저씨 월급이 국민들 세금에서 나온다는걸...
내가 내는 세금이 아저씨 월급이라고요..
이럴 시간 있으면 도둑이나 하나 더 잡아요."

퇴마사도 아닌 무당에 견주었으니
그렇찮아도 자존심강한 화령사는 화가난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염의원의 테레사건은 분명히 귀신의 소행이다. 사람은 도저히 그 거리에서
불가능하고 또한 던진 돌에서도 흔적이 나왔다.
손의 크기로 보아서 남자몸에 빙의한 여귀가 틀림없다.
그러므로 너주변에 너를 잘아는 남자가 누구인지 말하여라."

"하하하..아저씨..화령사라고 했나요?
있잖아요. 제가요...직업이 술따르고 웃음파는 호스티스랍니다..
주변이 다 남자라구요..
저 아저씨랑 언제한번오세요..제가 서비스 안주 팍팍 드릴께요."

"말하지 않겠다는 거냐? 그렇다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내게도 방법은 있다."

"뭘 자꾸 말하라고 해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아저씨 마음대로 해요."

선영은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휙돌려버렸다.

화령사는 그런 선영을 쳐다보다가 잠시후 장형사한테

"염의원한테 전화해서 여기 일을 말하고 바꿔라."

장형사는 전화를 걸어서 염의원에게 현재 상황을 말하고 핸드폰을
선영에게 바꿔주었다.

"여보세요...선영이냐?"

선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시는 이목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오랫간만에 아빠를 만났는데...인사도 안하냐? 흐흐"

선영은 분노로 가는게 떨면서

"나는 당신을 아빠로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어. 할말 없으니깐 끊어."

"아~ 잠깐 끊을때 끊더라도 그전에 내가 한마디만 하지..
살인의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것은 잘알고 있지?"

"........"

"그당시 일을 내가 거기에 있는 형사한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선영은 갑자기 머리속이 하얗게 텅비어버리는듯 멍해지면서 어지러웠다.

"넌 영리하니깐 길게 말하지 않겠어.거기 있는 사람들이 묻는말에
숨기지 말고 대답해..니에미 콩밥먹는꼴 안볼려면...."

"내가 말을 하면 다시는 엄마일은 꺼내지 않는다고 약속할수 있냐?"

"물론..어짜피 나도 얼마안있으면 이 거지같은 나라 떠난다.
아니 무지 몽매한 국민들덕분에 한몫챙겼으니깐 그렇게 말하면 안되나?
평생 아니 자자손손 먹을것은 챙겼으니깐 해외 휴양지나 돌아다니면서
왕처럼 살아야지..어떠냐? 너두 생각있으면 같이 갈까? 큭큭~ "

"이런..기생충같은 새끼.."

"버릇없는 년..그게 애비한테 할 소리냐?
아무튼 떠나기전에 정리할것은 해야지..
원래 나는 당하고는 못사는 성미라서 이렇게 나를 병신 만들어 놓고
그 새끼는 무사할줄알아?...너두 잔머리 쓰지 말고 사실대로 다 불어라.
그리고 장형사 바꿔.."

장형사에게 전화를 바꿔주자 장형사를 전화를 받으면서 뭔가 긴밀히
말하는듯 소근소근 말을 한다.
장형사는 전화를 끊고 선영에게

"자 그러면 말해. 누구짓인지?"

"잠깐만요 저도 생각을 정리해야죠..시간이 좀 필요해요.
어짜피 아저씨도 서울가야하고 저도 올라가야 하니깐
서울 도착하기 전까지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줄께요."

"에이참..귀찮게 하네..그냥 말하면 되는거지.."
장형사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할수 없다는 듯이...

"그러면 가자"하면 차있는쪽으로 갈려고 하자..

"잠깐만요..저기 제 짐도 가져와야하고 옷도갈아입고 그동안 돌봐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도 해야 하니깐 잠깐만 들렀다가 가요."

장형사는 짜증난다는 듯이

"아니..그건 나중에 택배로 붙이고 전화로 하면 되잖아..."

"연세드신 분이라서 택배라는걸 몰라요.그리고 여기서 얼마나 된다고
인사도 안하고 가나요? "

"알았다..가자 가"

"그런데 아저씨 왜 아까부터 기분나쁘게 반말해요..언제 봤다고?"

"반말할만하니깐 반말하지.."

"아저씨가 자꾸 반말하면 나도 말놓는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선영이가 대문을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아이고 마침 왔네 그렇찮아도 식사하자고 내가 부르려고 했는데..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신가?"

장형사는 경찰뱃지를 보여주면서

"서울에서 왔습니다. 뭐좀 조사할게 있어서..야~ 빨리 챙겨서 나와"

순간 할아버지의 안색이 굳어졌다.
일제시대부터 경찰과는 악연이 있는 집안이라서 극도로 경찰을 싫어하신다.

"형사가 무슨일이야? 우리집에..."

장형사는 귀찮다는 듯이

"그냥 조사좀 할려고 그래요..."

"이놈들이 엄한 사람 데려가서 병신만들어 놓으려고 그러는것 아니야?"

할아버지의 큰 형님께서 일제시대때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형사들한테 잡혀서
옥고를 치루시다가 돌아가신걸 아직도 가슴속에 응어리져 남아 있으시니..

"아니에요.. 할아버지..그냥 잠깐 뭐좀 물어보기만 하면 되요."

"이놈들아~ 물어볼려면 여기서 물어봐.."

장형사가 뭐라고 하자 선영이 먼저

"괜찮습니다.어르신들...괜히 분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짐 좀 정리하고 지금 올라가야할것같네요.. 죄송합니다."

선영은 자기방으로 들어갈려고 하자

"아참..내놔 핸드폰..."하면서 손을 내밀자 선영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폴더를 열어서 반으로 꺽어서 바닥에 버리면서

"자..됐냐?.."

"짜식 성질 머리 하곤..."

선영이 방으로 들어가자 방문을 빼꼼 열어놓고 그앞을 지키고 있자
할머니가 방문을 닫으면서

"이게 무슨짓이냐? 아녀자가 옷 갈아입는데.."

"혹시 엄한짓 할까봐 그래요."

"그래도 그렇치 쯔쯧..."

그리고 얼마후에 선영은 옷을 갈아입고 한손에는 가방을 들고 나왔다.

"할머니..할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다음에 꼭다시 올께요."
하면서 꾸벅 인사를 하자 할머니가

"뭐..우리가 해준게 있나..그나저마 밥이나 한술뜨고가..먼길 떠나는데.."

장형사가
"할머니 그럴 시간없어요..밥은 가다가 휴게실에서 대충 떼우면 됩니다.
지금 곧 가야합니다."

"그래도 내마음이 안그래..밥한끼 먹여서 보내야지.."하면서
할머니가 옷고름으로 눈가를 찍는다.

선영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너무 잘해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하지..
일이 이렇게 되서 선물도 준비못했습니다. 그래서 약소하나마..."
하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건네주자
할머니는 한사코 마다하시면서

"아니야..뭐해준게 있어야지..이러지마."

"받으세요..얼마되지 않습니다. 받아주세요.."

이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을때 장형사의 눈이 반짝 빛나면서
돈을 확 낚아채고 돈사이에 끼어있는 메모지를 발견하고 꺼내서 읽는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급하게 떠나게 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와서 그때는 넙적바위가 무슨애기를
해주나 귀기울려서 들어봐야겠네요. 어르신들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사세요.
그리고 송구하지만 한가지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아래번호로 전화해서 선영이가 빨리 피하라고 했다고 그렇게 그말만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장형사는 메모지를 흔들면서

"야~ 내가 짭새밥만 10년이 넘었다..이게 어디서 잔머리를 굴리냐?"

선영은 번개처럼 장형사의 손에서 메모지를 낚아채고 그것을 어거적어거적 씹어서
삼켜버렸다.
그러자 다들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선영을 보고 있는데
장형사가

"너가 그렇게 종이를 좋아하는지 몰랐네..맛있냐? 많이 있는데 더 줄까?"

"너 같으면 맛있겠냐?"

"여기서 허비할 시간없다. 그만 떠나자"
화령사가 이렇게 말하자 다들 길을 나선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선영이가 점이 될때까지
그렇게 나와서 떠나는 선영을 보고 계셨다.

"박과장 이것 어쩌지?"

"왜 무슨일인데?"

최부장은 말하기 곤혹스러운듯이
"저기 있잖아..참내..난감하네.."

"뭔데?"

"전에 해외파견하는건 말이야...그게 말이야...위에서 승인이 안떨어졌어."

"아니 왜 그렇게 된거야? 거의 확실하다면서.."

"다 통과되었는데...박이사가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구매부 박정수씨로 결정났어."

"왜? 이유가 뭔데... 은진씨가 더 뛰어난것은 자네도 잘 알잖아."

"알지..그런데 박이사가 여자라서 안된다는거야...
남자들도 힘들다는곳에 여자보내서 무슨일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거지.."

"참내...핑계같은걸 대야지..도대체 몇세기에 살고 있는거야..박이사라는 새끼는?
언제부터 그렇게 위해줬다고...참내 더러워서 회사 못다니겠네."

"휴우~ 아무튼 미안하네 박과장..가볼께..이따가 저녁때 한잔하세."
최부장이 떠나고 박과장은 은진에게 어떻게 애기를 해야할지
고심하다가 은진을 불러서 박이사 애기만 빼고 선정에서 탈락되었다고
말하자 은진은 한쪽은 낙담하고 또 한쪽으로 안도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숨겨질까? 영업부에는 윤보라는 레이다가 있는데...
내막이 알려지자 영업부 사람들은 다들 기분 나뻐하는데 특히 신대리가 그랬다.

제법 어둠이 내려앉은 고속도로위를 차들이 마치 야광충처럼 헤트라이트를 켜고
나는듯이 쌩쌩달린다.

"아저씨...창문 좀 열께.."

"그냥 둬 바람도 차가운데..." 장형사는 운전하면서 바로 뒷자리에 앉은
선영을 룸밀러로 보면서 말했다.

"답답해서 그래..조금만 열께.."

"그러면..조금만 열어."

선영은 옆에 있는 화령사를 곁눈질로 힐끔 보았다.
화령사는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잠을 자는건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나만 없어지면 서희언니도 고수오빠도 모두 다 괜찮아지는거야.'

선영은 창문을 열는척하면서 차문을 열고 달리는 차에서 몸을 날렸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