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아침부터 흐리던 날씨가 우편물 배달을 나가려고 채비
를 끝마쳤을 때부터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길가에 은행나무의 노오란 잎들이 겨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 잎 두 잎 빙그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져 내립니다. 그리고 길목마다 낙엽들이 쌓여만 갑니다. "어느새 겨울인
가?" 하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쓸쓸함이 저의 가슴을 억누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해집
니다.
"가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인가? 나는 가을동안 무엇을 했었을까?" 하는 생각
을 하여 봅니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지나간 가을이 못내 서운하여 다시 한번 낙엽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낙엽들 사이로 어느새 슬며시 다가온 겨울의 미소를 발견합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반겨주지 않아도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의 주위를 슬며시 찾아옵니다. 그리
고 우리에게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줍니다.
오늘따라 비는 내리는데 전남 보성군 노동면 광곡리 화전마을 앞에 도착하였을 때 갑자기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조금 이상하다?" 하는 생각에 오토바이의 앞바퀴를 보자 앞바퀴는 펑
크가 나 있는 겁니다. "아니 이 바쁜 판국에 웬 펑크는 펑크여!"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토
바이의 수리센터에 빨리 와서 수리하여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오토바이 수리센터 직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저의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하면서 바라
본 손목시계가 벌써 오후 2시가 가까워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점심식사를 하지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배가 더욱
고파지는 겁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디서 점심 한끼를 해결하지?"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
기 난감한 생각이 듭니다.
사실 보성읍 내 같으면 그래도 식당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에 점심식사는 별 문제는 없는데
시골의 면 소재지는 식당이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식당이 문을 닫으면 그 날은 시골마을에
서 점심식사하기가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너편 식당을 보니 오늘은 문이 열려있는 것 같아서 식당을 향하여 다가갑니다. 그
리고 식당 문을 열고 주인을 부릅니다.
"혹시 점심식사가 되겠습니까?" 하는 저의 말에 젊은 아주머니께서 "예! 그런데 몇 분이세
요?" 하고 묻습니다. "집배원이 저 혼자이지 몇 명이 같이 다니겠습니까?" 하면서 "제가 오
토바이가 펑크가 나서 저 위에 세워놓았거든요! 오토바이를 끌고 오는 동안 점심식사 준비
좀 해주십시오!" 하고서는 식당 문을 나오는 순간 오토바이 수리센터 직원이 어느새 도착하
였는지 이미 오토바이의 펑크를 수리를 끝마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저는 다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식당의 아주머니께 "식사 준비는 되었을까요?"
하였더니 "예!" 하면서 반찬과 함께 밥그릇을 내어 오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밥그릇이 두
개입니다. "아니 사모님 왜 밥그릇이 두 개인가요? 저는 하나만 시켰는데요!" 하는 저의 말
에 젊은 아주머니께서는 "아저씨가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지금까지 점심식사를 못하였잖아
요! 그래서 천천히 많이 드시라고 그냥 밥그릇을 두 개를 준비하였어요! 사실은 저의 형부
가 경기도 구리 우체국에서 집배원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의 형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우체부 아저씨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일요일날도 거의 대부분 월요일을
대비해서 출근을 하신다고 하데요! 그런데 얼마나 배가 고프시겠어요?" 하시는 겁니다.
"예! 그러시군요! 고맙습니다!" 하고서는 열심히(?) 점심 식사를 하는데 욕심 같으면 밥을
한 서너 그릇 정도는 먹어야 하는데 겨우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저의 뱃속에서는 더 이
상은 생각이 없는지 도저히 밥이 더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수저를 놓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아저씨 천천히 많이 드세요! 혹시 반찬이 맛이 없어
서 그러세요?" 하시는 겁니다. "아닙니다! 반찬도 맛이 있고 국물도 참 맛이 좋습니다! 그
런데 처음 제 생각에는 밥을 한 세 그릇 정도는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빙그레 웃었더니 아주머니께서 빙그레 따라 웃으며 "아저씨도 어떻게
우리 형부하고 꼭 같은가 모르겠어요! 우리 형부도 그렇게 음식을 많이 안 드시던데!" 하시
며 아쉬운 표정이십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먹은 편입니다! 음식을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저의 말에 아주
머니께서는 "천천히 더 드시지 않고 시간이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얼마나 시장하시겠어
요!" 하면서 저의 식사 량이 적은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입니다. 잠시 후 음식값을 지불하
고 밖으로 나오자 지금까지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는 이미 멎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하여 달려가면서 생각을 합니다.
집배원 형부를 두신 젊은 아주머니 오늘은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