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 일본전서 0-1로 패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대표팀의 수비수였던 홍명보 현 한국대표팀 코치가 던진 말이다.
홍 코치는 지난 2002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에서 "그 이후 내가 나선 일본전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축구화를 벗을 기회가 없었다"고 웃어 넘기기도 했다.
홍 코치는 현역 시절 A매치 일본과 8차례 만나 5승2무1패를 기록했다. 자신의 공언대로 93년 이후에는 패배가 없다.
93년 이후 다행히 한일전에서 진 적이 없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홍 코치. 공교롭게도 자신이 지휘봉을 잡게 되는 첫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일전을 치르게 됐다.
오는 14일 오후8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일 올림픽 대표팀간의 친선경기가 그 무대다.
홍 코치는 93년의 한마디 덕분에 '반일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냐는 지적을 받지만 사실 '지일(知日)파'에 가깝다.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벨마레 히라쓰카와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며 일본의 축구 문화와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기간 선진축구 시스템을 빠르게 흡수해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은 일본 축구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93년 '은퇴 불사'를 외쳤던 홍 코치는 '영원한 리베로'에서 "스포츠에서 일본은 더 이상 한풀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선의의 경쟁자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심경의 변화(?)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역 시절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였던 일본과의 이번 맞대결은 홍 코치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한국적인 정서'상 올림픽팀 한·일전을 단순히 친선 평가전으로 치부하기는 곤란하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홍 코치가 이번에 임시 지휘봉을 잡게 될 21세 이하(U-21)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사실 이번 일본전을 위해 급조된 팀이라는 점도 부담을 배가한다.
홍 코치와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경기 전날까지 제대로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반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여러 차례 손발을 맞추고 평가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교롭게도 일본 올림픽대표팀의 코칭 스태프가 홍 코치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