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 입니다.
거래처 대표님 만나뵈러 안세병원 부근에 있는 건물을 찾았습니다.
날씨도 좋고 같은 동네 근방 몇 몇 곳을 들려야 했기에 주차 걱정도 없고 막히는 강남 골목 골목도 피할수 있는 스쿠터를 타고 나갔죠.
스쿠터 타면서 정장 입고 다니면 많이 웃겨보여서 청바지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을 즐기고 머리가 날리니까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일이든 사적인 만남이든 옷차림 뿐만 아니라 처음 드러나는 외적 이미지는 그 사람의 내면을 알기 전에 판단할수 있는 유일한 평가 요소 인 만큼 일을 하려면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실히 갖고 있습니다. 외적 이미지는 어떤 선입견을 만들고 그 선입견이 일의 성패와 인간 관계의 방향성이나 깊이도 좌우 할만큼 중요한 요인임이 틀림 없다고 생각 합니다만 많이 뵈서 잘 아는 분 하고의 만남에는 스쿠터 타고 편안한 차림으로 다닙니다.
그런데 스쿠터 탄 제 모습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른들께는 제가 서른 두살 이라고 얘기하면 잘 안 믿고 어리게만 봅니다.
어리게 봐 주시는건 좋은데 어린 사람에겐 함부로 해도 된다는건 누가 가르켜 준 건가요?
같은 건물에 같은 경비원도 옷을 말끔히 입고 차를 타고 갈땐 바로 존댓말 나옵니다.
"어디오셨어요? 여기 주차하시면 안되는데요 몇 분이나 계실 거에요? "
다른날 스쿠터타고 모자쓰고 같은 건물을 찾았는데
나한테 오지도 않고 앉아서 손목아지만 까딱 까딱 움직입니다.
욱하는데 어른한테 함부로 하기도 뭐해서 아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인사하려 들어가는데도 끝까지 부릅니다.
"어이~ 일루와봐 일루와바 어디왔어 , 절루 빼 "
공공의적 1편에서 이성재가 택시 기사 따라가서 죽이는 심정을 비슷하게 알 것 같게 됩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도 됩니다.. 세상에 이런 십장생들 때문에 검은 세단 타야되는구나....
이런일을 한두번 겪는것도 아니기에 어제는 그 경비랑 말씨름 하고 싶지 않아서 스쿠터를 근처 다른 건물 적당한 곳에 세워 두고 두시간 가량 후에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일은 벌어집니다.
오 마이 갇...
애지중지 하는 나의 베스파가 길가에 죽은 듯 누워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눈에서 레이져 나오고 심장이 떨리는데 그래도 진정하고 스쿠터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때 저 쪽에서 멸치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흥분한 모습으로 빠르게 다가옵니다.
어디왔는데 오토바이를 여기다 세워!! 어!!!!
아 이새끼가 내 스쿠터 쓰러뜨렸구나.. 상황 파악이 됩니다.
그래도 뵈니까 연세 좀 있으시기래 억울하긴 하지만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멸치가 화를 못 삯이는 겁니다.
자기가 내 오토바이를 옮기다가 손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밴드를 붙힌 손목아지를 제게 디밀며 어떻게 할꺼냐고 묻습니다.
전 분명히 얘기했죠. 여기 제가 오토바이 세워놓은건 죄송한데요
다른 차들의 주차에 방해도 되지 않는 위치인데 너무 심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왜 남의 오토바이는 함부로 만지셨어요?
그랬더니. 제 머리끄댕이를 잡고 치를 떨면서 때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여기서 전 깜짝 놀랐습니다.
일방적으로 쳐 맞으면서도 성질 안내고 참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리고 솔직히 짧은 찰나 였지만 김밥 할머니 사건이나 최민수 노인 폭행 사건이 떠오르면서 주변에 수많은 시선과 핸드폰 카메라가 이쪽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차로 쳐 맞고 잠깐 떨어진 틈을 타서 아저씨를 이해 시켜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전 그저 차분히 끝까지 차분히 말씀 드렸죠.
"아저씨 이 장소 소방법상 소방활동위해서 비워둬야 하는 곳도 아닐뿐더러 제 오토바이가 아저씨네 건물 영업에 지장을 주지도 않지만 만약 애로가 있다 하더라도 여긴 아저씨네 땅도아니고 단속 하더라도 구청이 나와서 단속 해야할 내용 입니다. 근데 왜 남의 오토바이에 손을 대고 자기가 넘어뜨린 오토바이 세울라고 바둥거리다가 다친 상처를 책임지라 하시는지요?"
그랬더니 이 멸치가 더 흥분해서 다시 제 싸대기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악마가 속삭입니다. "죽여버려"
왼쪽 천사가 말립니다. "안돼 노인이잖아 그냥 참어"
아 진짜 그냥 뚜드러 맞았으면 어디 좀 다치기나 할껄
아저씨가 외소하고 힘도 없어서 제 머리만 널뛰는 미친놈처럼 헝클어 놓고 아무런 상처도 내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꼴로 경찰서 가서 하소연 해봤자 경찰들이 할 얘기도 뻔합니다.
이미 지켜보던 주변사람들도 "어른이니까 자네가 이해해" 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저를 말리고 있었거든요.
경찰서고 지랄이고 가서 조서 쓰고 어쩌고 할 감정과 시간 소모하기 싫어서 결국 그냥 그 자리를 떠나 왔습니다.
그리고 예전 직장에 잠깐 들러 볼 일 잠깐보고 친구들과 로데오에서 술을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 너무 억울한 겁니다.
노인들 왜 다 그모양이냐? 좀 점잖게 늙으면 안되나. 추한 씹새끼들
다 뒈져버려. 온갖 쌍욕을 다 해도 통 후련해 지지 않더군요.
노인이 무슨 떼 벼슬이나 되는거야? 얼마나 더 참아야돼.
왜 젊은이들한테 무조건 군림하려고 하고 무조건 반말에 삿대질이야. 그런러면서 존경받지 못하고 자리 양보 못받으면 젊은 애들 싸가지 없다고 두런두런하지.
마음을 달래려 CD장을 뒤져 "노인" 황병기 선생 최근적 [달하 노피곰]을 틀었습니다.
트랙이 두개쯤 넘어가자 아까 그 아저씨 행동이 용서됩니다.
가야금 연주는 잘 모르지만 황병기 선생앨범을 들을때면 모순까지도 명상하는 고요함이 느껴집니다.
온갖 쌍욕과 원망으로도 잊혀지지 않던 낮 의 그 사건이
음악 몇 분 듣는것으로 잊혀지는군요.
누군가는 어떤 사람에게 한그루 나무가 되어 늙어가고
누군가는 청년들에게 하나의 도서관 같은 지혜의 샘이 되어 줍니다.
또 누군가는 말없는 연주로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주고 영향을 주는데 어제 그 노인은 나같은 어린사람이나 상대해 싸움을 벌이고 자기 화를 다스리지 못해 바르르 떨던 그 모습....
이유없이 쳐 맞은 저보다 더 불쌍하게 생각 됩니다.
그렇게 세월을 다 보내 백발이 되었다는게 말이죠.
다음에 또 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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