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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주는 편지

편지 |2008.05.25 19:47
조회 1,137 |추천 0

이 편지를 오빠한테 줄지 안줄지도 아직 모르겠고, 준다해도 오빠가 이 편지를 안 읽을지도 모르고, 읽는다 해도 바로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지금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이렇게 편지라도 써야겠어요. 앞뒤가 안맞고 글씨가 엉망이더라도 이해해줘요.

지금쯤 자고 있겠죠? 어제 새벽까지 알바하느라 지쳤을테니까.. 오늘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빠 생각부터 났어요. 일어나자마자 혹시라도 새벽에 오빠한테 연락 오지 않았을까 핸드폰부터 확인하고.. 미련하게..

어제 학교로 온다고 해놓고 왜 안왔어요.. 안올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안오니까 참.. 기분 이상했어요.. 하긴, 오빠가 굳이 와야할 이유도 없는거잖아요. 그치만, 난 그동안 내가 했던 생각들..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했던 생각들 다 털어놓고 좋게 끝내고 싶었어요. 그동안 대화가 너무 없었으니까.. 아.. 막상 쓰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정말.. 시험기간에 같이 도서관 가자고 한 것도 너무 고맙고, 잠 온다면 깨워주려 문자해준것도, 집중 안된다던 문자 받아준 것도 전부.. 이제 또 시험기간인데 잠오거나 집중 안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이에요. 집에 데려다 준 것도 너무 고마워요. 짜증 받아준 것도. 내가 까부는 거 받아준 것도 너무 고마워요. 밥 사준 것도 고맙고, 먼저 문자하고 전화해 준 것도 고마워요. 난 내가 먼저 문자하거나 전화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바쁘진 않을까, 귀찮아하진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못하거든요. 오빠한테도 그랬어요. 내 문자나 전화가 방해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빠 생각나도 먼저 연락 못했는데 그럴때면 꼭 오빠한테 문자나 전화가 와서 너무너무 좋고 행복했어요. 오빠 여자친구 해달라고 한 것도 고마워요. 난 오빠가 좋은데 오빠는 아닐까봐 걱정했었거든요. 진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좋아해준것도 고마워요. 진심이었길 바래요.. 아니었다 해도 뭐.. 어쩔 수 없죠.. 바쁜데 틈틈히 연락하고 만나러 와 준 것도 고마워요. 정말 항상 고마웠어요. 바쁜거 다 아는데, 피곤한거 다 아는데.. 밤에 잠깐이라도 만나러 집 앞에 와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어요. 엠티 끝나고 데리러 와 준것도 고맙고, 선생님 만났을때 데리러 와 준 것도 고마워요. 정말로.. 장미꽃도 고맙고 인형도 고마워요. 이제 이것들 다 어떻게 해야할지.. 정보체계론 프린트도 고마워요. 그 안에 오빠가 적어놓은 말들도 고마워요. 오빠가 준 프린트로 했던 수업이 제일 즐거운 수업이었어요. 지난번에 싸웠을 때, 안아주면서 오빠가 잘하겠다고 했던 말도 고마워요. 그때 정말 불안했거든요. 하루종일 우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내가 오빠 많이 좋아하게 된거 후회도 많이 했거든요. 오빠가 안아주면서 그 말 하는데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주말에 알바할 때 문자해준거 정말 너무 고마워요. 알바하는 것만으로도 바쁠텐데.. 주말 저녁이면 너무 행복했어요. 전화해달라고 한 것도 고마워요. 오빠가 나한테 그런 말 한다는거.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각되었으니까 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프다면 걱정해준 것도 고맙고, 정보체계론 발표 잘하란 말도 고마워요. 재무행정론 지각했을 때, 왜 안오냐고 왜 지각이냐고 다그치던 문자도 고마워요. 바쁘게 사는 오빠 모습도 고마워요. 나한테 자극이 많이 되었어요. 오빠는 저렇게 바쁘게 사는데 빈둥거리는 날 볼때면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게 되었거든요. 바쁘게 사는거 보기 좋았어요.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빠가 그러고 싶었다니까, 오빠가 원하던 대로 사는 거니까 좋았어요. 새벽에 전화해준것도 고마워요. 잠결에 일어나서 전화 받는거 싫어하는데, 오빠 전화는 너무 좋았어요. 새벽에 벨소리에 깨서 오빠 이름 볼때면 웃음부터 났어요. 혹시라도 새벽에 또 오빠한테 전화오지 않을까 항상 머리 위에 핸드폰 두고 잤었는데.. 뭐든지 다 고마웠어요.. 정말..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오빠라는 사람 자체도.. 나한테 내던 짜증까지도.. 장난이었겠지만 오빠한테 시집오라던 말도.. 내 손 잡고 노래 부르던 것도.. 말 없이 잠들지 말라던 것도.. 잘자라는 말도.. 오빠 알게된건 고작 두달인데, 사귄건 한달도 안되는데, 고마운게 이렇게 많네요. 받기만 하고 난 해준게 하나도 없어서 미안해요. 좋아한다는 표현도 많이 하고 싶었고, 오빠한테 해주고 싶던 것들도 많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정말.. 오빠 말 안들어서 미안하고, 전화 못 받은 것도 미안하고.. 먼저 연락 못 했던 것도 미안해요.. 만나면 맨날 싫다는 말만 한것도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내가 또 상처 받을까봐 그게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젠 거리 안두려고 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네요. 다른 사람한테 밥 얻어먹은 것도 미안해요. 오빠가 첫 남자친구인 것도 미안해요. 오빠가 처음이 아니었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애 같았던 것도 미안하고, 여성스럽지 못한 것도 미안해요. 내가 어려보이고 여성스럽지 못한게 너무 싫었어요. 머리 잘랐을 때 마음에 안든 것보다 오빠가 싫어할게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여성스러운거 좋아하는데 여성스럽기는 커녕 더 어려보이게 됐으니.. 난 머리 짧은게 더 잘 어울리고 좋은데, 오빠가 여성스러운거 좋아한다니까 이제 머리 기르고 옷 살 때도 여성스러운 옷으로 사려고 마음먹었었어요.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으니 이런말 하는거 소용 없다는거 알지만, 그래도 내가 노력이라도 하려고 했다는거 알아줬으면 해서요. 스킨쉽 못하게 한것도 미안해요. 오빠 때문에 스킨쉽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어요. 그치만 오빠가 스킨쉽 하는거 싫지 않았어요. 스킨쉽으로 애정표현 한다는 말 듣고 오빠가 스킨쉽 할 때마다 좋았어요. 애교 없는 것도 미안해요. 애교 떨고 싶어도 오빠가 어리광으로 생각할까봐 잘 못했어요. 내가 애교가 없기도 하구요.. 선후배로 지내자는 문자에 바로 전화해서 화낸 것도 미안해요.. 그땐.. 정말 너무 화났거든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

제일 후회되는 건, 오빠한테 좋아한다는 표현 못한게 제일 후회돼요. 이젠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할 수 있을 때 많이 할걸.. 이렇게 빨리 끝날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걸.. 표현 못하는 내가 미워요. 오빠한테 미안했던거 말하려고 했는데 자꾸 고마운거 밖에 생각이 안나요. 항상 오빠 걱정뿐이었어요. 만날 때마다 지쳐있고, 힘들어보여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나 만나는 시간에 차라리 쉬게 하자는 생각에 만나자는 말도 못했어요.

오빠랑 하고 싶었던거 많았는데.. 여름 방학때까지만 이렇게 바쁘게 지낼꺼라고 해서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시험 끝나고 영화보러 가자고 한거, 같이 유등천 운동 가자고 한거, 야구보러 가자고 한거, 야경보러 가자고 한거.. 오빠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을지 모르지만 난 다 기억하고 있어요. 오빠가 여유가 생기면 같이 하려고 했는데.. 오빠 부담될까봐 기억 못하는 척 말도 안꺼냈는데.. 오빠 생일날 선물 뭐 줄까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앞서갔네요. 오빠 생일날 옷 예쁘게 입고 선물 주려고 했는데.. 이젠 선물 고민 안해도 되네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싫고 짜증나요. 보고 싶은데 못 보고,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앞으로 마주쳐도 아는 척도 못한다는 게 너무 싫어요. 난 아직 그대로인데 오빠가 돌아선 것도 싫고, 이유를 모르겠는 것도 너무 싫어요. 이런거 처음 겪어보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나도 너무 싫어요. 계속 눈물 나는 것도 싫고, 펑펑 울지도 못하고 참아야 하는 것도 힘들어요. 배가 너무 고픈데 밥이 안 넘어가는 것도 짜증나고.. 억지로 넘겨도 다시 넘어올 것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가슴 아픈데 다른 사람들 걱정할까봐 괜찮은 척 하는 것도 힘들고, 마음에 없는 척 오빠 나쁘다고 욕하는 것도 힘들고 싫어요.

계속 오빠 생각 나는 것도 싫고, 난 이렇게 힘든데 멀쩡히 할 일 하고 있을 오빠 생각하면 짜증나요. 나도 얼른 정신 차리고 내 할 일 해야하는데, 손에 아무것도 안잡혀요. 그냥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사실 나도 오빠 만나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안 맞는것 같다는 생각.. 든 적도 있었는데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대화도 별로 안해봤으니까 지금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자주 만나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때 알 수 있겠지, 설사 안맞는다 하더라도 내가 맞춰야지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오빠랑 맞는지 안맞는지 판단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네요. 어쩌면 오빠는 이미 안맞는다고 판단 내린걸지도 모르죠.. 나도 오빠랑 언제까지 갈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오빠 만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치만 이런거 말하면 오빠 기분 별로일꺼 같아서 말 안했는데.. 내가 하는 생각을 오빠가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서운하기도 하고 너무 가슴 아프고, 울고 싶었어요. 오빠만 그런 생각 하는거 아닌데.. 나도 그런 생각에 그런 걱정 하고 있지만 오빠 생각해서 말 못 꺼내는 건데.. 오빠가 그런말 하니까.. 그래서 오빠랑 얘기하고 싶었어요.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니까.. 근데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면 오빠는 항상 표정 굳어있고.. 말도 안하고.. 그래서 말도 못 꺼냈어요. 만약 내가 그런 말 꺼내면 바로 끝나버릴 것 같아서.. 끝나는게 너무 두려워서..

오빠 친구들도 그랬을지 모르지만.. 친구들이 헤어지라고 많이 그랬어요.. 다시 생각해보라고.. 난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어요. 내가 좋았으니까요. 그리고 헤어진다 하더라도 그 뒷감당이 안될꺼 뻔히 알아서 고민 조차도 안했어요. 아니.. 못했어요.. 오빠한테 연락 없을 때마다 항상 불안했어요. 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할까봐.. 끝날까봐.. 그러다가 오빠한테 연락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바보같이..

월요일부터 문자해도 답장도 없고, 전화도 안받고.. 연락도 없고.. 그 전날 새벽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화도 나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아.. 그런가보다.. 믿고 싶지 않지만, 나도 마음 정리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 들고.. 정말 믿고 싶지 않았어요.. 거짓말이길 바랬어요..

신발 끌고 걷던 거 오빠가 싫어하니까 고치려고 노력해서 이제 거의 다 고쳐졌는데.. 얼굴에 뭐 난거 만지지 말라고 해서 안 만지려고 노력하는데.. 후드티 입지 말라고 해서 아침마다 후드티 입으려고 무심결에 꺼냈다가 다시 넣었는데.. 주머니에 손 넣지 말라던 말 생각나서 주머니에 손 넣다가도 얼른 뺐는데.. 다음에 오빠랑 노래부르러 가면 나도 불러야겠다는 생각에 뭐 부를까 고민했는데.. 이젠 다 소용 없네요.. 고마워요.. 이런 나쁜 습관들 고치게 해줘서.. 다 나 생각해서 이런말 한거잖아요.. 고마워요..

잘 살아요. 아프지 말구요. 밥 제 때 잘 챙겨먹고 잠 푹 자요. 여드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요. 더 심해질지도 몰라요. 계속 치료 받으면 나아질 꺼에요.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구요, 운전할 땐 꼭 안전벨트 하세요. 그리고 운전할 때 전화나 문자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마세요. 위험해요. 담배.. 얼마나 피는지는 모르지만 몸 생각해서 줄이세요. 오빠 몸 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오빠 가족이 될 사람들 생각해서라도 줄이세요. 지각하지 말구요. 시간 날 때마다 푹 쉬세요. 정말.. 항상 걱정이에요.. 제대로 쉬지 못하니까.. 힘들어도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그리고 오빠는 웃는 모습이 훨씬 더 멋있어요. 이제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런말 하니까 어이없죠.. 미안해요.. 그치만 정말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에요.

편지가 길어졌네요. 아직 하고 싶은 말은 반도 못했는데..

만약.. 정말 만약에.. 여기까지 다 읽었다면..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핑계인거 알지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요. 그럴 필요 없어요. 내 남자친구 역할 다 했고, 나도 즐겁고 행복했어요. 오히려 내가 오빠한테 여자친구 역할 못하고, 오빠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고마웠어요.. 두달동안..

기대하라던 성년의 날 선물.. 이거 맞죠? 난 그냥 장미꽃 한송이에 축하한다는 말이면 충분했는데.. 너무 큰 선물 주네요. 이것도 고마워요. 어른이 되는,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게요

잠시나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고마워요.. 행복하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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