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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5.요하(遼河)의 싸움 (8)

조의선인 |2008.06.10 11:30
조회 199 |추천 0
수나라의 기병들이 목책을 향해 달려들어 숱한 희생을 무릅쓰고 목책에 갈고리를 던져 끌어내기 시작했다. 양군의 거리가 좁혀지자 조의사범(皁衣師範)인 용수(庸秀)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물러서면 안 된다. 퇴각 명령이 있을 때까진 계속 쏴라!"

말갈족이 방어하고 있는 지점에서도 이미 수나라 군사들이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말갈족장(靺鞨族長) 아소친(牙素親)이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적군을 향해 칼을 내뻗었다.

"막아라! 퇴각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끝까지 버텨야 한다. 물러서지 마라!"

양군 사이에 곧 백병전(白兵戰)이 벌어졌다. 아소친과 그의 딸 아예신(牙譽申)이 고함과 더불어 칼을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적병들을 베어 넘겼다. 말갈족과 수나라의 기병들이 서로 충돌한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잠시 전선을 살펴보던 아소친의 눈에 조의군의 모습이 보였다. 용수가 이끄는 조의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결코 물러서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적병들을 무찌르고 있었다.

"막아라! 아직까지 강을 건너게 해서는 안 된다."

후방의 강 언덕에서 전선을 예의 주시하던 을지문덕은 영양태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폐하, 적병들이 강 위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석포를 날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구만. 어서 제일선의 병력을 모두 퇴각시키게."

영양태왕의 지시에 따라 언덕 쪽에서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가 일정하게 울리자 조의군을 지휘하던 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됐다. 전초 궁병들은 모두 말에 올라라! 퇴각하라!"

조의들의 반대 쪽에서 필사적인 방어전(防禦戰)을 펼치던 말갈족에게도 퇴각 신호가 울렸다. 아예신이 급히 자신의 아버지인 말갈족장 아소친에게 외쳤다.

"아버지!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예요. 어서 병사들을 뒤로 물리세요."

"그렇구나. 우리는 버틸 대로 버텨냈다. 이제 퇴각한다!"

아소친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 위에 올라 전선을 돌아보며 외쳤다.

"제일진은 퇴각하라! 제이진은 전초를 엄호하라!"

말갈족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며 추격하려는 수나라 기병들을 향해 활을 쏘았다. 첫번째 방어선에 설치된 목책을 간신히 걷어내고 넘어온 수나라 군사들은 두번째 방어선으로 퇴각하는 말갈족과 조의군의 뒤를 쫓으며 밀고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큰 돌들이 비오듯 쏟아졌다.

"이게 무엇인가?"

위충(韋沖)이 깜짝 놀라 고구려군 본진이 있는 강 언덕 쪽을 바라보았다.

"틈을 줘서는 아니 된다. 다음 궁병들은 대오를 정비하고 적병을 맞으라!"

"저들을 강 언덕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 바위를 계속 퍼부어라!"

을지문덕(乙支文德)과 연태조(淵太祚)가 전투를 지휘하면서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화살은 계속 수나라의 돌격대를 향해 날아가고, 날아오는 돌덩이들은 앞, 뒤, 좌우를 안 가리고 얼음이 된 강 곳곳에 쏟아져 내렸다.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지면서 얼음이 여기저기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함정이구나. 흩어져라. 선봉군은 어떻게 하든 길을 열어라! 여기서 머뭇거리다간 우린 다 죽는다."

위충은 다급한 표정으로 고함을 치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전세는 이미 수나라 군사들에게 암담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왕 총관, 군사들이 왜 저리 갈팡질팡 하는 게야?"

양량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왕세적에게 물었다. 왕세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하, 적군이 석포(石砲)를 쏘고 있사옵니다."

"석포라고? 아니 돌덩어리 몇개 가지고 저렇게 허둥지둥 댄다는 건가?"

양량이 한심하다는 투로 중얼거리는 사이에, 그들 근처까지도 엄청나게 큰 돌덩이들이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음이 금새 결을 가르며 깨어질 듯 소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고경이 한탄하듯 말했다.

"오, 이런... 전하, 더 이상 들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저들은 얼음을 녹이려고 강 위 곳곳에 불덩이를 피워 놓았으며, 그 위에 아군을 끌어들여 석포를 때리고 얼음을 깨고 있는 것이옵니다."

양량은 얼빠진 표정으로 전선을 바라보았다. 왕세적이 양량의 말고삐를 잡고 말했다.

"전하, 여기 더 있으면 위험하옵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날 필요가 있사옵니다. 이쪽으로 오시오소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이 얼음 바다가 그리 쉽게 무너지겠는가?"

양량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왕세적이 고삐를 당겨 재촉했다.

"팔만의 대군이 강 위에 올라 있사옵니다. 석포는 계속해 충격을 가하고 있고, 이미 곳곳이 오래 전에 불에 녹고 있었사옵니다. 피하셔야 하옵니다."

"그렇습니다. 속히 강을 건너거나 퇴각해야 합니다. 얼음 위에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오, 이럴수가..."

고경은 양량에게 전장을 피할 것을 권유하는 중에 얼음 위에서 석포 공격을 받는 아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황은 매우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었다. 얼음은 불길하게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수나라 군사들은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나의 군사 팔만명이 다 여기 얼음 벌판 위로 올라가 있어. 그렇게 되면 저들은 다 어찌 되는 게야? 위충 장군은 강을 넘은 게야, 어찌 된 게야?"

양량이 당황하는 와중에 소리를 질렀다. 그 사이에 돌덩이들은 비오듯 떨어지며 강 얼음 곳곳을 마구 때려대고 있었다. 비명과 함께 얼음이 갈라지며 수장되는 군사들이 보였다.

"전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모두 말머리를 돌려 퇴각하라!"

왕세적과 고경이 양량을 데리고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곳곳에서 얼음이 계속 갈라지고 수를 셀수 없는 군사들이 강물에 빠져 죽고 있었다.

"아, 이걸 어쩌란 말이냐? 할 수 없다. 고구려군 쪽으로 오르는 수밖에 없다. 돌격하라! 강 위에 올라라!"

육중한 바위들이 쉼 없이 얼음과 수나라 군사들을 때리는 가운데 위충은 군사를 재촉하여 언덕으로 오를 것을 명령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벌어지는 와중에 바위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위충이 탄 말을 때리며 얼음을 깨 버렸다. 말과 함께 쓰러진 위충은 깨진 얼음 사이로 떨어져 서서히 물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어느새 강은 곳곳이 연이어 깨진 얼음 바다로 변하여 수나라 군사들을 삼키고 있었다.

왕세적, 고경과 함께 가까스로 강 언덕까지 도망쳐 올라온 양량은 강 중심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강물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갔다.

"전하, 정신 차리시오소서."

왕세적의 외침에 양량은 고개를 돌리더니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허... 불과 몇 시각만에 팔만이나 되는 나의 군사들이 물 속으로 다 사라져 버렸어. 믿어지지가 않아!"

"전하, 일단 이곳을 떠나야 하옵니다. 저들이 추격군을 내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퇴각하자는 고경의 말에 왕세적도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우리 군대는 전멸했습니다. 일단은 퇴각을 하셔야 하옵니다."

"퇴각이라니? 어떻게 싸움이라도 제대로 해봤어야 퇴각이라도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대로 돌아간단 말인가....."

"곧 날이 밝아질 것입니다. 추격군이 올 것입니다. 일단은 이곳을 피하시오소서!"

"오... 어떻게 이렇게 돌아간단 말인가! 어떻게..."

양량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울부짖었다.

요하에 여명이 밝아오는 가운데 영양태왕은 제장들과 함께 말없이 요하를 보고 있었다. 아직도 부유물들이 시체들과 함께 떠내려가고 있었고, 강 언덕에는 미처 녹지 않은 얼음들 위로 시체를 비롯해 전쟁의 참상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전령 한 사람이 달려와 군례를 올렸다. 을지문덕이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예, 장군...  수나라의 양량은 불과 패잔병 수천을 이끌고 방금 전 요택 쪽으로 완전히 퇴각했사옵니다."

"허허허! 폐하, 드디어 우리가 겨울 강에서 물고기를 낚았사옵니다."

강이식(姜以式)이 호탕하게 웃자, 을지문덕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무튼 서전을 대승으로 마무리지은 것 같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그러나 영양태왕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소. 고기를 낚았으면 요리를 할 차례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할 일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소. 아무튼 제장들 고생이 많았소."

"망극하옵니다, 폐하."

장수들은 모두 태왕에게 군례를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치우천왕(蚩尤天王)께 감사의 제를 올려야겠네. 제단(祭壇)을 마련하고 군사들을 편히 쉬게 하라! 그리고 다음을 대비하게 하라!"

"예, 폐하..."

영양태왕은 위엄을 유지하며 다시 요하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 하였는가?"

탁군(褶郡)에 머무르고 있던 양광(楊廣)의 군막으로 양량이 보낸 전령이 당도했다. 전령의 보고에 양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 우리 군사가 전멸당했다고 하였는가?"

"예, 전하!"

양소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허, 이거야 원... 팔만이나 되는 대군이 몰려갔는데 불과 하룻밤 사이에 전멸되었다고?"

양광이 다시 물었다.

"한왕은 어찌 되었느냐?"

"예, 한왕 전하께서는 무사히 영주성으로 피신하셨습니다."

양광은 오른손을 턱에 괴며 신음을 흘렸다.

"음... 기가 막힌 일이로고. 요하 위에 끌어들여서 순식간에 끝을 보았다? 아무래도 고구려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소이다. 고경 군사가 따라갔는데도 속절없이 당하다니 말이오. 아니 상대는 고작 일만이 아닌가? 대단하구만. 적장이 누구라고 하던가?"

"예, 삼군대장군(三軍大將軍) 을지문덕(乙支文德)과 병마원수(兵馬元帥) 강이식(姜以式)이라 하옵니다."

"을지문덕...?!"

을지문덕이라는 이름을 듣자 양광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전하, 아시는 인사이옵니까?"

양소가 묻자, 양광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저번에 말갈을 치러 갔을 때 만났던 고구려인이었소. 음... 이번 전투는 분명 그 자의 머리에서 나왔을 것이오. 보통 인물이 아니외다."

"전하, 어찌 되었든 이리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 일을 폐하께서 아시는 날에는... 어허! 이 일을 어찌 한다..."

양소가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양광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관에게 말했다.

"아무튼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소? 부관은 당장 남은 군사를 준비하라. 한왕에게 가보아야겠다."

"예, 전하."

전령과 부관이 나가자 양광은 잠시 혀를 차며 탄식했다.

"일이 아주 묘하게 돌아가는구만. 팔만의 대군이 전멸이라... 부황께서 펄펄 뛰시겠구만."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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