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행입니다.***
23시 17분 마지막 전화벨을 울려 봅니다.
내겐 열쇠가 없고 녀석은 잠이 들었습니다.
단잠에 빠졌습니다. 단꿈에 젖었습니다.
텔레비젼은 혼자 왕왕거리고 불빛은 휘황찬란합니다.
방이고 거실이고 있는대로 다 켜졌을거지만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혼자 잠들 수 있음이 다행이고 문단속하라는 가르침만큼은 잘 실천하여
참 다행입니다.
내가 주머니사정을 계산해야 함은 다행입니다.
열쇠지기를 부르거나, 하룻밤 유할 장소를 택하거나,
무의미하게 흘러 갈 하루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바랑에는 오늘 새로 산 시집(詩集)이 있고 언제건 시를 써도 좋을 PC방이 있고
밤새도록 싸워도 좋을 법조문이 있고 많지 않으나 소정의 지폐가 들어 있음은
참 다행입니다.
단잠을 자고 단꿈을 꾸고도 어미의 부재(不在)를 느끼지 못한다면 다행이지만
착한 녀석은 분명 기다리지 못한 자신을 책망할 것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리하라 가르친적은 없지만
그리하면 안된다 꾸중한 적은 없지만
혼자 배워 혼자 행하는 녀석은 참 대견합니다.
녀석 덕분에 내 칠칠치 못함에도 추억의 한 페이지는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살아 있음은 참 다행입니다.
내 마음 줄 그 녀석있음은 천만 다행입니다.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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