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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치사하게 만들고

한 달도 더 된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시제를 지내러 갔어요.
양반입네 하고 시제를 지내기는 하는데
제실도 사당도 없고 그저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쳐 놓고 거기다
4대봉사제 합니다.


사당지기나 산지기도 없으니 누가 주관하여 제수를 마련하질 못하고

양번행세는 해야겠고
종친회에서 궁여지책으로 규약을 마련하기를
5쌍씩 제수당번을 정하였기로 이번에 우리도 그 당번이 되었답니다.

 

시제 지내는 시기라는 게 흔히 계절이 어정쩡한게 가을도 겨울도 아닌 것이
을씨년스럽고 산에 올라 음식차리는일도 힘들고
누구나 그렇듯이 무엇보다 힘든 것은 얼굴도 잘 모르는 분들이

 한 후손이라하여 모였으나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그 분위기의 뻘쭘함이 견디기 힘들잖아요.

 

아무튼 담당한 제수3가지를 차에 싣고 산에 갔고
4번의 제사상을 차렸고
음복상을 차렸고
설거지를 했고
제기를 들여 놓고 나니
오후4시가 가까웠습니다.

 

시댁으로 도착하여 잠시 이야기 나누다보니
오슬오슬한데다가 잠까지 밀려옵니다.

건넌방으로 가서 눈을 붙이려하는데


기다렸다는듯이 어머님이 당신의 두 아들(남편 포함)에게


"홍시갖다줄까?"

 


"엄마, 왠 홍시예요?"


"저번에 따 온게 아주 맛나게 물렀다. 어찌나 달콤한지 몰러"


"홍시는 먹기가 불편해서요"


"뭔소리니. 포크로 떠 먹어라"


"에이..그러지 말고 커피나 한 잔 타줘요 엄마"


"커피는 무슨...아침에 먹고 또 먹니..기다려라 홍시 갖고오마"

 

잠시후


"엄마 정말 맛있네요"


" 그래 맛있지? 더 갖고 올께"

 

잠시후 "


"엄마..홍시 집에 많아요?"


"많지는 않다---달랠까봐 겁났나봅니다--.  더 먹을래?"

 

그까짓 홍시가 뭐라고
내가 건넌방에 가자마자 ..

 

이거야 원 화장실가고 싶어도 못나가고
마음속으로 참 무쟈게 치사하더군요.

 

추운 산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틈에서
죽어 뼈는 간데도 없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면서
고생한 사람은 아들이 아닌 며느리였는데
수고했단 말한마디는 커녕..

 

나는 그 후로 단감이든 땡감이든 곶감이든 홍시든
쳐다보기도 싫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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