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의 원조는 아니지만, 새 주말드라마의 막장계를 장식한 드라마가 있다. 지금도 ‘막장’하면 절대 빠지지 않고 그 이름이 거론되는 이름도 찬란한 ‘조강지처 클럽’. 오양의 화려한 복귀작이라는 타이틀 하에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그녀의 이름보다 드라마의 막장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되더니, 쌍 욕을 퍼부어가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그 중독성에 사람들은 순순히 명예의 전당에 그 이름을 올려주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대사 “바람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며 뻔뻔하게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에 난 괜히 흥분해서 잠도 못 이뤘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만난 ‘운명’ 이랍시며, 조강지처 개 신던 신발짝 마냥 갖다 버리고 새 인생 시작하다 그 남은 새 인생 말아먹은 중년들을 불행하게도 향단이는 여럿 목격했었다. 그 인생처럼 기본적인 인성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그들은 뻔뻔하게도 자신들의 사랑을 로맨스라고 지칭하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 시작은 로맨스였을지 모르나 그 끝은 ‘돈’과 지저분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결국은 드러운 잔재만 남기고 끝맺게 되니 그래서 먼저 좀 놀아본 중년의 선배들이 조언하는 차원에서 결국은 조강지처가 최고라는 막장드라마들이 줄을 이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애를 하는 관계에서는 서류와 서약이라는 굴레가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자유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기초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바람 현장을 목격당하고도 자신은 떳떳하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같이 자지 않았기 때문에, 정이 없는 하룻밤을 가졌기 때문에, 밥만 먹었기 때문에, 그냥 한번 만나본 것이기 때문에, 아무 사이도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바람을 피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행위가 얼마나 무책임한 행위인지 그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그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과 함께 밥을 먹었고 함께 영화를 봤으며 함께 술을 마셨다. 왜 아무사이가 아니면 나를 속여가며 그와 만나는 것을 그토록 쉬쉬하는걸까? 결국엔 들키고 말았고 그것 때문에 나는 무척 슬프다. 날 슬프게 했으니 넌 떳떳할 수도 없고, 그것 자체가 유죄다.
넌 내인생의 막장이었어
나는 그와 유럽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었다. 둘이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었고, 휴학 후 세운 계획을 하나 하나 이뤄가고 있는 중이었지만 만사 다 제쳐두고 그와 함께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나와의 동행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일행이 없는 상태에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인터넷으로 여행동지를 구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일행이 ‘여자 둘’이었다는 점이었다. 잔뜩 예민했었지만 향단이는 당시 23살이었고, 그 여자 둘은 ‘예쁘지 않은’ 30대의 노처녀였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두 달 가까운 시간을 그녀들과 함께 하도록 나는 허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편지 한 통도, 미니홈피 연락도, 전화도 가뭄에 콩 나듯 했었지만 나는 그게 정말로 연락이 힘든 줄만 알고 기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곤 했었다. 4개월 뒤에 여행을 떠나서야 마음만 먹으면 그것도 싼 돈에 얼마든지 언제든 통화가 가능했고, 편지는 일주일이면 도착했으며 곳곳에 인터넷 방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기다림 이후였다. 멀쩡히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두고 마중 나간 공항에서 반가운 그의 모습 뒤로 웬 불안한 기운을 풍기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걸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일행으로 보이는 그녀는 평소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원하던 이상형이었기에 괜히 기분이 안 좋았었다. 어떻게 3명이 떠난 여행이 4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지 물었고 마지막 여행지에서 귀국일이 같아 동행했다는 그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지만 그의 거짓말은 곧 들통나고 말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500만원이 넘는 여행자금을 서로 어떻게 마련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 예쁘장한 아가씨만이 집에서 돈을 지원해줬다는 얘기를 스스로 꺼낸 것이다. 여행 중에 만난 사이가 어떻게 여행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애초에 3명의 여자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고, 예쁘장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기에 혹시라도 내가 신경 쓸까 아량 넓은 배려심을 발휘하여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다. 그는 젠장 이라는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얘기했지만, 그의 미니홈피에 그녀의 사진이 왜 그토록 많았는지 왜 그토록 연락이 뜸했는지 왜 그토록 낯선 그녀의 얘기를 많이 하는지 모든 것이 맞춰지던 그 순간 나는 얼음이 되고야 말았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바보 같은 향단이는 또 그를 믿고 용서해주었지만 그 후 그와 만나는 1년 동안 그녀의 존재는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었다.
잊을만하면 그의 핸드폰에서 그녀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었고, 분명 그가 나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기에 그의 핸드폰과 그의 행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착하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됐었다.
그는 보고싶다. 라는 문자까지 보냈었다. 하지만 상처받은 얼굴로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봤다며 아무 말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뒤돌아섰고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었다.
한국에 일명 악마의 앱이라 불리는, 스마트 폰을 켜놓는 이상 상대방의 위치가 가게 이름까지 내 핸드폰으로 상세하게 조회가 가능한 ‘오빠믿지’라는 이름의 어플이 선풍적인 인기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그때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그때의 그는 선선히 어플 사용에 동의를 해주었을까 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앞선다.
참고로, 오빠믿지 어플에 앞서 상대방의 휴대폰에 usb만 꽂으면 문자와 통화내역이 모두 usb에 기록되는 프로그램이 용산에서 은밀하게 엄청난 숫자가 판매되었다니 우리의 삶에 ‘바람’은 여간 뿌리가 깊은 것이 아닌 것 같다.
연애에서 쿨한게 어딨냐
바람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요즘 유독 ‘쿨녀’ ‘쿨남’들이 대세인 것 같다. 상대방이 연락이 종종 되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더라 라는 목격담을 듣게 되어도, 대놓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아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줄 쿨녀와 쿨남들.
그런 것에 진절머리가 나 이미 상처받은 가슴에 더 이상 상처받을 공간이 없어 애초에 마음을 주지 않은 여자와 남자. 그들이 쿨녀와 쿨남들이다. 쉽게 풀이해주자면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노력을 원하지 않는 연애관계에서는 의무감도 없으며 사랑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간보고 다니는 행위를 자유라고 칭하며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간단하다. 연인을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너무나도 쉽게 많은 이성을 만나고자 하는 당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노력도, 의무감도, 사랑도 없는 그 둘의 연애에서 적어도 양심과 개념은 갖춰야 할텐데 요즘 세상엔 이 중 하나도 갖추지 못한 연애의 형태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만 같아 씁쓸할 뿐이다.
이성을 자유롭게 만나는 것은 솔로일 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혜다. 그 이성과 무슨 사이던간에 내 연인은 본능적으로 당연히 질투를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속상해 하는 것은 100%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난 나쁜 남자의 무책임한 바람 덕분에 2년여의 시간 동안 힘들어했고 아파야만 했다. 덕분에 지금 칼럼을 쓰게 되었지만, 되도록이면 상처는 받지 않는 것이 좋고 신뢰는 한번 금이 간이상 그 틈을 좁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신뢰와 믿음은 반복되어 지켜졌을 때, 더욱 더 견고해진다. 현재 연인이 있다면 선택하라.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 연인의 마음에 평생 칼을 꽂아 놓을 것인지, 애초에 모든 이성은 돌처럼 보며 작은 오해라도 사지 않도록 조심하며 서로의 믿음을 지켜 나갈 것인지.
웬만하면 제발. 지켜주자.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신 하나만 바라볼 연인을 적어도 사랑했었다면.
제가 상하이에서 직접 쓰는 연애칼럼입니다^^ 무수한 실패끝에 다른 분들은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많은 격려 부탁드리며 제 싸이 게시판에 더 많은 글들이 있어요. 공감하시는 분들은 공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