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입니다.
무어라 드린 말씀이 없습니다. 우리는 졌습니다.
그것도 숙적이라 불리는 일본에게 당한 패배로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말 없이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을 중계석에서 바라보며 무슨말을 해야할지 난감했습니다.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을때 저는 코트에 있었습니다.
그 감동의 순간을 후배들도 경험해 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도하를 거쳐 광저우까지 3연패라는 영광을 기대했었는데...
박철우 선수의 스파이크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잘싸웠습니다."
이 말이 계속 목에 걸리더군요. 제 기분이 이런데 선수들 기분은 오죽하겠습니까?
1세트를 듀스 끝에 어렵게 따내고, 2세트를 압도했을때 까지만 해도 이미 결승전에 다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수비와 리시브, 공격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갔고 선수들의 기세 부터가 벌써 일본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3세트에 와서 갑작스럽게 수비가 흔들리며 3세트를 내주고 맙니다.
사실 이떄 까지만 해도 4세트에 들어가면 당연히 이겨줄 것이라 믿지 않았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고 주전 세터 였던 노련한 최태웅 선수가 빠진게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지금까지 잘 해온 것 처럼 그렇게요.
문제의 4세트,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왔던 석진욱 선수가 쓰러집니다.
계속 문제가 되었던 무릎부상.
형님의 부상으로 우리팀의 멘탈리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잇다라 5실점.
그리고 우리는 4,5세트를 내주며 꿈이라 생각하고 싶은 패배를 당하게 됩니다.
'석진욱' 저와도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이 친구는 배구대표팀에서는 박지성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돌도사, 배구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석진욱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서 가장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 입니다.
왼쪽 공격을 책임지면서도 서브리시브 등 굳은일을 도맡아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죠.
이번 경기 중 '석진욱의 부재'는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 등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후배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축구대표팀의 3-4위전 경기를 보았습니다.
기적같은 4-3역전승을 보며 우리 남자배구도 꼭 동메달을 목에 걸어주었으면 바램을 가졌습니다.
아직 아시안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힘내라. 후배들.
** 석진욱 선수의 부상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MRI같은 정밀검사를 받아보아야 겠지만... 적지 않은 나이인데 대표로서 공헌해준 보람도 없이
부상까지 당하게 되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모두들 석진욱 선수를 위해 쾌유를 기원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