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힘
소통이 안 되면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난다
소통이란 내 뜻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 상대방의 의중을 아는 것을 말한다. 이 2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의사 소통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일방적인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그만큼 소통의 기술과 통로가 다양해진 것.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 간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장 기본적인 가족 간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V 방송의 한 설문 조사를 보면 하루 평균 가족 대화 시간이 1시간 이내라는 응답자가 전체 70%를 차지했다. 또한 부부의 이혼 사유 49% 이상이 대화 단절로 인한 성격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많은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학원 서너 곳을 다니느라 집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고, 남편은 잦은 야근이나 회식 등으로 귀가가 늦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이 이 시대 가정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선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소통이 안 되면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 다양한 문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질이나 짜증이 늘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공격성이 나타나며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쉽다. 최악의 경우 가족 해체를 부르거나 자살이나 폭력 등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부모와 아이들 간의 소통 문제부터 살펴보자. 부모는 아이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는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부모는 소통을 통해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알려주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와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소통을 위한 기초 공사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 절제하기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와 관계 맺기에 대한 기초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부모의 마인드다. 부모의 마음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귀찮아한다면 이런 감정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어 소통하려는 노력도 해보기 전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해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만 생각하면 짜증과 스트레스가 싹 가시면서 행복감이 밀려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하는 짓이 성에 차지 않고 짜증나고 답답하고 밉고 다른 사람에게 창피한 마음이 든다면, 아이를 행복한 대상으로 바라보기가 힘들다. 물론 아이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부모라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당장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더라도 행동이나 태도만은 억지로라도 절제해야 한다. 아이를 과도하게 몰아세우거나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 다음엔 부모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아이를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원인이 부모의 ‘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부모가 어렸을 적에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고 해서 아이에게 악기 하나쯤은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공부를 좀 더 잘할 걸 하는 욕심에 아이에게 늘 공부 타령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욕심이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의 원인일 수 있다.
시야를 넓혀 여유 갖기
부모의 시야가 넓어지면 아이와 관계 맺기를 잘할 수 있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은 아이의 장래를 길게 보며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무엇이 되어 있을까를 생각하며 키우려고 하면 하나의 큰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짜게 되고, 계획을 세움으로써 한결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긴다면 당장 기말 시험에서 몇 점을 맞는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게 된다.
‘자식 키우는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은 현재 아이의 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시야를 넓고 길게 가지라는 조언임에 틀림없다. 시야를 넓게 가지기 위해선 내 아이 또래 엄마들보다는 큰아이를 가진 엄마와 교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또래 엄마들끼리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나보다 경험이 많은 부모들의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한층 깊은 안목을 가질 수 있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객관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부모가 보지 못하는 장점과 문제점들을 알게 되고 이는 아이를 위한 플랜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다른 엄마한테 내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 같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고, 아이의 친구들에게 아이에 대한 평을 들어볼 수도 있다.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한테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우리 아이 어때요?”라고 두루뭉수리하게 묻기보다 수업 태도가 어떤지, 친구 관계가 원만한지, 모둠 활동은 잘 수행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물어야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밥 먹듯 아이와 놀아주기
무조건 대화를 많이 한다고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소통의 한 방법일 뿐 대화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히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대화보다 함께 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하루 일상생활이 즐겁고 편해야 소통이 이뤄지고 그러기 위해선 밥을 먹듯 놀이를 해야 한다. 많이 놀아야 이 시기에 중요한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고, 그럼으로써 아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학교 숙제를 했는지 체크하는 일은 뒤로 미루더라도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와의 놀이는 30분만 할애해도 충분하다. 그 시간 동안만 아이와 온전히 놀아줘도 아이는 부모가 편하게 느껴지고 일상이 행복해질 것이다.
요즘의 부모들은 옛날 부모와 달라서 주말만 되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애쓴 만큼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는 아이와 함께 논다기보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놀이동산에 가고, 공연을 보고, 극장을 다니지만 아이와 상황을 같이 즐길 뿐 함께 놀았다고 보기 힘들다. 이보다는 자전거 타기나 보드게임, 역할놀이, 축구 등과 같이 상호 교류가 이뤄지는 놀이가 원활한 소통을 도와준다.
아이와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낄 자리가 생긴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니 아이와 무슨 대화를 해야 하나 싶지만, 대화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관계가 편안하지 않을 때 얘깃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며, 일단 편안한 관계가 만들어지면 사소한 얘깃거리로 출발해 깊이 있는 대화로 발전하게 된다.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다면
평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솔직한 자기 표현을 억제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헤아려주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끝내 상대가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예를 들어 “너 앞으로도 그럴 거면 다시는 집에 들어오지 마!”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이럴 때 부모의 마음은 말 그대로 아이와 영원히 관계를 단절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평소 아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처럼 극단적인 표현을 하면 아이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기 전에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임으로써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만일 혼을 내거나 질책을 했다면 그 다음에 “난 널 사랑해” “난 널 믿어”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상대방을 위한 잔소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온전히 아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나 편의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아이가 빈둥거리는 것이 보기 싫어서 “공부해라” 하고, 아이 뒤치다꺼리가 귀찮아서 “네가 알아서 좀 해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에게 하는 ‘~해라’ 체의 잔소리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준비 운동과 같다.
교과서 같은 말보다 ‘공감’이 중요하다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한 첫 번째 기술은 바로 공감해주기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고 이는 공감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의 현재 마음에 대해 듣고 이해해주면 상대방의 솔직한 얘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풀이 죽어 있을 때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니?” “ 왜 그러는데, 말을 해야 알지” “ 혹시 싸웠니? 아니면 혼났어?”라고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상대방의 마음과 통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기운이 없네” “ 속상한가 보구나” 하고 보이는 그대로 말해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을 때도 “에이, 선생님이 그럴 리가 있니?” “네가 잘했으면 그런 일이 없잖아” 하고 핀잔을 주거나 정답 같은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한테 혼난 게 억울한 모양이구나” “친구가 그런 말을 해서 속상했구나” 하고 아이의 마음과 일치된 감정을 가져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의 기분이 조금 풀렸을 때 “내일 선생님께 한번 말씀드려보는 것은 어떻겠니?” 혹은 “억울함을 풀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비판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네 방에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고 했을 때, ‘그래, 맞아 엄마가 날 위해 공부를 하라고 하는구나, 얼른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아이는 없다. 그저 부모가 자신에게 명령 또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아이가 공부를 하게 하려면 공부가 왜 중요한지, 공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지, 놀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부모가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명령이나 협박에 짓눌려 하는 공부는 학습 효과도 없이 부모에 대한 반감만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말할 때는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엄마의 솔직한 느낌을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너 얼른 숙제해”가 아니라, “네가 숙제를 안 하고 노니까 엄마가 걱정되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나- 전달법’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을 비판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요구사항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화를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나- 전달법’은 부부와의 대화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회식이 잦아 하루가 멀다 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일찍 좀 들어와! 당신 때문에 잠을 설쳤잖아!”라고 말하기보다, “당신이 늦게 들어오면 행여 나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돼”라고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남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과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특히 부모는 아이들에게 보다 완벽한 어른이고 싶어 더욱 그리한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방에겐 불만을 쌓아두게 마련이고 이는 대화를 비롯해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된다. 더욱이 아이들에게는 ‘힘 있는 사람은 사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는 왜곡된 생각을 갖게 하기 쉽다. 부모한테 사과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증거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믿음을 갉아 먹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잘못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사과하는 것, 이는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부모가 소통의 롤 모델이 된다
소통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부끼리 또는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부부 사이에 소통이 안 되면 이는 아이와의 소통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남편 또는 아내와 통하지 않으니 아이한테 욕심을 부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와 제2의 소통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 간 소통 문제를 경험하면서 성장한 아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제3의 소통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소통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선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