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이하 박)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엄하게 다뤄야 하는데 너무 허술한 것 같아요. 전자발찌 제도나 성범죄자 신상 공개도 좀더 확대해서 실시해야 할 것 같고요. 얼마 전에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잖아.
김남희(이하 김) 맞아. '나영이 사건' 이후 시행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사진 및 신상 정보 인터넷 공개' 제도의 경우 현재까지 단 한 명의 공개 대상자도 없고, 범죄자 열람을 위해서는 성인인증에 공인인증도 거치도록 하고 있잖아요. 범죄자를 열람하는 것을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은 것은 결국 보지 말라는 소리 아니야?
성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4명 중 3명이 성범죄자 거세에 찬성했다고 하잖아요. 나도 적극 찬성. 성범죄자들은 재범이 많잖아. 한번 죄를 저지르고 뉘우친다면 용서해줄 수도 있지만 그게 안 되는 게 바로 성범죄야. 특히 아동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는 화학적 거세가 아닌 물리적인 거세를 해야 한다고 봐요. 화학적 거세는 약물을 투여할 때만 성욕이 사라지고 비용도 만만찮다고 하잖아요. 그런 약한 방법으로는 별 효과가 없을 거 같아.
김 전국적으로 아동 성범죄가 1년에 1천 건 이상 발생한다고 하잖아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끔찍한 사건은 또 얼마나 많겠어. 나영이 사건도 어린아이가 심한 일을 당한 뒤에 대대적인 수술을 받고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잖아. 이번 김수철 사건 피해 어린이도 마찬가지로 대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 엄마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 어린아이가 정신적인 충격이 컸을 텐데, 육체적인 고통은 또 얼마나 심했겠어.
◆ 학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성 피해 어린이 아빠의 마음이 바로 우리나라 모든 부모의 마음이죠. 신문에서 보니까 그런 놈은 중형을 받아 마땅하다고 인터뷰하셨던데…. 아이가 영특해서 범인이 잠자는 사이에 탈출해서 다행이지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났더라면 어쩔 뻔했어요. 경찰이나 어른들이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게 정말 마음 아파. 학교가 쉬는 날이었다고 하던데,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이나 학교 관계자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잖아요.
박 얼마 전 학교에서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방과 후나 휴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도록 지도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대낮에 학교에서 보란 듯이 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의 영향으로 선생님들도 많이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그나마 학교는 좀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놈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학교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요.
김 CCTV에 찍힌 김수철의 모습을 보고 다들 경악했잖아요. 칼로 위협하고 어깨동무하고 가는 모습. 그 상황에서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났을까. 사실 2학년이면 아직 애기나 다름없는데….
성 아무나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문제가 있지. 우리 어릴 때는 수위아저씨가 있어서 도시락이나 준비물을 안 가져오면 수위실에 맡기고는 했는데 요새는 학교 담장을 허물고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잖아요. 마을 사람들의 쉼터보다는 아이들의 안전이 당연히 우선이지.
김 맞아. 외국의 경우 학부모라도 학교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교사와 약속을 해야 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출입증을 발급받는다고 들었어요. 12살 이하 어린이는 혼자 등교하는 것도 법에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하교 때도 학부모가 데리러 가야 하고.
성 늦은 시간에도 개방되는 학교들을 가보면 술 취한 사람도 있고, 중고생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상당히 위험하더라고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도 학교 출입을 통제한다고 하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는 해요. 좀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할 텐데…. 왜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지 모르겠어요.
김 모든 책임을 학교와 학부모에게만 떠맡기는 것도 문제예요. 학교마다 학부모들이 '마미캅'이나 자율방위대 등을 조직해서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활동을 벌이기는 하지만 역부족이죠. 경찰 등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 등굣길과 하굣길,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게 지켜줘야 해요.
박 맞아. 사회적으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해요. 학교 주변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해서 24시간 감시하고 지켜주는 노력이라든지, 배움터 지킴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 등, 아니면 아예 학교에 경찰을 배치해서 외부인 출입도 막고 아이들을 지켜준다면 더 좋겠죠.
성 학교가 끝난 후에 엄마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많으면 좋겠어요. 맞벌이 부부는 점점 늘어나는데 무조건 집에서만 아이를 단속할 수는 없잖아요. 대부분의 피해 아동들이 엄마들이 일을 하는 바람에 혼자 있다가 당한 거잖아요.
박 학교마다 종일돌봄교실이 있기는 한데 이게 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거라고 하네요. 수요에 비해서 운영할 수 있는 인원이 턱없이 적다 보니 주로 저학년 위주로 받는다고 해요. 지역사회 공부방이나 뭐 그런 시설들이 좀 늘어나야 할 것 같아요. 부모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좀 안심이 되겠죠.
대낮에 학교에서 보란 듯이 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의 영향으로 선생님들도 많이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그나마 학교는 좀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놈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학교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요 ◆ 피해 아동들이 빨리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를
김 강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호신술이나 검도, 태권도를 배우는 여자아이들이 더 늘어났다고 하잖아요. 며칠 전에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남편을 보고는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그냥 밖으로 나가버리더래요. 남편이 자신을 치한으로 여기는 것은 좀 섭섭했지만, 오히려 그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교육을 잘 시켰다면서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참 씁쓸하더라고요.
박 세상이 너무 험하니까… 예전에는 동네 어른들을 보면 인사하라고 했는데 요즘은 남자 어른은 그냥 지나쳐 가라고 해요. 나도 괜히 무섭고 아이한테도 틈을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김 항상 사건이 나고 나면 경찰의 초동 대응이나 피해자 구호 등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 부분에 있어 경찰들도 미흡했다고 인정하잖아. 피해 아동이 피를 많이 흘렸는데도 범인을 찾으러 데리고 다녔다고 하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고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피해 아동을 빨리 치료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배려하고 돕는 것일 텐데… 안타깝네요.
성 그런 와중에서도 피해 아동에게 성폭력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돕는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용감한 어린이 상'을 준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사랑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혼내줄 수 있는 용감한 마음이 있어 상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런 작은 일들이 아이가 좀더 밝아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 맞아. 잊고 싶은 괴로운 고통을 빨리 훌훌 털어내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용감한 어린이였다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빨리 힘든 상황을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성 언제쯤 아이들을 마음 놓고 집 밖에 내놓고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될까요. 우리 막내딸이 다 크기 전에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는 어른들이 지켜줄 테니 마음 놓고 그저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학교가 끝난 후에 엄마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많으면 좋겠어요. 맞벌이 부부는 점점 늘어나는데 무조건 집에서만 아이를 단속할 수는 없잖아요 *취재 | 심효진 기자, 박선연 인턴기자,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 전호성, 주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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