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YG 콘서트를 다녀왔다.
입구에서 채린이의 매니저가 연구실 학생들과 나를 정중히 맞아주었다.
내 딸 채린은 2NE1에서 씨엘이라 불린다.
북적대는 대기실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채린이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산다라가 큰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잠 못 들던 지난 밤의 걱정이 한순간 사라졌다.
웅성거리던 어두운 공연장에 무대 조명이 켜지자 함성이 터졌다.
채린이의 랩이 들려오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가슴에 품고 들어간 야광봉을 꺼냈다.
물결치는 빛의 향연과 조명 그리고 함성.
내 인생에서 이런 폭발적인 시간은 처음이었다.
어느 누구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3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빅뱅, 세븐, 거미, 싸이, 2NE1이 모두 무대에 올라왔다.
마지막 커튼이 내리는 모습 사이로 채린이 무대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돌아가는 사람들과 조명이 꺼진 객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복잡한 지하철.
많은 청소년들이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오늘의 열기로 그들은 무엇을 찾았을까? 학교에서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이 열정을 오늘 경험했고, 앞으로 그들의 삶 속에 에너지로 녹여낼 것이다.
공연하는 내내 대학도 이렇게 재미있어야 하는데 하는 반성이 들었다.
무대 계단에 앉아 있던 채린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채린 힘내!'즉시 답문자가 왔다. '응!'
한 시대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3시간 동안이 즐거워서인지 힘든 몸놀림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