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편의점이 문을 잠궜다?"
지난 20일 서울시 강남구 선능역 앞 '패밀리마트'는 내부에 불은 켜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담배나 음료수 등을 사러 온 고객들은 24시간 편의점 문이 열리지 않아 허탈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역삼동 회사에서 근무하는 송예문씨는 "커피 한 잔 먹으려고 왔는데 어이없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괜히 헛걸음했다"며 짜증을 냈다. 담배를 사러 온 김형석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패밀리마트 같은 대기업이 24시간 운영이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편의점은 얼마 전부터 <불공정한 이익 배분을 하는 본사의 횡포에 정상 운영을 하기 어렵습니다>란 문구를 현수막에 걸어놓는 등 본사와 마찰을 빚어왔다. 편의점 1만개 시대가 도래했지만 편의점 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절대갑' 본사가 휘두르는 횡포에 '을'이 우는 사연을 들어봤다.
◆ 본사, 매출이익의 35% 수익챙겨
편의점 점주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건 비싼 로열티다. 한마디로 이익배분이 잘못됐다는 것. 현재 대부분의 편의점은 본사 몫을 35%, 점주 몫을 65%로 나눈다. 문제는 배분기준이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이익이라는 점이다. 즉, 본사는 매출이익 35%를 가져가 그 몫이 크겠지만 점주입장에서는 월세와 인건비, 전기세, 전화비 등의 비용을 빼고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안된다.
게다가 갑작스레 문제가 발생하면 점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 본사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까지 점주 몫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패밀리마트 한솔점을 운영해 온 지모씨는 자신이 상위 20% 안에 드는 점포였지만 손에 들어온 실수입은 250만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와 내가 밤낮없이 일해서 번 돈이었다. 한 사람이 12시간 이상씩 일해 100만원 안팎을 번다면 굳이 내가 편의점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갑자기 일이 생기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편의점 일을 봐줬다"며 "미성년자가 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4식구가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눈물을 쏟았다.
지씨의 최근 소망은 소박하다. "편의점 창업이 가족을 해체시켰다며 하루빨리 그만두고 예전처럼 주말에는 가족끼리 여행도 가는 삶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그러나 지씨는 편의점을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편의점을 못하겠다고 해지신청을 하면 본사에 5,000만원이 넘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 시작하면 빠져 나오기 힘든 '덫'
편의점 점주들 중에서는 본사와 ㄱ이 만료된 시점에서 재계약을 거부했다가 불이익을 본 경우가 많았다. 바이 더 웨이를 운영했던 이현진씨(가명)의 경우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재계약을 거부했다. 이씨는 당시 프랜차이즈편의점이 아닌 개인점포를 준비하고 있어 하루 빨리 기존계약이 해지되길 바랐다. 그러나 담당 영업직원은 갖가지 핑계를 들이대며 편의점 물품을 계속 넣었다. 이씨가 항의했으나 6개월이 지나서야 담당 영업직원은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이씨는 회사로부터 황당한 청구서를 받았다. 이씨가 지난 6개월 간 개인적 사정으로 바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가 났으니 보상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2천만원이 넘는 돈을 내가 왜 물어야 하냐"며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더이상 편의점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물품을 강제로 집어넣은 본사가 잘못한 게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비단 이씨 사례만이 아니었다. '미니스톱'을 3년 반 동안 운영해왔던 김복순씨 역시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위약금 1억원이 청구됐다. 자신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은 물론, 편의점 계약시 보증을 섰던 친정집까지 피해가 갔다. 그는 "제가 아는 다른 미니스톱 점주 중에도 이런 피해를 당한 분이 여려명 있다"며 "(계약을) 시작할 때는 감언이설로 유혹하더니 계약을 해지할 때는 돌변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낀다"고 분노했다.
◆ 강제 발주, 회계 부정…도를 넘는 본사 횡포
'세븐 일레븐'을 2년 넘게 운영하다가 현재 개인점포를 운영한다는 김철근씨(가명)는 '강제발주'와 '패널티' 등 지나친 본사의 관여에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씨에 따르면 본사는 물품을 강제로 발주해 손해를 입혔고, 청소상태 등의 트집을 잡아 패널티를 매겨 운영 보조금을 주지 않았다. 그는 "본사는 1차 소비자인 점주들에게 강제발주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다. 점주의 손해에는 관심이 없다"며 부도덕함을 꼬집었다.
'LG25'부터 'GS25'까지 7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 온 점주 역시 강제발주와 패널티로 인해 담당 영업직원과 매일같이 마찰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열 살도 어린 영업직원이 욕설을 섞어가며 손가락으로 청소불량 어쩌구 가르치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점주는 본사와 사업자로서 계약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본사에 어린 영업 직원 눈치까지 보며 일해야 하냐"며 현재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까페 개설자인 김복순씨는 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자신이 미니스톱을 경영하던 당시 회계 부정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분명 본사에서 회계 부정을 한 것을 내가 포착했다. 그래서 소송 걸 때 그 부분에 대해 본사 쪽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패밀리마트를 경영하는 한 점주 역시 "본사 측에서 회계 자료를 3개월 이상 남기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보안을 이유로 회계 자료를 금세 삭제시킨다는 데 나 역시 자료를 받지 못했다. 대기업 횡포 이렇게 심해서야…"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