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 남게 되는 밤이면
너를 기억해 내야 하는 건 지 모르겠어
뻔뻔스럽게 무심한 얼굴로 네게 독설을 내뱉어도
그저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서 있던 너를.. 왜 기억해 내야 하는지...
수화기를 여러시간 째 노려보고 문득 깨달은 건
난 네 전화번호조차 기억하고 있지 못한다는 코메디같은 사실..
나는 새삼스레 네 목소리가 듣고싶어서 인가..
이젠 더 이상의 친절함이 묻어나있지 않을 건조한 네 목소리를..
화를내도 좋아
미안해
그저 네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가 난 알고싶었나봐
마시다만 커피 한 모금에
약간의 미련이 남아 있어도
이미 식어버린 커피는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아무리 우스꽝스런 미련이 내게 남아 있어도
식어버린 네 미소조차 이제 그 자리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지
알아..
알아채 버렸어
이제 내 기억조차 낯설어져 버렸을테지
네 마음은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없을테지
화를내도 좋아
미안해
너를 붙잡으려는 것은 아니야
난 언제나 네게 미련을 두고 있었을 뿐
너를 붙잡으려 했던 적은 없었어
알아
언제나 우린..아니 적어도 난 침묵으로 일관해 왔고
네 앞에서 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는 거
나는 너를 결코 붙잡을 수 없다는 거
내가 널 붙잡는다 한들.
네가 내 손을 잡고 벼랑으로 함께 추락할 수 있었을까
동반자살을 꿈꿀 수 있었을까
화를내도 좋아
미안해
널 탓하려는게 결코 아니야
나는 그저..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고
이제 더 이상
그럴 의무도 권리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