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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드는 아이에게 정말 화가납니다.

최은영 |2010.12.22 21:00
조회 313 |추천 0

스물다섯 여교사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여자반 담임을 맡고 있구요.

요즘은 성적처리와 생활기록부 등재로 눈코뜰새없이 바쁜데도,

일이 손에잡히지 않을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너무 힘이 드네요.

 

 

어제 청소시간이었습니다.

저희반 아이 중 하나가 어느 과목 시험의 OMR카드에 마킹을 전혀 하지 않고 제출해서

객관식이 0점이 나왔습니다. 공부를 전혀 안하는 아이가 아니었기때문에 무슨일이 있었나 해서 급히 교실로 그 아이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더군요.

 

수업시간이 아니었지만 저희학교는 교칙상 일과시간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것 조차 교칙위반입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정해진 당번이 휴대전화를 걷어 각 반의 휴대폰 가방에 넣어 교무실 제 자리로 가져옵니다. 소지하는 것 조차 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1회 적발시 며칠 간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실에 간 목적을 잠시 잊고 '휴대폰 이리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싫다는 겁니다. 아빠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라했기때문에 안낸것뿐이라면서요.

그래서 "그럼 사전에 말했어야 했다"며 "일단 제출해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빠가 이시간에 전화를 하라고 해서 휴대폰을 끄고 갖고있다가 지금 전화한것뿐인데 왜 내야하냐며 싫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뻔뻔하게 말하기에 저도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니가 정 그런 사정이 있으면 아침에 말했어야 했다. 휴대폰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교칙위반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아침에 내고, 휴대폰 쓸 일이 있으면 나에게 와서 이러저러해서 쓰겠다고 말하고 쓰지 않느냐. 내가 언제 절대안된다면서 휴대폰 못쓰게 한적이 있느냐.

 

하며 혼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왜 개인적인 집안사정까지 말해야하는데요? 말하기싫은데요? 그래서 꺼놨다가 지금 켜서 전화하려고했기때문에 낼 필요를 못느꼈는데요?

 

하는 겁니다. 원체 교칙교칙하면서 빡빡하게 굴던 제가 아닙니다. 일단 그자리에서 저에게 주고 그 이후에 교무실로 와서 아버지랑 통화한 뒤에 뭔가 사정이 있어 그랬다고 하면 그자리에서 주거나 아니면 그 다음날 돌려줬을겁니다. 그동안도 그래왔으니까요. 그런데 교칙위반이 아니라며 대드는 걸 보고있자니 너무 화가 나서,

 

왜 니멋대로하느냐. 교칙위반이 맞지 않느냐. 설사 너희 아버지께서 그냥 갖고있으라 하셨다 해도, 이미 니가 교칙위반인 것을 알고있지않았느냐. 어린애도 아니고, 니가 알아서 제출했어야했다. 아버지께 들은 바도 없을뿐더러 니가 사전에 얘기하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나한테 전화해서 갖고 있게 해주라고 말씀하셨어도 선생님이 그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아마 일단 제출하고 필요할때 사용하도록 하겠다- 라고 말씀드렸을 거다. 지금 사용하다가 적발된 상황이니 빨리 내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애들도 안내는데 왜 나만내느냐, 딴 애들도 다 끈 채로 갖고있고 안 낸 애들 많은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며 다른애들거 다 걷으면 그때 낼게요 그럼! 그리고 너무 부당해서 못내겠으니 내야할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세요-, 아빠한테 전화해봐요, 그리고 나서 아빠가 내라고 하면 그때와서 가져가요!

 

하는 겁니다. 정말 너무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내라.

싫어요,

일 크게 만들지 만들고 지금 내.

싫다니까요, 아 싫어요 싫다고 몇번말해요.

 

앙탈을 부리는 걸 보고있자니 정말 화가 나서, 이대로면 넌 교칙위반이고 면전에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면 넌 지도불응이다. 이대로 안내면 징계사유이니 지금 내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코웃음을 치며 그러더군요.

 

하! 고작 핸드폰으로 징계요? 

 

저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래 일단 니 마음대로 하고, 너 과학 omr카드 마킹안했다.

그렇게 대들시간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비웃으며, 과학이요? 필요없어요~

하는겁니다.

 

아 정말. 그리고 나서 학생부에서 소환했는데  학생부선생님이 밖으로 데려가 얘기하시고 나서 '담임선생님과 얘기하고 가라'하셨다는데, 그 뒤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종례시간에 갔더니 그냥 집에 갔더라구요.

 

저희반 아이들에게 한숨쉬며 물었습니다.

'너희는 선생님이 너무 부당하게 했다고 생각하냐. 학생입장에서 선생님이 너무 부당하게 한거냐.'

하니까 아이들은 절대아니라 합니다.

사실은 그렇게 대든 학생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너무 심하게 한 부분이 있나를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부당하게 한 일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생각을 물어보니, 제 앞이라 그런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휴대폰 제대로들 내라고 당부하고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조례시간에 오지않았습니다. 1교시가 제 시간이었는데 1교시에도 결석입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 애가 학교에 왔다기에 교실로 가서 밖으로 나오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교무실로 가서 기다리는데 또 오지 않았더라구요.

종례시간에 갔더니 또 그냥 집에 가고 없었습니다.

 

다음날 오면 반성문을 쓰게 하려 학생부로 갔더니 그건 징계사유이니 반성문이 아니라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징계까지 줄 생각은 없었는데말입니다. 그래서 일단 진술서양식을 받아두고, 다시 한번 얘기해보자 싶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그냥 집에가면 어쩌자는거야,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내일 아침 나한테 와.

제가뭘요

제가뭘요라니. 너 어제도 그냥 가고 오늘도 아침에 무단 지각하고 갈때도 그냥 가고. 오라고했는데도 안왔잖아. 너 그런식으로 하면 안된다.

늦잠잔건데요?ㅋㅋ 그리고 나갔더니 선생님 없어서 교실 다시 들어간건데요? 제가뭘요? ㅋㅋ

하는 겁니다. 정말 비아냥대기 위해 ㅋㅋ하는 자음까지 써가면서요.

그래서 너 그럼 징계다 너 올해 결석일수도 많아서 그렇게 무단결과있으면 진급도 안된다.

제가왜징계예요? 선생님이 먼저 기분나쁘게하셨잖아요ㅋ 그리고 어제 그딴일 있었는데 아침에 늦잠잤다고 어떻게 연락해요~

너 지금 친구랑 싸우니? 잘못한거 없다는 거지 그럼?

오늘가서 잘못했다고 하려고했는데 선생님이 어제 애들한테 선생님은 잘못한거 없다했다면서요. 그래서 저도 기분나빠서 안간건데요. 제기분은 생각안하세요? 

기분이 나빠? 내가 니 비위맞춰야 돼? 너 어제 이러저러하지 않았냐. 그리고 내가 그말하기 전에 애들이 나한테 먼저와서 기분풀라면서 니가 싸가지없게 했다고 먼저 와서 그러던데? 니가 잘못한거 애들도 뻔히 다아는데.

애들이 인정하든말든 애들도 선생님행동비웃고있으니그런말마시구요.ㅋ 징계니뭐니하면서 기분나쁘게만든거선생님이잖아요. 먼저 말 심하게 했다고 인정만했어도 제가 그렇게 까지 안했죠.ㅋㅋ

 

하.. 정말 다투고있으니 저도 참 치졸해지고 같이 빈정대게 되고,, 신물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점점 화조차 나지 않게되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잘못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내일아침에 늦지 않게와라.

 

했더니,

솔직히 선생님 지금 제 걱정해서 이러는 거아니라 화나서이러는거잖아요 대체 문자보낸 이유가 뭐에요

이러는 겁니다.

 

너 아무리 화가났다고 해도 니 의무는 다 해야 하는거다. 그런식으로 무단결과하면 너에게만 불리하다.

문자왜했냐고? 니가 잘못했다는 걸 알리는게 내 의무니까. 넌 대체 어쩔생각이었던거냐.

 

했더니, 그제서야 솔직히 제가 잘못한거 알아요. 제 잘못이커요. 죄송해요. 근데 선생님도 말 심하게 하신거 인정하셨으면 좋겠어요. 하는 겁니다.

 

계속 실랑이하고있자니 화도 더이상 나지 않고,

그냥 모든것을 교칙대로 규정대로 처리하고 징계위원회로 가고픈마음이 들더라구요.

그제서야 죄송하다 하고, 또 심하게 한것 인정하라는 말을 잊지않는 그애도 참 질리구요.

징계얘기를 꺼내고, 과학 때문에 정신차리고 살라는 말을 한것도 너무 심했다는겁니다.

 

휴. 심신이 만신창이가 된 지금, 내가 너무 심했나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옹졸한 인간인지 왜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걸까요. 답답합니다 정말.

내일 아침 그 애를 보는 것도 정말 싫구요. 

 

정말 너무 심하게 말했나요. 애들 상처받을까 전전긍긍해오던 나인데,

그 애랑 유치하게 싸우며 비아냥대고 했으니.

저도 참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한가봅니다. 오늘 또다시 회의가 드네요.

속상합니다. 어떻게 해야 옳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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