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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웬수진 뇨자 #2 [날 구해준 훈남씨]

목낀녀 |2011.01.06 02:12
조회 1,456 |추천 16

전에 썼던

 

 

목낀사건이후 일주일도 채 안되 생긴일임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 러쉬에 시달려

내 의지대로 걷는것인지 아님 사람들에게 밀려가는건지

그렇게 신도림 2호선 지하철 앞에 섰고 떠밀리듯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엔 신발 굽이 낀거임..아놔..ㅡ,.ㅡ;;

☜나의 꽃신부끄

↑요롷게...버럭

이해 가세요?

 

문이 열리고 닫히는 홈 사이에 굽이 제대로 밖혀들어간거임...

나또 진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발끝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써도 안빠지고 내발만 쏙 빠진거임

 

사람이 너무 많아 고개 돌리기도 힘든 때인지라

손으로 빼보려 팔을 뻗어보아도 허리를 숙일 수 가 없어 닿질 않았음

문사이에 구두가 끼어있으니 문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당연 열차는 출발을 할 수 없었음ㅠ  ㅠ

 

아시겠지만 일분일초가 아까운 출근시간엔

한 5초정도만 문이 말을 안들어도 모두 짜증이 솓구쳐 오르기 마련

사람이 많은덕에 키작은 나는 가려져 보이지도 않으니 범인이 요 망할 여인네란걸 아는건 몇 안되겠지만

사람들의 원성의 소리가 하나둘 세어나오길 시작했음통곡

 

또 그 짧은 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아주 더디게 흐르기 시작함

 

홍당무가 된 얼굴은 이미 땀 범벅

 

그때 문앞(바깥쪽)에 있던 한 훈남이 한쪽 무릅을 굽히고 쭈그리고 앉아 내 신발을 빼주는 거임

단단히 밖혔던 지라 훈남이도 끙끙대며 열심히 빼냈음

 

사람에게서 광채가 난다는게 이런건가봄?

검은 정장에 단정한 머리

나의 이상형인 가늘고 길쭉길쭉한 손가락 >ㅅ<

 

아주 반짝반짝 빛이나 보이는 거임 

 

뽁~! 소리와 함께 내 신발을 빼내들고

마치 엄마에게 칭찬받는 아가의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어주는 훈남씨부끄

 

신데렐라에게 유리구두를 신겨주려는 왕자님의 모습같았음

 

이제

이렇게 되고

요롷게 되는 일만 남음??음흉

 

 

 꺄아악~ 나 워떠퀘~~!!!!!!!!!!!!!!!!!!!!!!!!!!!!!!!!!!!!!!!!!!!!!!

 

눈이 마주친 그 짧은 2~3초 가량에

난 속으로 한편의 무한 러브러브 사랑로맨스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음

 

이렇게 우리 둘의 역사적인 첫만남이 이루어진것임

그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지못할 상황속에서도 첫눈에 반해버린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

 

 

 

..긴  개뿔

 

쉼없이 열리고 닫히고를 반복하며 신음하던 지하철문이

앓던 이(내꽃신)가 빠지자 앗싸리하고 확 닫혀버린거임

──────────────────

내 구두를든 훈남씨남포  │문│여포

──────────────────

대충 이런 몹쓸 상황

창문을 사이에 둔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보다 더 간절했을까..

 

"열차가 출발합니다"

 

야속한 지하철은 내 구두를 들고 땀찍요런 얼굴을 하고 있는 훈남씨를 두고

그렇게 속절없이 출발해버림

 

 

 

난 신데렐라가 아님

고로 훈남씨가 구두가 발에 맞는 여인을 찾아헤멜리도 없음

냄새나는 내 싸구려 꽃신따위 바로 던져 버리셨겠지머..ㅠ  ㅠ

 

 

목적지에 도착함.

발가벗은 내 한쪽발이 요상시리 더 무거움

너무너무 무거워서 발을 내딛기가 힘들지경이었음

 

 

차라리 지하철 안이 좋았음

콩나물 시루같던 사람들틈에 끼어있던지라 나의 맨발따위 보이질 않았으니..

 

아..아..

 

신데렐라가 재빨리 달려가 마차를 탄건

마법이 풀릴 우려도 있었겠지만 맨발이 쪽팔려서 였을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음

 

너무 쪽팔려서 눈물이 날지경이었음

 

그런데 그 와중에도 발이 너무 아픈거임

 

제법 먼거리를 외발로 깽깽 거리며 뛰어 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미치겠는거임

 

쪽팔린건 둘째치고 뭔가 내 발을 보호해줄 신발의 대체물이 절실해짐

큼지막한 가방을 뒤적거려봄

오우~!

때마침 여분으로 가지고 다녔던 구두가 있었던 것..일 수 가 없지..

 

나란뇨자...ㅎ ㅏ...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 들었음..

핑크색에 하얀 땡땡이 앙증맞은 리본까지

지극히 소녀취향이었던 나의 파우치...

 

불행중 다행이도 작은 키와 비례하여 발도 작음

대충 발을 구겨 넣으니 폭신한게 은근 신을만함?짱 

 

사랑스런 내 분홍 파우치가 검게 물들어 가는걸 보며 바쁜 걸음을 재촉함

 

발의 아픔이 좀 가시자 무섭게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옴

 

신발을 사 신으려 해도 이른시각 문을 연 신발가게가 있을 턱이 없음

 

눈물이 나기 시작함..

끅끅 거리는 소리까지 내며 펑펑 울며 걸었음..

아심?

울음이 터졌을때 억지로 참으면 나는 소리ㅋㅋㅋ

 

상상해 보시길..

 

왠 젊은 처자가 (키만봐선 초딩)

이른 아침에

꽃단장을 하고

한발엔 핑크색 파우치를 끼고

끅끅 울면서

걷고있음....

 

아..

 

나 오늘밤도 이불속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야겠음ㅠ  ㅠ

 

남들은 이렇게 인터넷으로 훈남찾아 러브러브 하던데

전 이미 7일도 아니고 7개월도 아니고 7년이나 지났으니 가망없겠죠?ㅋㅋ

 

암튼

써글 신도림 2호선~!!

너 나한테 웨이뤠...ㅠ  ㅠ

 

추천수16
반대수0
베플왕자b|2011.01.06 05:15
진정 훈훈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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