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화되어가는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한국경제에 대한 착시현상
2008년도 금융공황으로 촉발된 경제공황은 2009년도 2010년도에도 시리즈가 종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연장 방영되고 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어느 쪽이 죽어야만 종결될 이 드라마는 모두가 살려고 바동거리면서 보는 이를 흥미진진하게 한다. 2011년도에도 2008년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고 선명하다.
2008년도 쇼크가 있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보다 선명히 드러나고 이 불균형에 의한 파국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균형이다. 무역수지의 균형, 재정의 균형, 이른바 시장이 원하는 바는 균형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세계는 불균형이 계속해서 심화되어 왔고, 2008년은 이러한 불균형을 폭발적으로 심화시켰다. 이러한 불균형의 종결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의 무역적자국이며 동시에 최대의 채무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규모 또한 챔피언이다. 유럽은 재정불균형, 즉 과도한 국가부채로 몸살을 앓은 것이 해를 넘기고 있다. (해방신문 52호,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에서 자본주의 무덤을 팔 것인가? 참조) 이러한 무역, 재정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미정부는 중국에 환율절상 압력을 넣고, 돈을 찍어 자국의 국채를 사드리고, 유럽에서는 각국정부가 재정긴축을 빙자한 초토화 작전으로 나왔으며, G20 정상회의는 환율전쟁터로 변했다. 각국이 위기에 처한 자국시장을 보호하려는 추세는 2011년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갈등에 딱히 출구가 없으며, 서로 치고받는 거 말고는 답이 없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중국이라는 신흥시장 덕에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려 경기후퇴를 상대적으로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하반기에는 해외자본의 주식시장 유입에 따른 증시 활성화도 겪었다. 이 모두가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 초래한 일이다. 이 말은 원래 신흥공업국에서 98년도 외환위기 이후에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에서 수출을 늘리고 외환을 쌓다보니, 미국의 적자가 늘어난 것을 지칭한다. 미국은 역으로 자본수지가 흑자가 되는데 그런 돈은 모두 미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는 신흥공업국에서 나왔고, 그 돈 때문에 미국은 거품이 생겼다는 식이다. 지금은 금융공황이후 갈 곳을 잃은 금융자본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공업국의 자본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거품이 신흥공업국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도 물가불안과 더불어 또 다른 거품에 대한 경계가 동아시아 각국경제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과 유럽의 꺼진 거품이 동아시아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 부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세계는 공황을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이명박정권은 경제위기 이후 400조 가까운 돈을 시장에 풀어 댔다. 미국이 최근 이럭저럭 갔다 쓴 돈이 14조 달러에 이른다. 유로경제권은 1조 6천억 유로를 퍼 부었다. 일본은 년간 국가재정에서 세수보다 국채발행액이 더 높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예상해 유명해진 크루그먼이나 루비니 같은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더 많은 돈을 풀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공황위기는 극복되지 않았고 돈 푸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자신의 저서에서 돈을 풀어야 교환이 활성화된다는 점(경기부양)을 강조하면서 미의회 탁아조합의 예를 든다. 이 탁아조합은 다른 아이를 돌봐주면 대신 자기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쿠폰을 받는데, 탁아조합은 이 쿠폰을 이용해 서로 아이돌보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합이다. 그런데 부모들이 서로 쿠폰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만 열심히 돌보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를 맡기려는 사람이 없어, 조합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자 무료쿠폰을 부모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너도나도 아이를 맡기려 해서, 탁아조합이 잘 운영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쿠폰은 적당히 풀어야 한다. 너무 쿠폰을 남발해 아이 하나를 맡기는데 쿠폰두장이 요구되는 상황(인플레)이 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크루그먼의 해결방식인 돈을 푸는 것은 인플레를 조장하고 조만간 다른 방식의 금융위기, 신용(채무)위기를 발생시킨다.
이를 모르지 않을 크루그먼이 양적완화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양적완화정책을 정부가 일찍 포기하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섰을 때 공황, 혹은 미증유의 장기불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 1929년도의 대공황이후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몇 년 후에 포기되고 긴축으로 돌아섰을 때, 미국경제가 다시 곤두박질쳤고, 이를 해결한 것은 2차대전이었던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주장하는 측이나 과도한 정부부채를 걱정하는 경우나 솔직히 답이 없다. 빚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그 빚을 관리하기는 좀처럼 용이하지 않다. 미국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미연준은 그 기준을 고용지표로 들고 있다)양적완화 정책이 포기될 것 같지 않다. 부채위기의 시한폭탄은 2011년도에도 정지되지 않고 계속 가고 있다. 톡탁 톡탁!
3. 이제는 인플레까지
돈이 풀리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인플레는 공황으로 잠복되었던 자원가격이 동아시아의 경기회복과 맞물리면서 들썩이며 현실화되고 있다. 게다가 각국정부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석유나 식료품 등에 주던 보조금을 철회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거품이 끼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는 인플레와 힘겨운 싸움을 버려야 한다.
연초부터 중국 정부가 긴축에 돌입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동아시아로 이전된 거품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연율 기준으로 2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작년 12월 중국 부동산 가격은 18개월래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호주는 원자재 투기자금 유입으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 홍콩의 12월 주택가격은 12년래 최고치로 올랐고, 작년 싱가포르에서는 민간주택 판매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인도의 월말 도매가격 인플레이션율도 7.31%로 1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도 인플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7년도 100달러가 넘어가는 석유가격에 공황직전까지 갔던 경험은 물가상승에 경계심을 드높였다. 2011년 세계경제는 물가를 관리하면서 경기부양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물가와 경기, 이 토끼들은 안 잡히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어떻게 두 마리씩이나!
노동자들의 삶은 2008년 이후 극적으로 위협받아 왔고, 2011년은 인플레에 의해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실질임금의 하락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필연적이다.
4. 노동자계급의 저항과 자본주의 위기의 새로운 국면
2010년이 경과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할 거라고 믿던 통화정책, 재정정책, 환율정책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각국의 환율전쟁에 대한 유일한 조정자로 여겨지던 G20도 무능하다는 것이 2010년 경주와 서울에서 증명되었다.
작년부터 유럽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자본에 저항하는 최선두에 있고, 2011년 벽두에는 물가고에 대한 각국 노동자들이 저항이 폭발하고 있다. 불황의 경제는 현실화되고 있고 저항의 세계화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유럽을 필두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공업이 발달한 남아공에서 인도까지 총파업으로 저항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도 양적완화정책으로 그리고 환율전쟁으로 자신의 위기를 다른 곳으로 수출하기 위해 열심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기는 약한 고리로 계속 집중되고 있다. 2011년 현재 자본주의 세계위기는 전면적 위기를 돈을 풀어 벗어나듯 보였으나 이제는 약한 고리로 집중되는 경향을 띄고 있다. 그리고 약한 고리에 해당되는 국가에서 정치위기는 극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는 새해벽두에 튀니지에서는 생활고에 분신한 청년으로 인해 독재정권이 붕괴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용기는 비겁함을 밀어내면서 확산되고 있다. 투쟁은 소심함을 걷어내면서 더욱 결연해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무덤은 그 모순의 크기만큼 깊고 넓게 파지고 있다. 삽자루를 움켜준 노동자계급의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해라 금융과 시장의 신봉자들아!